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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은 누구의 삶과 “연결”되어 있나요?

‘생각많은 둘째언니’ 장혜영을 만나다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죽임 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고서. 굶어 죽지도 굶기지도 않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이를 먹는 것은 두렵지 않아. 상냥함을 잃어가는 것이 두려울 뿐. 모두가 다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싶지는 않아.”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장혜영 작사 작곡, 유인서 편곡)


잔잔한 멜로디와 함께 말하는 듯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난 후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는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쁘게 일을 하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느껴질 무렵이었다.


▶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뮤직비디오 영상 중 장혜정, 장혜영 자매의 모습. (출처: 생각많은 둘째언니 유튜브)


노래 가사를 곱씹으면서 깨달았다. 미래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뜬구름 같은 목표를 붙잡고 있으면서도, 진짜 할머니가 된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나이듦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나이 든 나’를 상상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서야 ‘소수자 정체성을 가지고 나이를 먹을 수 있을까? 그런 나를 이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연 내 자리는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무엇이었는지 마주하게 되는 질문이었다.


그게 계기였다. 이 노래를 만든 ‘생각많은 둘째언니’라는 사람이 궁금해 진 건.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고, 페미니즘과 가난과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여행을 가고 일상을 보내는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단지 발달장애인 동생과 사는 비장애인 언니가 이야기하기 때문은 아니다. 무리하게 재미를 추구하며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영상들이 넘쳐 나는 유튜브 세상에서, 입 밖으로 꺼내기 껄끄러운 ‘불편한’ 이야기를 던지는 그의 배짱이 사정없이 나의 마음을 푹푹 찔렀다. ‘조용히 줄 맞춰서 착하게 살면 된다’고 배워서 만들어진 딱딱한 나의 사고체계도 같이 흔들렸다.


그렇게 생각많은 둘째언니, 장혜영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가던 중 책 <어른이 되면> 발간 소식을 들었다. 장혜영, 장혜정 자매의 어렸을 때 이야기부터, 혜정의 탈(脫)시설 과정과,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제작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 책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이 책의 끝은 우리 이야기가 끝났다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제 나는 말하기보다는 오랫동안 듣고 싶다. 당신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이제 정말 이 사람을 만나야겠다 싶었다. 이야기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인터뷰 요청을 한 건 처음이었다. 묻고 싶은 것과 하고 싶은 말들이 엉켜있는 상태로 지난 8일 서울 합정에 있는 한 카페에서 생각많은 둘째언니 장혜영씨를 만났다.


▶ <어른이 되면>(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보낸 시설 밖 400일의 일상) 표지. (장혜영 글 그림, 우드스톡)


‘생각많은’+‘둘째언니’의 정체성


책도 나오고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Grown Up, 장혜영, 2018)이 만들어지면서 불려 다니는 행사도 많아진 탓에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와 인사를 하고 마주 앉아 먼저 ‘생각많은 둘째언니’라는 정체성에 대해 물었다. ‘너의 정체가 뭐냐’고 들릴 수도 있고 다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을 던진 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다 어떤 생각과 과정을 통해 지금의 ‘생각많은 둘째언니’가 되었는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생각많은 둘째언니’의 정체성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획득한 쪽인지, 사회에서 자동적으로 부여된 걸 받아들인 쪽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제가 선택할 수 없이 저에게 주어진 게 ‘둘째언니’였다면, 제가 선택한 건 ‘생각많은’ 길을 가는 거니까 반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스스로 ‘생각많은’이라는 정체성을 덧붙였음에도 사람들은 그가 발달장애인 동생과 함께 살아가는 비장애인 ‘둘째언니’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어떤 고정관념이나 틀을 떠올릴지 모른다. 혜영씨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유튜브 채널에서 장애인권 이야기, 탈시설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실은 사회적 약자, 혹은 굳이 약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시민 대 시민으로서 합의가 필요한 지점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그걸 잘 해내면 사람들은 생각많은 둘째언니가 ‘여러 의제 중 자기 의제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테고, 실패하면 ‘아, 장애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겠죠. 아직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버로 알려진 ‘생각많은 둘째언니’가 장혜영의 하나뿐인 정체성으로 고정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물었다. “당연히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하지만 두려워하진 않는 것 같았다. “제가 생각많은 둘째언니라는 채널을 열고 그 정체성을 가지고 간다고 하는 건,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잊지 않기 위함이기도 해요.”


이전까지는 “오히려 구구절절 자기소개를 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하는 그는 “이름이나 정체성이라는 타이틀이 휘장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휘장이라고 하는 건, 공격과 방어의 의미가 다 있는 것 같아요. 나 스스로를 불특정 다수의 사람에게 말을 거는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최선의 공격이자 방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틀을 만드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요. ‘생각많은 둘째언니’로 저를 처음 만난 사람은 저를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때로는 제가 그 선입견을 이용할 수도 있고, 그 뒤에 숨을 수도 있잖아요. 또 어떨 때엔 그 선입견을 이용하는 게 도전이 되기도 하는 거 같아서 재미있어요.”


▶ 탈시설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나, 함께 산다>(서중원 글, 정택용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기획, 오월의 봄) 북콘서트에서 공연자로 등장한 ‘생각많은 둘째언니’  ⓒ일다(박주연)


동생과 함께, 다시 사회로


‘생각많은’과 ‘둘째언니’가 만난 과정을 조금 더 알아보기 위해 본격적으로 동생 혜정씨의 탈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통 탈시설이라고 하면 ‘시설에 살고 있던 장애인이 시설 밖 지역사회로 다시 돌아와 사는 것’(책 <어른이 되면> 중에서)을 의미한다. 하지만 사실 ‘애초에 왜 장애인이 지역사회가 아닌 시설에 들어가야만 하는가?’ 질문해야 한다.


“사람을 능력으로 등수를 매긴 후에, 그 안에 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격리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구조화되었기 때문이죠. 그런 격리의 극단적인 형태가 장애인 수용시설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수용시설이라는 말을 싫어하는 분들도 있어요. 거주시설이라고 하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거주라고 할 순 없는 것 같아요. 추방당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책 <어른이 되면>엔 혜영, 혜정 자매가 보낸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온다. 두 사람이 어떤 시간을 보내며 서로 관계를 맺어 왔는지, 어떤 이유로 혜정씨가 시설에 가게 되었는지도 말이다. 혜영씨는 혜정씨가 자신의 삶에서 사라진 후 “정말 마음 한구석이 늘 공허했다”고 말했다.


“단순히 혜정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나 애틋함 때문이 아니라, 인생이라고 하는 게 굉장히 공허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무리 사회가 발전해 왔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힘의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는구나, 사람들은 마치 그걸 노력인 것처럼 포장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 거죠. 그러니까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면서 살 자신이 없더라고요. 한 인간의 인생이 아무런 죄 없이 저렇게 사회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비극을 보고 나니까, 열심히 성공을 향해 달려가고 심지어 그걸 도덕적으로 포장하는 일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성공’이라는 사회의 획일적인 목표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한편으론 “언젠가 혜정을 책임져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애매하게 방황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역시!? 방황을 시간을 거쳤구나 싶어 ‘뭐하고 놀았냐’고 물었더니, 예상과 전혀 다른 방황의 경험담이 나왔다.


“보통 생각하는 성공, 뭐 대기업에 간다든가 그런 걸 하고 싶진 않았지만, 어쨌든 이 사회에서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거죠. 그래서 기술이 될 수 있는 영상을 만드는 능력을 습득한다던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영어는 공부해 둘까’하면서 해외를 방황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애매하게요. (웃음)”


▶ 혜정씨의 탈시설 전에, 자매는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출처: 생각많은 둘째언니 유튜브)


그런 방황 아닌 방황을 하던 중, 혜정씨가 이용하고 있는 시설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일어났다. 혜영씨는 그걸 마주하는 과정에서 동생의 탈시설을 지원하기로 결심한다. 혜정씨와 보내는 시간을 차츰 늘리고 여행도 같이 가면서 동생과의 관계를 다시 만들어 갔다. 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혜정씨의 탈시설을 반대하고 있었다.


“자매형제나 가족에게로 돌아가는 탈시설은 굉장히 드물어요. 대부분의 탈시설이 자립이기도 하고요. 가족들도 돌아오지 않길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원하지 않는다기보다, 가족들이 이미 그 사람 없는 삶을 살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다시 같이 산다는 선택지가 만들어지기 어려운 거죠. 저도 ‘개인이 시민으로, (가족이 아닌) 사회로 돌아가는 자립’이 바람직한 형태라고 봐요. 가족이 조력할 수 있으면 좋은 거죠.”


시민의 부재, 비판만 하지 책임질 줄 모르는…


우여곡절 끝에 함께 살기로 한 혜영 혜정 자매의 삶은 물론 핑크빛은 아니었다. 십년도 넘게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성인이 다시 함께 살면서 부딪히는 문제도 있었지만, 탈시설 이슈가 나올 때 항상 거론되는 ‘활동보조 지원’의 미흡함 때문이기도 했다. 둘의 삶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혜영씨가 일을 해야 하고, 그 시간 동안 혜정씨의 활동을 보조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데 활동보조인을 지원받기 위해선 ‘친절한 차별을 겪으며’ 혜정씨의 장애를 증명해야 하는 과정과,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했다.


장혜정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 게 아니라, ‘네가 가진 장애를 증명하면 그에 맞춰 지원하겠다’는 방식의 시스템. ‘왜 이 사회는 소수자에게 자꾸 증명을 요구하는 걸까?’


혜영씨는 “그게 바로 권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소수자에 대한 복지나 인권을 지키는 일을 ‘호의’나 ‘시혜’라고 생각하는 거죠. 호의나 시혜는 주는 사람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거잖아요. 임의로 기준을 만드는 것도, 줬다 뺏는 것도, 주는 사람 마음이고요. 왜냐면 이것은 의무가 아니라 호의이자 시혜이기 때문이죠.”


그는 이 과정을 겪으며 깨달은 게 있다고 했다.


“아직도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왕국에 살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무슨 말이냐면, 제가 철학자 한나 아렌트를 정말 좋아하는데요, 그가 말한 것 중 하나가 ‘인간은 신도 잃고 왕도 잃고 인간밖에 기댈 것이 없는데 인간은 너무 불완전하다’는 거예요. 무슨 말인지 읽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왕이라고 하는 권력을 가진 자가 무언가를 해결해주고, 만약 해결을 못하면 그 사람이 책임져야지 우린 책임 없다’고 하면서 자신을 백성의 위치에 두는 거예요. ‘이 사회에 문제가 많다는 건 알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는 건 시민인 내가 아니라 권력자인 누군가야’ 라고 말하면서, 자신을 ‘아주 무력하고 동시에 순결한 사람’의 위치에 놓는 거죠. 누굴 무섭게 손가락질하지만, 그것 말고 진짜 변화에 참여할 준비가 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 조금 힘 빠져요.”


▶ ‘생각많은 둘째언니’는 동생 혜정씨가 활동보조 지원을 받기 위해 겪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출처: 생각많은 둘째언니 유튜브)


그는 “헛헛한 마음”이 든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보석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며 웃었다. “이전에는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사람들이 몰랐는데, 제가 ‘근데 나 여기 있어’ 라고 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니까 다른 사람들도 ‘어 나도 나도 여기 있다’고 목소리를 내요.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이 2018년을 살고 있는 닥터 스트레인지(미국 만화/영화로 사고로 손 신경을 잃은 외과의사가 재활을 꿈꾸며 배운 수련을 통해 세상을 구원한다는 이야기)다’ 라고 안도하며 힘을 내죠. (웃음)”


“삶은 연결이다”


혹시 자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를 덮거나, 청자들이 당사자의 입 대신 혜영씨의 입을 바라보게 되는 상황이 되면 어떡하나 우려가 들지는 않을까.


“정말 많이 걱정하죠. 사실 제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최대 고민이 그거였어요. 일례로, 영화 제작 때문에 텀블벅을 시작하면서 인터뷰들을 좀 했었는데, <비마이너> 빼고는 다 저한테 물어봤어요. 당사자가 옆에 있는데도, 저한테 당사자를 설명하라는 식이었죠.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생기죠.”


혜영씨는 언론과 여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며 대학을 자퇴했을 때 겪은 일도 이야기했다. “대학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쓰고 자퇴했어요. 대자보 쓰고 자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대학 그만두는 분들 엄청 많잖아요. 그런데 제 자퇴가 이슈가 되었던 건 ‘결국 명문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서 할 말이 없어요. 그런 위치 때문에 제 목소리가 훨씬 크게 들리는 것에 대해서 당연히 경각심을 가져야 하죠. 그런 부분을 누군가 비판한다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당사자라는 개념의 경계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그러한 이유로 내가 ‘말을 삼가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장애인 문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거든요. 장애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지역사회의 구성원들도 당사자잖아요.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의미에서 당사자임에도 자신을 당사자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한 사람의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사자가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원칙이지만, ‘당사자 아니면 닥쳐’ 하는 건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당사자끼리만 모여서 살아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혜영씨가 좋아한다고 했던 한나 아렌트가 자신을 유대인으로 정체화하는 과정에서 “나는 이런 판국에 단순히 방관자로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책 <한나 아렌트의 말>, 마음산책)고 말했다는 게 떠올랐다. 순간, 두 사람의 무언가가 겹쳐보였다고 하면 과한 얘길까?


생각많은 둘째언니의 유튜브 영상 중에서 “삶이라고 하는 건 연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연결된 다른 사람들이 잘 살아야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우리의 존엄을 잃지 않는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온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지금 나의 삶은 누구와 연결되어 있나?’ 생각하면서 뜨끔했다. ‘연결되어 있는 우리들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묻자 혜영씨는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 된다”고 답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 14일 저녁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안희정 무죄 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에서 공연과 자유 발언을 한 혜영씨. ⓒ일다(박주연)


인터뷰가 끝나고 일주일 즈음 뒤인 14일 저녁, ‘안희정 무죄 판결에 분노한 항의행동 문화제’에 공연자로 나선 혜영씨를 다시 만났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를 헤비메탈처럼 소리를 지르며 불렀다. “지금 이 나라가 촛불로 이룬 나라가 맞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에 대해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낮추면 된다’고 말하며 웃었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를 낮추지 않아도 되는 그 존엄한 삶을 위해서,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생각많은 둘째언니, 장혜영은 발달장애인 동생을 ‘대신해서’ 목소리 내는 비장애인 둘째언니로만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걸 말할 준비가 되어있다. (박주연)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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