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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부른다는 것…누군가를 부르는 힘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이내의 2집 작업일지 (II)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

 

 

day-5 recording in Jinju 경남문화예술회관 안카페

 

녹음 전 두세 시간이 남아 <다원>에 들렀다. 공연과 녹음이 잘 되는 커피라며 블랜딩해 내어주신다. 카페 <목요일 오후 네 시>의 윤남씨에게 퇴근할 때 준영씨의 장비를 실어다 달라 (염치불구) 부탁을 드리고, 오늘 녹음 장소인 경남문화예술회관 <안카페>로 걸어갔다. 진주에 온 이후로 하루에 세 번 이상은 진주교를 걸어 남강을 건넌다.

 

아직 문이 닫혀 있어 벤치에 자리를 잡고 조율을 했다. 캄캄하고 조용한 강변에서 한 곡 불러보았다. 달리는 차 소리가 빗소리 같기도 바다 소리 같기도 했다. 항상 같은 자리에 비스듬히 누워계신 노숙인 한 분과 나. 그리고 그 앞에는 조금은 위압적인 덩그러니 큰 건물. 15분 정도의 그 시간. 뭔가 비현실적인 편안함이 있었다.
 

▲ 경남문화예술회관  안카페에서의 연주. 
 

<안카페> 원지연 사장님이 특유의 통통 튀는 목소리와 발걸음으로 등장하고, 곧바로 준영씨와 윤남씨가 도착했다.

 

넓은 로비 공간에서 소리를 찾느라 평소보다 세팅 시간이 길어졌다. 예술회관 시설계장님이 회식하던 도중에 녹음 소문(?)응 듣고 달려오셨다. 누가 봐도 좋은 사람 같아 뵈는 표정을 가진 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직접 의자도 챙겨주시고 조명도 맞춰주셨다.

 

원사장님은 정리가 끝난 카페의 기계들을 다시 꺼내 커피와 아이스크림도 챙겨주신다. 술을 좀 드시다 오셨다는데 평소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자리를 끝까지 함께 해주셨다. (의외의) 감동이라고 농담을 던져보았는데, 역시 잘 받아주신다.

 

백석의 시에 곡을 붙인 “바다”의 녹음.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시 자체로 집중할 수 있는 노래다. 그런데 준영씨가 곡의 강약과 속도에 조금 변화를 줘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왔다. 한번 시도해 보았더니 좀더 극적인 분위기가 생긴다. 그런 식으로, 그러니까 극적으로 노래를 불러본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인데,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원사장님의 최근 베프, 세라씨가 따뜻한 음료수를 사 들고 응원하러 오셨다. 세라씨는 준영씨을 위해 콜택시를 불러주고, 새벽의 매니저를 자청하였다.

 

공공적인 느낌의 공간에서 처음 해보는 녹음이라 약간의 긴장감도 감돌았고 시비(?)를 거는 듯한 직원 분도 등장했는데, ‘갱상남도 진주 스타일’의 관심이라고 믿어버렸다. 믿기 힘든 사실은, 이제 마지막 한 곡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뭉클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올 때 “다녀오겠습니다” 인사를 하면, 하우스레이디 낭주님이 “잘 하고 와요” 하신다. 오늘은 굴이 잔뜩 들어간 미역국을 끓여 두셨다. 이렇게 매일 진주가 그리워진다.

 

day-6 recording in Jinju 뭉클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마지막 녹음을 앞두고 하루 쉬는 날이 생겼다. 장소와 마음을 기꺼이 내어주신 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다원> 앞에 오래되어 보이는 문구사에 들러 편지봉투와 원고지를 사서 들어갔다.

 

보통 이런 경우 봉투 속에 돈이 들어있어야 하는데, 나는 가난뱅이니까 편지를 넣어 두는 거다. 진주에서의 시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아쉬움에 글이 술술 써졌다.

 

다원장님, 조방주님, 원사장님, 몽네 언니, 준성 수연씨, 낭주님, 그리고 준영씨. 하나라도 더 나누고 챙겨주고 도와주려 하셨던 얼굴들을 떠올리며 지난 일주일을 계속해서 되감아보고 있었다. 빠짐없이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   <뭉클 게스트하우스> 갤러리에서 세팅을 하고.   © 노래 짓고 부르는 이내  

 

다음날 밤, 준영씨와 함께 은준씨가 <뭉클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은준씨가 카포를 건넨다. 마지막 순간 함께 해 주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응원인데 선물까지 챙겨왔다. 이로써 내가 가진 모든 장비- 기타, 튜너, 스트랩, 칼림바, 카포까지!- 모두는 누군가로부터 전해 받은 마음이 되었다. 결코 혼자 부르는 노래, 나만을 위한 노래가 아닌 것이다.
 

<뭉클 게스트하우스> 갤러리에 세팅을 마치고, 네 번 만에 녹음 종료. 오늘은 카페 <부에나비스타>(진주에서 공연을 가장 많이 하는 카페) 추사장님께서 친히 응원 방문을 해주셨고, 마지막 차량 지원을 자청하셨다. 이렇게 끝까지, 진주의 반짝이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2집 녹음을 마쳤다.

 

<다원>에서의 뒤풀이. 거의 1년만에 술을 취할 만큼 마셨다. 무엇보다 추사장님의 노래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는데, 눈물이 찔끔 날만큼 좋았다.

 

이제 준영씨의 고생(믹싱+마스터링)이 시작될 것이다. 나 또한 남은 작업(디자인+출판)에 집중할 시간이다. 그러니 진주에서의 이 모든 순간들을 잘 기억해두어서 힘들 때 자꾸 꺼내볼 테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저는 결코 혼자 노래 부르지 않는다는 걸 기억할게요.’

 

내 노래여행에 대한 예언과도 같은 친구의 메시지

 

녹음이 끝나는 게 아쉬워 슬퍼질 뻔할 무렵, 친구로부터 예언과도 같은 메시지를 하나 받았다. 왜 나의 노래여행이 계속되고 있는지 일러주는 글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언제나처럼 약간의 우울감(허무함?)이 찾아온다. 늘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인간의 운명을 절감하며 친구들의 응원에 기대어, 2집 앨범을 그들의 손에 쥐어주기까지 잘 버텨야겠다, 함께 버틸 것이다. 

 

            ▲  “노래를 부르는 힘이란 누군가를 부르는 힘이겠지요.”    ©노래 짓고 부르는 이내  

 

“이내 씨, 2집 녹음 잘 하고 있나요?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기운을 정성을 들여 차곡차곡 쟁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산에서 성매매 스토리 공모전 북콘서트 때, 이내 씨(와 나까, 혜정) 공연을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어요. 늘 좋은 음악이었지만 이날 이내 씨의 노래를 처음 들은 느낌이라고 할까. 누군가의 음악을 ‘처음 듣는다는 느낌’은 아무 때나, 아무에게나 오는 순간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날이 제겐 무척 소중하고 뜻 깊답니다.

 

머리를 감다가 녹음하고 있을 이내 씨 생각을 했어요. 노래를 부르고 있을 그곳. ‘부른다’는 것이 참 큰 힘이구나 라는 생각. 그것은 무언가를 부르는 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부르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누군가가 있어, 이 세상이 아직도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누군가가 있어주어 많은 이들은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것이겠구요.

 

노래를 부르는 힘이란 누군가를 부르는 힘이겠지요. 지금 곁에 없어도, 지금 보이지 않아도, 부른다는 것. 그 의지와 믿음의 힘이 세상의 모든 노래 속에 스며 있다고 생각해요. 그날 이내 씨의 노래 속에서 저는 그 힘을 느꼈답니다. 오늘 이내 씨의 노래 속에도 그 힘이 실려 있겠지요.

 

부른다는 것.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모든 노래는 합창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한 가수가 오늘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곁에서 기꺼이 노래를 함께 불러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지금 이내 씨 곁엔 없지만 가끔 이내 씨를 생각하며 함께 노래 부르고 싶답니다.

 

기운 내서 녹음 잘 하고 오셔요.”

 

* 이내의 2집 앨범 선(先)주문하는 방법 http://blog.naver.com/bombbaram/220176458220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영문 번역기사 사이트ildaro.blogspo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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