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까? 결혼할까?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모퉁이에서 책읽기” 마지막 회입니다. 2년간 꾸준히 소중한 글을 기록해주신 작가님과 독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편집자 주 ‘다들 왜 결혼해서 살려고 하는 걸까?’ 결혼해 사는 친구 집에 주말에 놀러갔다. 친구와 나는 얘기를 나눌 시간이 제대로 없었다. 아이가 둘인 친구는 집을 청소하고 낮잠에서 깬 아이를 어르고 똥 싼 아이를 씻기고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하고 밤에 아이들을 재우고 나서야 나와 마주할 시간을 얻었다. 그동안 내 말상대가 되어준 이는 친구의 남편이었다. 그는 직장에서 잘나간다는 소리를 자랑삼아 하고 요즘 취미로 무얼 배우는지 이야기하고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내 형편을 짐짓 걱정했다가 편하게 쉬..
신사임당 동상 앞에서 이이효재 “조선조 사회와 가족”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의 저자 안미선의 연재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오랜만에 고등학교에 찾아가 할 말을 잃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이십 년이 지난 세월이 무색하게 더욱 싱싱하고 원기 왕성했다. 건물에도 ‘싱싱하다’는 표현을 쓸 수 있다면, 하늘 아래 우뚝 선 그 위용은 기억보다 더 거칠 것 없었다. 이건 되레 당황스러울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쇠락하는 몸처럼 건물도 그렇다고 여겨 적당히 빛바랜 호젓함을 상상했는지 몰랐다. 그러나 학교는 수많은 졸업생을 배출하고도 붉은 벽돌에 이끼 하나 끼지 않았으며 양 옆에 신축 건물까지 거느리고 있었다. 그 아래에 서 있는 나는 작게 느껴졌다. 검은 재킷에 회색치마를 입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