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의 책장] 삼촌 작가 웹툰 『귀곡의 문』 ※이 리뷰는 웹툰 『귀곡의 문』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남성의 세상에서 여성은 절대적인 타자, 미지의 존재였다. 사회는 여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해결책을 고민하지 않고, 여성의 상태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대신 무조건 문제로 치부했다. 타인의 시선으로도, 자신의 진단으로도 풀리지 않는 ‘언어 없음’의 상태는 필연적으로 공포와 닿는다. 이로 인해 소수자들은 괴물, 기괴함 같은 말과 어울리며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따라서 공포라는 장르는 여성주의와 가깝다. 몇 년 전부터 공포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감독 아리 애스터(영화 )나 조던 필(영화 , 등)이 장르를 다른 방향으로 들여다보고 문법을 깬 것이 반차별의 맥락과 닿아있..
괴물이라 불린 여자들, ‘아버지의 질서’를 흔들다[페미니스트의 책장] 바바라 크리드 『여성괴물』 우리는 수많은 ‘괴물같은 여자’에 관해 알고 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등장했던 수많은 방식의 ‘민폐녀’에서부터, 유명인을 모함해서 이득을 취했다고 여겨지는 꽃뱀들, 어떤 종류의 범죄자들, 총체적으로 ‘인간 이하’,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시민 이하’로 취급되는 여자들이다. 한 여자가 괴물이 될 때, 그가 ‘여자’라는 사실은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이러한 질문은 ‘○○녀’라는 확고한 명명이 거의 일상어처럼 정착되어버린 현실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녀(女)’는 단지 중립적인 의미를 지닌 지칭어에 불과하다고, ‘남(男)’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호명이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