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선의 "모퉁이에서 책읽기" _ 김승옥의 ※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연재.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 일다 www.ildaro.com 나는 김승옥 작가의 을 좋아한다. 스무 살 무렵 읽은 은 지방의 소도시에서 보내던 내 입시생활의 갑갑함과,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향에 대한 염오를 대신 토해내 주는 양 다가왔다. 지독한 회의와 쓸쓸함이 안개처럼 밴 그 문장의 매력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삶의 쓸쓸함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경한 느낌의 세상을 만들어낼 수도 있구나, 하고 나는 홀렸다. ▲ 김승옥 작가의 “언젠가 여름밤, 멀고 가까운 논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울음소리를, 마치 수많은 비단조개 껍데기를..
우리가 사랑한 시인 허수경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 허수경 시집 (문학과 지성사)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시인 허수경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가 ‘허수경을 좋아한다’고 나에게 먼저 말했거나, 내가 ‘허수경을 좋아하냐’고 물었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내가 그로 하여금 허수경을 좋아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허수경은 문학을 창작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우상 같은 시인이었다. 처음 만난 시인 허수경을 이해하려고 나는 꽤 애를 썼다. 캄캄한 자취방에 앉아 시집을 읽고 또 읽었다. 실은 낯설고 이해할 수 없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