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법학교수‧로펌 명단을 채우는 건 ‘남자’?⑰ 로스쿨에서 본 사회 ※ 2016년 는 새로운 페미니즘 담론을 구성하기 위하여, “한국에서 젊은 여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청년여성들의 기록을 연재합니다. 이 기획은 한국여성재단 성평등사회조성사업 지원을 받습니다. Feminist Journal ILDA 나는 똑똑했다 우리 사회 안에서 성적은 권력이자 차별의 근거이기도 했기 때문에, 어른이 되고 나서는 이에 대해 언급을 삼가고 살아왔다. 그렇지만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공부를 잘했다. 내 기억이 시작하는 시점부터 공부를 잘했다. 좋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했지만,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보는 시험을 위해서 잠시 동안 바짝 공부를 하는 것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남자가 앞서나가야 ..
돈 많이 받으면 과로로 쓰러져도 괜찮다? “이번에 또 앰뷸런스가 왔어요.” 대형로펌 A에서 일하는 1년 차 ‘어쏘시스턴트 변호사’(회사에 고용된 신입 변호사로 연차가 쌓여 회사에서 독립적으로 일하는 파트너 변호사에게 업무를 할당받아 일한다) ㄱ씨는 회사에 앰뷸런스가 왔다고 했다. 한 어쏘시스턴트 변호사가 과로로 쓰러졌기 때문이다. ㄱ씨는 이런 일이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 전문직이라 불리는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밀집한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고층빌딩이 빼곡하다. © 이지영 ㄱ씨 또한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오전 9시 반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1시쯤 퇴근한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둘 중 하루를 회사에 나와서 일한다. ㄱ씨의 평균 한달 업무시간은 210시간. 현재 ㄱ씨의 소원은 밤 10시에 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