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의 페미니즘 책장(7) 엘리자베스 바댕테르「만들어진 모성」 신경숙의 소설 에는 ‘일생이 희생으로 점철되다 실종당한’ 엄마가 등장한다. 소설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주인공 화자인 ‘너’에게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였다. 엄마도 자신과 같이 첫걸음을 뗄 때가 있었다거나 열두 살 혹은 스무 살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던 ‘너’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헌신한 엄마를 영영 잃어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닌 한 여자일 수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 그 사실을 통감하고 오열하는 주인공과 함께 나도 책장을 부여잡고 엉엉 울었다. 한참 울다 문득 생각났다. 마음 한 구석에서 해결되지 않고 불편하게 남아있는 무언가가. 그것은 바로 은연중에 고착된 ‘엄마’의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
공숙영의 Out of Costa Rica (10) 코스타리카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필자 공숙영은 현지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상과 풍경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지난 4월 4일은 부활절이었습니다. 작년에는 코스타리카에서 부활절을 보냈는데, 그곳에서 부활절 주간은 일주일 동안 공식적인 공휴일이 될 정도로 특별한 때입니다. 학교 수업이 없어서 쉬면서 길거리에서 의상을 차려입은 부활절 행진을 구경하고, (신자는 아니지만) 동네 성당에서 열리는 부활절 미사에도 가 보았습니다. 라틴 아메리카에 가톨릭 신앙이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코스타리카에서 제가 살던 동네에도 곳곳에 성모 마리아 제단이 있고 주말에는 성당 미사에 꽤 많은 주민들이 모여 있곤 했습니다. 매주 미사에 꼬박꼬박 참여하는 독실한 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