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삶의 ‘물리적 조건’ 어떤 동네를 원해?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집보다 마을이 먼저였다 마을이 괜찮다 싶으면 집이 없고, 집이 괜찮으면 마을이 마음에 들지 않는 시간들이 계속되었다. 한동안 겉모습에 마음이 혹(惑)했던 집이 있었다. ‘내남’ 쪽에 있는 낡은 한옥을 개조한 집이었다. 마을 어귀의 느티나무는 수백 년은 됐을 듯 거대했다. 그 아래 평상에서 할머니들이 나물을 다듬으며 한담을 하는 모습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몽환적이었다. 집은 주인이 옷을 만드는 장인이라, 아름답게 잘 고쳐놓았다. 낡았지만 고운 자태였다. 그러나 마을 안은 어수선했다...
어느 곳에 터를 잡을까? ‘집을 짓자!’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편집자 주 내 안의 모든 여자들이 환호성 치는 소리 백일의 칩거 동안 가슴 밑바닥에서 울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먼 곳의 북소리 같기도 하고, 희미한 함성 같기도 한 소리. 여자들이었다. 집 밖에서 울던 아이와 집의 온기(溫氣)가 그리워 남의 집 창 앞을 서성거리던 소녀, 집은 누군가와 함께 짓는 거라고 굳게 믿었던 젊은 여자와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나이 든 여자와… 내 안의 모든 여자들이 해원 굿을 하듯 함께 환호성을 치며 외치는 게 집이었다. 머리를 풀고 깃발을 날리며 북을 울리고 있었다.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