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이라 불린 여자들, ‘아버지의 질서’를 흔들다[페미니스트의 책장] 바바라 크리드 『여성괴물』 우리는 수많은 ‘괴물같은 여자’에 관해 알고 있다. 인터넷 공간을 통해 등장했던 수많은 방식의 ‘민폐녀’에서부터, 유명인을 모함해서 이득을 취했다고 여겨지는 꽃뱀들, 어떤 종류의 범죄자들, 총체적으로 ‘인간 이하’, 좀 더 정확히 말해서 ‘시민 이하’로 취급되는 여자들이다. 한 여자가 괴물이 될 때, 그가 ‘여자’라는 사실은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정황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이러한 질문은 ‘○○녀’라는 확고한 명명이 거의 일상어처럼 정착되어버린 현실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녀(女)’는 단지 중립적인 의미를 지닌 지칭어에 불과하다고, ‘남(男)’과 그다지 다르지 않은 호명이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성기능 장애, 세 개의 가설과 3천조각 퍼즐 독일에서 심리치료하기③ ※ 독일에 거주하는 20대 후반 여성 하리타님이 심리치료 과정을 거치며 탐색한 섹슈얼리티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자신의 상처를 짊어지고 국경을 넘어 문화적, 사회적, 제도적 차이 속에서 삶의 변화와 사회와의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실천해가는 여정이 전개됩니다. –편집자 주 나의 ‘마음 금고’와 치료사 베아트리체 나는 요즘 ‘마음 금고’를 탐방한다. ‘마음 금고’에서는 시간 개념이 직선적이지 않고, 공간은 한계를 알 수 없이 무한하다. 이 금고의 일부분은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 동안 물(物)화된다. 나는 물질세계에 열리는 이 작은 틈새를 놓치지 않으려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적어도 한 시간 전부터는 혼자가 되어 금고 주변을 서성이며 시계가 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