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들이 많아도 ‘질병 서사’가 적은 이유⑦ 아픈 몸들의 낭독극을 준비하며 적지 않은 이들이 질병 경험을 숨긴 채 살아간다. 사회의 모순적 태도 때문이다. 사람들은 가난할수록 아프고, 고용이 불안정할수록 아프다는 건강 불평등 현실에 고개를 끄덕인다. 동시에 주변에서 누군가 암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짜게 먹어서’ ‘술을 많이 마셔서’라며 개인의 생활 습관을 손쉽게 원인으로 ‘진단’한다. 질병을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질병의 개인화’가 내면화된 사회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시대가 건강을 스펙으로 만들면서, 아픈 몸을 자기관리에 실패한 사람의 몸으로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아픈 몸들은 아직도 가시화되지 않았다 한국은 강도 높은 노동, 고도의 경쟁, 오염된 생태계, 불안정 고용, 차별과 혐오 속에서 너..
우리의 두려움과 상처는 누군가에게 빛이 되어줄 것이다⑥ 아픈 몸들의 공동체, 기적 -엄마, 아빠가 나를 그 사람에게 팔아넘길 것 같아.-목우야, 망상이야!-두려워. 정말 그렇겠지, 망상이겠지.-응. 그래요. 뭐가 두려워요? 우리가 있잖아요. 삼 년 전의 대화다. 삶에 대한 근거 없는 두려움과 가족에 대한 불신, 그런 것들은 종종 망상이 되어 삶에 출몰하곤 했다. 예전에는 혼자서 끙끙 앓고만 있었을 두려움을 처음으로 다른 사람 앞에서 얘기했을 때 그녀들은 나를 탓하거나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이라고 분명하게 말해 주며 나를 감싸 안았다. 다른 누구보다 나는 그녀들에게서 속 깊은 다정함을 느꼈다. 그리고 이 망상은 이후 다시 내 삶을 침범하지 않았다. 모임에서 다른 동료의 원고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