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라는 큰 통에서, 우리는 연결돼있어 밀양-청도 할매 할배들의 ‘저항과 연대의 약속’② 밀양, 청도 주민들과 함께 한 72시간의 기록을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자 박이은희 님은 공동 저자이며 여성학을 공부하는 연구자입니다. [편집자 주] 강원도에 쌓인 눈을 구경하며 2014년 12월 16일. 밀양과 청도에서 할매와 할배, 언니들이 꼬박 72시간 동안 전국 열한 곳 저항의 현장을 찾아가는 “밀양․청도 72시간 송년회” 둘째 날. 스테인리스 대접에 담긴 육개장 국밥과 김치가 아침 식사 메뉴다. 순례자들은 한 그릇 뚝딱 비우고 서둘러 길을 재촉했다. “내가 언제 강원도 와서 이래 눈 구경을 하겠노.” 밤새 내린 눈은 온 천지에 소복했고 나무는 저마다의 모양으로 눈꽃을 피워냈다. 쌓인 눈 때문에 버스는 경..
조선소에서 일하는 여성작업자의 하청인생 엔진룸 도장 일을 하는 손경자씨 이야기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우리는 곧잘 잊지만, 어디에나 여자들은 있다. 더 자주 잊어버리지만, 어디에나 여자들 해야 할 일은 있다. 우락부락 남성들만 있을 것 같은 조선소에도 여자 할 일은 있다. 이 사실을 안 것은 2010년 희망버스 때다. 당시 한진중공업에 들어간 사람들 중 일부는 여성 탈의실을 숙소로 사용했다. 여자도 있나 보네, 그러니 여자 탈의실이 있겠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느 탈의실과 다르지 않게 줄지어 선 사물함부터 보였다. 특이한 것은, 사물함마다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