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미투에 응답하지 않은 결과가 ‘n번방’이다사각지대에 놓인 여성들, ‘미투 이후 정치’의 청사진 그리다 “나도 고발한다”고 외친 미투(#MeToo) 운동이 시작된 건 2018년 초. 그전부터 한국에서 ‘#OO계_내_성폭력’ 말하기가 이어졌던 걸 생각하면, 정치는 수많은 시민의 용기 있는 성폭력 고발에 상응하며 ‘위드유’(#Withyou)했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미투 관련 법안 발의는 약 150건에 다다랐지만 다수가 통과되지 못해, 여성들은 ‘직무유기 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냈다. 2020년 지금, 정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라는 디지털 내 성착취물 거래 범죄의 실체를 알게 된 여성들이 큰 분노를 쏟아내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20대 국회는 ‘나 몰라라..
성범죄의 ‘증언’은 왜 진실을 의심받는가?『까판의 문법』 ‘n번방’ 피해자와 연대하는 신생 윤리를 찾아서 파국의 자리에서 새롭게 솟아나는 것이 있다. 이 새로운 힘을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몰락의 에티카’라 불렀고, 사회학자 김홍중은 ‘사회학적 파상력’이라 이름 붙였다. 성범죄의 증언자 윤지오가 마녀사냥으로 무너졌을 때, 저자는 그 무너짐의 힘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언어를 갖지 못하고 쓰러져간 소리들에 미지의 몸을 부여하는 미학적 수행을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은 증언문학이다. 이때 미지의 몸은 주어진 진실에 복종하여 배제당하는 주체가 아니라, 스스로 진실을 구성해 내는 윤리적 주체이다. 철학자인 조정환은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신문, 진술조서 등 모든 현장 언어들을 데이터화하고 분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