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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기획] 성매매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 대담① 선택
성매매특별법이 위헌 여부를 가리게 된 상황에서 ‘성매매 현장에선 과연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으며, 성 산업과 이해관계가 있는 다양한 개인들의 역학 구도는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약자의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경험은 어떠한지’ 보다 가깝게 들어볼 수 있는 대담이 열렸다.
3월 12,13일 양일 간 “무한발설”이라는 이름의 대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성매매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이다. 성매매 여성들의 비범죄화를 요구하는 당사자 네트워크 ‘뭉치’에서 <일다>에 기고한 대담 내용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 프롤로그 – 당사자의 이름으로 말하고 싶다
① 자발, 비자발 따위는 없다
② 성매매 현장, 상상도 하지마!
③ 피해와 처벌, ‘창녀’라는 낙인
ⓞ 에필로그
‘왜 성매매를 시작하게 되었냐’는 질문에 대해
현행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된 자’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 강제성이 있었거나 원치 않은 성매매를 한 경우엔 처벌하지 않지만, 자발적이라고 판단이 될 경우엔 처벌할 수 있게 되어있다. 대담에 참여한 다섯 명의 회원들은 각자 성매매를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그리고 법 집행과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나누었다.
심통 (성매매 업소에서 15년간 일한 30대 후반 여성): “성매매 업소에 왜 들어갔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마치 비난하는 의도를 가지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때가 많아요. 그 사람들이 원하는 답은 ‘본인이 원해서’라는 거겠죠.
사람들은 성매매가 사회적 문제이고, 성 산업이 확산되는 데에는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걸 직면하고 싶지 않아서 개인적인 문제라고, 너의 문제라고 책임을 돌리고 싶어하죠. ‘왜 성매매를 하게 됐어?’ 라고 물으면, 구조적인 문제는 사라지고 오로지 개인의 불행만을 보게 되죠.”
엠케이 (8년동안 성매매를 경험한 30대 초반 여성): “그런 질문에 대해 대답할 때, 변명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죠. 성매매를 하고 싶어서 했든, 돈을 벌기 위해서 했든, 어쨌든 하게 되었잖아요. 성매매 자체가 문제일 수 있는 건데, 내가 원해서 선택했다고 말하고 나면, 마치 성매매의 문제는 없어지게 되는 것 같아요.”
지음 (4년간 업소생활을 한 30대 초반 여성): “난 업소에 처음 들어갈 때 고민하지 않았어요. 고민을 한다는 건, 여러 가지 기회 중에서 내가 선택을 할 수 있을 때 가능한 거죠. 내 상황에서는 그런 고민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냥 결심하는 거죠. 15살에 집에서 가출하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서, 업주한테 헌팅 당했거든요. 내가 가출한 걸 알고 있는 업주가 ‘우리 가게에서 일하자’ 했죠. 돈도 없고 배도 고파서 들어가게 된 거예요.
처음 시작할 땐 돈도, 성매매도 몰랐어요. 그냥 갈 수 있는 곳이 거기밖에 없어서 들어간 거예요. 그런데 들어가고 난 후로는…. 업소를 옮기면서 선불금이 생기고, 빚이 자꾸 늘고 이러니까 나도 ‘돈’만 보게 되는 거죠. 그 상황을 만든 것이 내 책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자발적으로 그 일을 하는 거였고, 사회적으로는 ‘돈’이 오갔기 때문에 성매매를 한 것에 대한 비난과 책임은 나에게 있는 거였죠.”
엠케이: “나도 지음처럼 성매매를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업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몰랐어요. 몇 시간 남자들과 같이 놀아주면 돈을 번다는 것만 알았죠. 성매매를 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해도, 그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업소에 가는 것밖에 없었어요.
나는 업소에서 일하는 친구의 보증을 섰어요. 그 업주가 찾아와서, 친구가 빚을 못 갚았으니까 네가 대신 일해야 한다고 했죠. 내가 일을 못하겠다면 당장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무서운 거죠. 업주가 집안에 들어와 가지고 얘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당장 돈을 갚던지, 일을 하던지 두 가지 길밖에는 없었어요. 당시에는 그게 최대한 나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었던 거죠.”
바다 (어린 시절부터 15년간 성매매 업소에서 일했다. 현재 30대 중반의 여성): “중학교 2학년 때 폭행 사건에 휘말려 학교를 그만두게 됐어요. 사람들이 구박하고 욕만 하니까 너무 싫었어요. ‘저 날라리 같은 게, 결국 학교도 안가네.’ 이런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스스로 무엇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돈벌이를 찾아보니 15살 나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던 거죠.”
마루 (현재 뭉치의 리더. 6년 동안 성매매 업소생활을 한 30대 중반의 여성): “정말 열심히 일해야 했어요. IMF때 부모님이 정리해고 당하면서 집이 완전히 망해서, 살고 있던 곳에서도 나와야 했어요. 카드 빚이 많은 친구랑 정보지를 봤어요. 정보지에 항상 나오잖아요. 월 3백에 숙식 제공. 그걸 보고서 커피숍에서 만난 사람이 미아리와 광주에서 업소를 가지고 있던 포주였어요. 돈을 빨리 벌고 싶냐고 묻는 거예요. 당연히 빨리 벌어서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하면 되겠지 생각하고 갔는데,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그 때 사귄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나한테 ‘노래방 도우미’를 나가라고 하는 거예요. 거긴 매일매일 돈을 주니까, 두 달 정도 했어요. 그랬더니 남자친구가 좀더 안정적으로 일을 하자고 하는 거야, 남자친구가 성매매 업소로 경로를 밞아 준 셈이죠. 그 시기에는 내가 믿고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까, 하자는 대로 한 거예요.
정보지를 보고 ‘음악홀’이라는 데를 갔어요. 일종의 룸살롱 같은 곳인데, 그러면서 업소생활이 시작된 거죠. 처음엔 테이블 서비스만 하겠다고 했는데, 빚이 조금씩 늘어나니까 당연히 2차를 나가야 했던 거지요. 남자친구한테 2차 나간다고 엄청나게 맞고.”
심통: “참, 남자들은 2차 나간다고 때리기는 엄청 때리고, 여자가 돈 벌어오면 같이 쓰고, 욕은 욕대로 하면서.”
마루: “그때는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었어요. 2차 간다고 때리는 것도, 나를 너무 아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죠.”
심통: “판단을 제대로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닌 거야, 사람이 불리한 상황이 되면 애써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게 있잖아요. 지금 와서 얘기하면 그때는 ‘내가 미쳤지’ 라고 생각하게 되지만, 당시에서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선택이 그것밖에는 없었던 거예요.”
“가장 무서운 일은 ‘길들여진다는 것’이에요”
심통: “나는 남자친구가 팔아서 업소에 갔는데, 빨간 불빛이 보이는 집결지니까 이게 성매매를 하는 곳이구나 하고 알 수 있었죠. 3백만원을 벌 수 있다고 해서 이상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런 곳인 줄은 몰랐어요.
나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항상 비난 받는 아이였어요. 항상 맞고, 뭔가 부족하고, 내쳐지는 아이였는데, 거기선 나한테 어리고 예쁘다고 하니까…. 처음엔 집보다 더 좋았어요. 손님 중에 정말 이상한 사람도 있었지만, 나보고 ‘넌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쁘고, 다 예쁘다’고 말해주니까, 내가 가치 있다고 느껴졌어요. 성매매를 하는 건 너무 힘들지만, 업주가 나 때문에 장사가 잘 된다고 대우해주는 게 너무 좋았었죠. 그땐.”
지음: “한 4년 정도 일했을 때, 이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막연하게 학교는 졸업하고 싶었지만, 그게 유일하게 바깥세상에 대한 꿈이었고 이 안에서 이렇게 살다 말겠지 싶었죠. 다른 가능성은 포기하게 되고, 업주가 농담처럼 나중에 가게를 차려주겠다고 하니까, 그 말이 꿈이 되더라고요. 매일 속 아프고 이런 건 힘들지만, 나중에는 업주처럼 아가씨 관리하고 가게 운영하면서 돈도 벌겠다는 꿈이요.”
심통: “지음 말대로 성매매 업소에 가게 됐을 때, 어차피 집에서도 맞고, 밖에 나가도 잘데 없어서 끌려가 강간을 당하는데, 여기가 오히려 돈도 벌고 안전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1년 정도 지나니까 18살에 퇴물취급을 하는 거예요. 손님들을 가리지 않고 막 넣는 거예요. 업주는 더 이상 예뻐해 주지 않고 말 그대로 물건처럼 취급을 했어요. 손님한테 맞아도 내 탓이라고 하고, 그런데도 나갈 수가 없으니 그냥 포기한 채 산 거죠.”
지음: “성매매가 ‘성노동’이라고 한다면 1년 일하면 기술도 늘고 더 좋아져야 하는데, 넌 왜 그러냐고, 돈도 더 못 받고. 그래서 3개월 단위로 아가씨들 생명을 끊는 거죠.”
엠케이: “성매매 업소는 오래 있을수록 오히려 뒷방 신세고, 진상 처리 반이 되는 거죠.”
바다: “나도 초창기에 상품 가치가 있을 때는 달 수가 짧았었지. 여기저기서 데려가려고 하니까요. 그런데 그 시기가 지나면 받아주는 것도 고맙게 생각하라고 해요. 내가 마지막으로 간 곳에서 5년을 있었어요. 나는 성매매특별법 생기고 업주랑 아가씨들 데모가 시작되면서 거길 나왔는데, 그 순간까지 왜 거기 있었냐 하면요. 거기가 좋아서가 아니라, 옮기면 더 험한 대우를 받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어요.”
심통: “성매매 업소에 들어간 이후에도 매순간 다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하지만요. 그 생활 안에서는 그 업소에 더 있을 것인가, 다른 업소로 갈 것인가에 대한 선택만 계속 있을 뿐이에요. 그런 선택조차도 내가 할 수 없었던 경우가 더 많았지만.”
마루: “업소를 옮길지, 남을지 선택할 수 있는 기간도 단기간이죠. 나중에는 누가 나를 선택해주기를, 운이 좋아서 지금보다는 좋은 데 가기를 희망하는 게 전부였어요.”
지음: “성매매를 하게 되면, 똑똑하든 말든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22살때부터 점집을 한다는 여자한테 엮여서 7년을 이용당했던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경찰은 도무지 이해를 못했어요. 업소도 아니고 점집을 하는 자매에게 계속 이용을 당했으니까요. 직장생활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자기 판단이 있었을 텐데, 구매자가 신고해서 나오기 전까지 자기 발로 매번 전화방에 연결된 전화를 받고 나가서 성매매를 한 거였죠.
포주 노릇했던 그 가족들은 그 친구가 말랐다고 돼지기름을 먹이고, 신들렸다고 때리고, 빚을 만들어 올리고, 또 이 빚을 갚으라고 장기를 팔자고 데리고 다니기도 했어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걸 당하는 사람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잖아요. 근데 정말 멀쩡한 사람이란 말이죠. 그런데 왜 그랬을까, 그건 ‘길들여지는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게 가장 끔찍한 거에요.”
심통: “나도 그랬던 것 같아요. 처음에 들어갈 때는 내가 아직 어리고 상품가치가 있어서 당당하다고 생각했는데 1년, 2년 지나면서 빚을 갚거나, 돈을 벌기 위해서는 업주들 말을 잘 들어야 했어요. 어쨌든 살아남고, 그 사람들이 말하는 ‘이상한 섬’으로 팔려가지 않으려면 그 사람들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거죠. 시간이 지날수록 그곳의 방식에 길들여졌던 거예요.”
성매매 공간의 두 권력, 포주와 경찰 사이에서
지음: “나는 미성년자일 때 업소에 들어갔으니까, 업주들이 단속을 대비해 도망가는 연습도 시켰어요. 한번은 업주들이 시험 삼아 민방위훈련처럼 단속 나왔다고 했는데, 홀복 입고서 추워서 덜덜 떨면서 열심히 도망가다가 심하게 다쳤어요. 그들은 장난으로 그랬다는데 얼마나 화가 나던지.
그런데 실제로 경찰들이 와도요, 다 보이는 곳에 숨어 있어도 대충 둘러보고 ‘진짜로 없네’ 말하고 그냥 가버려요. 거의 현금장사고 업주가 돈이 많으니까 일부러 오는 거였어요. 경찰이 돈만 받고는 ‘이 집은 장사도 안 되는 구만’ 하고 가는 거야. 우리는 예의상 도망가주는 거죠.”
심통: “한번은 집결지에 있을 때, 그랜저가 서더니 나한테 ‘야! 망치집이 어디냐’ 했어요. 순간 기억이 안 나서 모르겠다고 했더니 옆집언니가 알려줬어요. ‘망치’는 어떤 업주 별칭이었는데요. 그 업소에 가서 덩치가 산만한 남자들이 내리더니 다 부수고 난리가 난 거예요. 그런데 다음날 그 집을 가르쳐준 언니가 차로 끌려가서는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그때 내가 알려줬더라면 나 지금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몰라. 경찰들은 그런 때는 전혀 나타나지도 않아요.
또 진상 손님이 있어서 그 골목에 삼촌들이 (손님을) 때리면, 경찰차가 와서 ‘손님, 이런 데서 자면 안 된다’ 하면서 털어주고 그냥 가버려. 비 오는 어느 날 내 눈앞에서 군복 입은 남자가 삼촌들한테 맞아서 머리가 깨지고, 거리가 피바다가 됐는데 한참 있다 경찰이 왔어요. 그 사건은 어디에도 안 나오더라고요. 말 안 듣고 사고치는 여성들도 산에 묻히고 그랬어요. 그래도 누구도 알 수가 없는 거에요.”
바다: “그래, 솔직히 사라져도 찾을 수가 없죠. 어디 찾아주는 사람이 있나. 집 나간 거 한두 번도 아닌데, 하면서 부모가 찾지도 않고. 그럼 죽어도 모르는 거죠.”
심통: “한번은 아침에 펑 소리가 난 거예요. 어떤 업소에서 지하에서 애들이 가스를 불다가, 아무 생각 없이 담뱃불 붙이려던 중에 그런 일이 난 거였어요. 그때 문제가 된 게요, 그 건물에 창문이 떨어졌는데 애들이 있던 곳은 사방이 벽이었던 거죠. 내가 당시 18살이었는데 그 업소에 있던 애들은 13~14살이었어요.
‘감금’되었던 거라고 누가 제보를 했나 봐요. 촬영을 한다고 방송국에서도 나왔었거든요? 근데 뉴스에는 한 곳도 안 나왔어요. 그 일로 세 명이나 죽었는데…. 모두들 업주가 돈으로 무마했을 거라고 했죠.”
엠케이: “그렇게 묻힌 죽음이 얼마나 많겠어, 내가 일하던 룸살롱에서도 모텔침대 밑에서 아가씨가 시체로 발견되고, 그런 일들 많았어요.”
단속보다 겁나는 건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일
마루: “경찰이 단속을 할 때는 일을 쉴 수 있어서 좋기도 했어요. 단속에 걸렸을 때가 문제죠. 단속에 걸리면 호적에 빨간 줄 그이고, ‘윤락녀’라고 집에 연락이 간다고 했었으니까. 한 번도 걸려 본적은 없지만, 그 모든 얘기를 업주한테 들었죠.”
심통: “나도 단속에 걸린 적은 없는데, 언니들이 경찰 단속에 걸리면 업주가 가서 빼주잖아요. 업주가 아가씨들한테 ‘내가 경찰에 잡혀가면 너희를 못 빼주니까, 네가 스스로 원해서 갔다고 이야기를 해!’ 라고 말하도록 시켰죠.”
엠케이: “나 일할 때는 업소 대기실에 보건소 사람이 와서 성매매와 성병에 대해 교육해주고 그랬어요. 2차가 불법인데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건 업주들이 참 힘이 있구나 라고 생각했죠.”
바다: “집결지에 있을 때 일이에요. 경찰하고 여성상담을 한다면서 누가 와 가지고, 혹시 인신매매로 잡혀 왔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런 내용으로 상담증이 나와야 보건증을 만들 수 있다면서요. 참 황당한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심통: “내가 일하던 지역에서는 ‘파출소 소장이 1년 안에 집을 못 사면 병신’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관할 소장이 지나가다가 새로운 아가씨가 세 명이 보이면 업주한테 ‘아가씨 세 명이 있네~’ 라고 말해요. 이건 세 명분만큼 더 돈을 내라는 뜻이에요. 보호비인 셈인 거죠.”
지음: “경찰 단속보다 더 겁나는 건, 업주들이 만드는 ‘블랙리스트’였어요. 다방에서 배달을 갔을 때, 손님이 사진이 들어있는 얇은 책자를 보여주는데 내가 아는 언니 사진이 있는 거예요. 개인 신상이 다 나와 있고, 그게 바로 블랙리스트였어요. 사진 밑에 이름, 나이, 주소가 다 맞게 적혀있었어요. 선불금하고, 어디 가게를 거쳤는지, 주 종목이 다방인지 어떤 업소 형태인지 다 적혀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해결사 같은 애들이었던 거지. 다른 지역에서 아가씨를 잡으러 온 거였죠. 진짜 무서운 거야, 나도 그렇게 실릴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드니까요.”
엠케이: “내가 있던 룸살롱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업소마다 돌려서, 대기실에 있는 걸 보게 되었는데 그 명단에 초등학교 동창이 있는 거에요. 처음에는 정말 그 아이가 맞나 했는데, 그 애는 빚이 백 만원밖에 없었어요. 그래도 도망가는 애들은 모두 거기 올리는 거지.”
마루: “업주들이 겁주려고 한번씩은 그래요. 업소에서 도망간 아가씨를 잡아오면 세워놓고 때리고, 잡으러 다닌 기간만큼 해결사 비용까지 얹어서 섬으로 팔아 넘긴다고. 그걸 보고 누가 도망 간다는 생각을 가지겠냐고.”
바다: “업소 생활하면서 아무리 힘들어도 경찰에 신고해야겠다고 생각한 사람은 우리 중에도 아마 없을걸요? 그 때는 ‘유착’이라는 생각조차 못했어요. 경찰이 특별히 업주랑 친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어느 지역 경찰서든 업주들이 돈으로 다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내가 돈도 없고, 배경도,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까, 아가씨들 입장에서는 어떤 일을 당하더라도 경찰이 내 편을 들어줄 리는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원문 보기] http://ildaro.com/sub_read.html?uid=6308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만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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