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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합창처럼 함께 키우는 것”

<오렌지 가스펠> 창립자 우치키 교코를 만나다



일본에는 아동학대와 방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그 피해를 없애기 위해 활동하는 <오렌지 리본 캠페인>이 있다. 이 캠페인을 가스펠을 통해 알리는 ‘오렌지 가스펠’을 기획한 여성이 있어 만나보았다. 뉴욕에 사는 음악프로듀서 우치키 교코 씨(53세).

 

미국인남편의 폭력과 충격…그 이후


원래 음악 관련한 일을 하던 우치키 씨는 2000년경부터 뉴욕의 가스펠 공연을 일본에서 개최하는 일을 해왔다. 이 시기는 그가 이혼을 하고 싱글맘으로서 재출발하던 무렵이었다.


▶ 오렌지 가스펠 창립자 우치키 교코 씨  ⓒ촬영:오치아이 유리코

 

어린 아들을 양육하며 일본과 뉴욕을 오가는 바쁜 나날을 보내던 교코 씨, 어느 날 한 미국인 남성을 만나 재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2004년에 미국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결혼식 바로 다음 날부터 남편의 태도가 돌변했다.

 

남편의 행동이 ‘가정폭력’이라는 걸 처음으로 지적해준 사람은 비자 관련 상담을 해주던 여성변호사였다. 아내에게 비협조적인 남편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변호사는 말했지만, 우치키 씨는 이를 부인했다. 가정폭력 사건에서 대부분의 경우 아내가 남편의 폭력을 인식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변호사는 “다음에 다툼이 생기거든 경찰을 불러라”라고까지 얘기했지만, 설마하고 흘려들었다.

 

결혼한 부부의 관계가 안정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법. 그저 문화가 다른 두 사람 사이에 국제결혼으로 인한 삐걱거림이겠거니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섣달 그믐날 밤, 여느 때보다 심한 말다툼 끝에 변호사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집으로 들이닥친 경찰이 “당장 가방에 짐을 싸서 나가라”고 말했을 때, 대체 무슨 소린가 싶었다. “전혀 자각을 못했던 거죠. 왜 내가 나가야 하지? 나가다니, 아이를 데리고 어디로 가라는 거지?”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집집마다 새해맞이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들이었다. 지인 한 명 한 명에게 전화를 돌린 끝에, 마침내 한 동료의 집에서 신세를 졌다.

 

음악을 통해 아동학대 예방 메시지를!

 

어찌어찌 살 곳을 마련한 후에는 심각한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혼소송 재판이 길어진 것도 그 원인이었다. 긍정적인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치키 교코 씨는 꿈도 희망도 가질 수가 없었다. 결국 가정폭력피해자 지원단체를 만나 상담을 받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인터넷으로 가정폭력에 대해 찾아봤다. 대체 왜 가정폭력이 일어나는지, 피해자와 가해자는 어떤 사람들인지…. 조사하면서 폭력의 가해자였던 남편도, 어쩌면 어릴 적에는 폭력의 피해자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치키 씨는 그 후 서서히 우울증을 극복했다. 그리고 자신이 미국으로 건너갔을 즈음에 일본에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오렌지 리본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 오렌지 리본과 가스펠을 합쳐 오렌지 가스펠을 하면 어떨까. 뭔가 하늘의 계시 같았어요.”

 

우치키 씨는 생각하면 바로 움직이는 성격, 바로 아동학대방지 네트워크에 연락을 했다. 그리고 음악을 하는 동료들의 힘을 빌려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시작했다.

 

‘오렌지 가스펠’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은 “아이는 합창처럼 모두 함께 키우는 것”이라는 메시지이다. 일본의 엄마들은 다들 고독하다. 누군가가 조금만 말을 걸어준다면 그만큼 마음이 편안해질 텐데…. 가정폭력을 당한 자신을 많은 지원자들과 친구들이 도와줬던 것처럼, 아이 키우기에도 사람들의 ‘오지랍’이 중요하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2010년부터 ‘오렌지 가스펠’ 공연을 주최하면서 4년차까지 거의 자비로 일했고, 매년 천만 원 이상 적자가 났다. 마침내 통장 잔고도 바닥이 났다. “이제 그만둬야겠다” 하니, 이전에 ‘오렌지 가스펠’ 행사에 참여했던 여성들 그룹과 각지의 활동단체들이 “돈은 어떻게든 마련해볼 테니 계속하자”고 힘을 보태주었다. 유명한 가스펠 아티스트와 뮤지션들이 출연하며 5회 차도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가스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기한 음악

 

우치키 교코 씨는 우연찮은 기회에 음악프로듀서가 되었다.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배웠지만, 프로 음악가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해 호텔에 취직했다. 프런트에서 손님을 맞는 일을 하다가, 우연히 그 호텔에서 체류 중이었던 여성 음악프로모터가 이야기를 걸어왔다. 그 말에 ‘솔깃해져서’ 전업. 지금은 그때 일도 “신의 계시”처럼 여겨진다.

 

교코 씨는 옛날부터 서양음악과 그림을 좋아했다. 클래식보다는 가스펠과 깊은 연관이 있는 재즈나 블루스 장르에 매료되었다. 20대에 기독교인이 되었지만, 가스펠은 종교나 종파와 상관없이 모두의 노래라고 생각한다.

 

“가스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기한 음악이에요. 처음 온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같이 부르곤 하죠. 아기부터 어르신, 스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오렌지 가스펠’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합창이 되듯, 아이도 모두 함께 키우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가진 ‘오렌지 가스펠’, 올 가을 투어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되길 바란다.  ▣ 우메야마 미치코 글. 고주영 번역. <페민> 제공 /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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