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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과 범죄를 은폐하는 ‘권위’구조

처음 교회의 문을 들어섰던 것은 초등학교 3학년 즈음 이맘때쯤 여름성경학교였다. 당시 나를 교회로 이끌었던 것은 성격학교 선생님의 상냥한 얼굴도, 하나님도, 천국도 아닌, 설탕이 먹음직스럽게 발린 꽈배기 도넛이었다.

간식거리에 혹해서 시작된 신앙생활은 사춘기를 거치는 동안 성서를 탐독하고 방언 같은 은사도 경험하면서 꽤 진지한 고민으로 바뀌어갔다. 인생을 신앙을 위해 바치겠다는 결심을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 2학년 즈음, 나는 미련 없이 교회문을 나섰다. 교회 안에서는 답답해서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지 마세요. 아침에 남편이 일어나기 전에 항상 먼저 일어나서 단장한 모습으로 남편을 맞으세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노예로 끌려가 고난을 당한 것은 하나님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설교시간이면 성차별, 인종차별적인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말들은 ‘실수’도 아니고, 설교시간에만 그치는 수사들도 아니었다. 목사님들의 사고방식과 교회문화 자체가 그러했다.

교회를 청소하고, 꽃으로 꾸미고, 식사를 준비하고, 곱게 한복차림으로 행사를 돕는 것은 늘 여신도들의 몫이었지만 교회 안에서 여성은 언제나 ‘죄악’의 상징이고, 나서서는 안 되는 ‘열등한’ 존재였다.

‘심판의 날’과 ‘사탄’을 이야기하는 교회

무엇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교회는 목사를 중심으로 수직적인 위계구조를 가지고 있고, 여기에 거대한 종교적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 “순종”을 종교적 덕목으로 내세워 목사의 말을 “의심”하지 말 것을 요구한다. 비판하는 목소리는 “믿음이 부족”하거나 공동체를 흔드는 악마의 목소리처럼 치부됐다.

또한 절대적 순종을 강요하는 것은 신자들에게 공포와 두려움을 심어주면서 더욱 강화된다. 교회에서는 늘 “심판”과 “시험”에 관한 말을 한다. 항상 시험에 들지 않게 조심하라. 마귀가 들면 어떻게 된다 하는 말들.

초,중학교 시절 교회를 가면 휴거의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666"이며 바코드가 찍힌 사람들이 심판을 받는 무서운 그림들을 주일성경학교 시간에 보면서 어린 마음에 얼마나 무서웠던지. 이성적 판단은 마비되고 단지 두려움과 공포만이 남아서 머리 속에는 ‘아, 시키는 대로 잘해야겠구나’라는 생각만 떠올랐다.

끊임없이 죄책감을 갖게 만들며 공포감을 키우는 것은 사람들의 합리적 판단과 올바른 행위를 방해한다. 죄를 일깨우는 것은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수 있게 만든다는 의미가 되어야지,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하는데 사용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는 일 아닌가.

교회 안에서 목사의 말이 마치 신의 말처럼 되어 있고 이를 어기면 사탄의 시험을 받는 것처럼 인식되는 가운데, 비판은 애당초 제기되기 힘들다. 경우에 따라서 성폭력과 같은 심각한 범죄가 저질러져도 은폐되거나 ‘사탄’논리를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로 둔갑하는 경우도 생긴다.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곳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지옥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가능하게 하는 수직적 위계와 “공포 정치”는 성서 어디를 봐도 “예수님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예수님이 전해주신 가치야말로 약자에 편에 서는 평등과 평화가 아니던가?

교회는 반전, 비폭력의 정신을 가져야

지금 이 시각에도 종교의 이름으로 폭력과 전쟁이 정당화되고 있다. 어마어마한 무기를 하늘에서 쏟아부으며 사람을 살상하고, 국가의 주권을 침탈하면서도 종교를 앞세우고 있다. 교회들은 ‘사랑과 평화’를 입으로 외치기 이전에 먼저 교회 안의 내의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질서를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또, 교회라는 공간에서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일어나는 성폭력과 폭력 행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는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은 폭력과 전쟁에 대해 저항하고, 비폭력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교회의 마땅한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다] 박희정 일다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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