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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성폭력, 교육자의 역할을 묻는다
아동성폭력, 안전하지 않은 사회⑥
 

올해 초 경상북도 교육청에는 포항 00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이 보고됐다. 지적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5학년 은지(가명, 지적장애 2급으로 추정)가 방학기간에 지역의 십대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건은 은지의 담임교사였던 김태선 교사에 의해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알려졌다. 현재 김교사는 타 지역으로 전근을 간 상태이며, 은지는 다른 지역의 한 쉼터에서 생활 중이다. 은지어머니 역시 지적장애 3급으로, 은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태선 교사가 사건 발생 후부터 지금까지 외부 전문기관들과 연계해 ‘은지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호소하고 있는 형편이다.
 
사건해결의 단계마다 “제대로 일이 처리되는 곳이 없어”
 
▲ 은지의 담임이었던 김태선 교사    © 일다
김태선 교사는 은지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병원을 찾아 다닌 그 순간부터, 사건해결의 매 단계마다 “제대로 일이 처리되는 곳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학교사회나 경찰, 관련 전문기관 등이 피해아동의 인권보호를 중심에 두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 사건은 경상북도 교육청에 정식으로 보고된 케이스인데, 상부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아이의 안전을 고려해 해당교사에게 지시를 내리기는커녕, 사건을 보고한 교사를 매장시키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거든요. 대부분은 학교에서 덮어버리는 식으로 끝내버리고 하니까. 제가 담임을 맡고 있을 때 은지 건으로 교장선생님께 상의를 드렸더니 ‘고아원에 보내버려라’ 하셨고, 성폭력 사건이 터져 교장선생님께 보고했더니 ‘내 이래 될 줄 알았다’  하고 나오시다가, 이후에는 도에서 함구령 내렸기 때문에 입 다물어라 하더라구요.”

 
은지에 대해 냉담한 반응을 보인 것은 학교사회뿐만 아니다. 성폭력 피해아동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할 전문기관들조차 피해아동에 대한 긴급조치와 보호 등을 등한시하긴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자기 자식이라면 이렇게 할까요? 올 1월 방학기간에 은지가 지역의 청소년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건, 은지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은지 작은어머니가 가장 먼저 알았고, 이 사실을 포항검찰지청의 피해자지원센터 사무국장에게 1월 30일에 전화로 신고했다고 해요. 상식적으로 성폭행사건이 발생하면 기관은 먼저 피해자를 보호하고 병원에 데려가서 치료와 안전한 조치를 취해야 하잖아요. 근데 2월 1일까지 무려 3일 동안 아무 조치와 치료를 하지 않았다는 거에요. 제가 2월 1일 오전에 해외에서 귀국해 돌아와, 2월 1일 밤에서야 같은 학교 선생님의 도움으로 은지를 데리고 대구의료원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안전한 곳에 보호했습니다.”

 
김 교사는 “3일 동안 사건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분들이 너무나도 야속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경찰은 더 하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은지를 강간한 학생이 이 사실을 며칠 동안 자랑스럽게 친구들에게 떠들고 다녔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동네에 떠돌아다니는데도, 현재까지 “수사는 오리무중”인 상태라는 것.

 
“처음에는 1월에 당한 일만 얘기했어요. 동네 오빠들, 동네 아저씨 1명, 총 4명이었죠. 저는 범인들을 금방 잡을 줄 알았어요. 현재 수사는 오리무중이고, 장애나 어린이를 상대로 전담하는 팀이 전무하다 보니까 수사 과정이 쉽지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에게서 진술이 나오는 게 중요하겠다 싶어서, (은지가 있는) 대구 올라가서 물어봤더니, 그날 3명, 4명 정도에 대한 진술을 확보했어요. 그런 다음에 3월 17일 경 또 올라갔더니, 갈 때마다 진술이 더 자세해지는 거에요. 대신 사람 이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몰라요. 해바라기아동센터에서 진술받았거든요. 거기 간호사가 하는 얘기가 ‘선생님, 오늘은 예전보다는 일관되게 3명에 대해 진술이 나왔어요. 곧 수사 의뢰 하겠습니다’라고 해서 범인이 곧 잡힐 줄 알았어요. 어느 정도 안심하고 있었는데, 그 다음에는 진술하니까 또 잘 안 된다고 연락이 왔더라구요. 경찰이 한번 왔는데, 거의 한두 마디 끌어내는데 몇 시간이 걸렸대요. 또 토요일 퇴근하고 바로 올라가서 ‘너 이제 말 안하면 00(아이가 사는 지역)으로 다시 와야 해’라고 했더니, 더 자세하게 얘기하는 거에요. 저는 경찰 앞에서도 얘기할 줄 알았는데, 경찰이 물으니까 거의 진술을 못하잖아요. 이래서 지적장애인과 어린이를 상대로 하는 전담팀이 절실한 것 같아요.”

 
현재는 은지 어머니를 성폭행하고 이후 은지 어머니 앞에서 은지까지 성폭행한 것으로 경찰에서 지목을 받은 동네 버스기사 또한, 은지어머니와 합의를 진행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아이, 은지에 대한 성폭행 사건은 이렇게 유야무야 덮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는 함구령 내려왔으니 무조건 입 다물라는 거에요”

 
▲ 김태선 교사는 학생의 안전에 대한 학교의 역할을 묻는다.  © 일다
대구 초등학교 집단성폭력 사건에서 봤듯이, 포항 성폭력 사건에서도 지역사회와 학교사회에서 똑같이 진행되는 일이 하나 있다. 피해아동과 담임교사에 대한 ‘집단 따돌림’과 온갖 협박과 루머. 이것은 성폭력 사건의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학생의 성폭력 사실을 알게 되어 교장과 교육청 등 상부 교육기관에 보고하고, 피해학생을 보호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담임교사를 지역사회와 학교가 소위 ‘가만히 두지 않는다’는 것. 이유는, 위로부터 내려온 ‘조용히 하라’는 함구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또한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과 대책을 요구하는 등 ‘시끄럽게 굴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은지 사건’이 있고 난 후부터 교장으로부터 “교사 자질이 없다”는 등의 평가와 함께, 근거 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에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고 있다고 호소했다.

 
“교장이 하지 말아라 하면, 하지 말아야 하고. 입 다물어라 하면 입 다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교육이 되겠어요. 도 교육청에서 함구령이 내려왔기 때문에 무조건 입 다물어야 한다는 거에요. 교육부에서 상벌규정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이런 일 생기면, 적절하게 조치 안 한 사람 처벌 들어가고, 적절하게 조치하는 사람 상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니까 무조건 덮으려고만 하죠. 교장이나 교사가 근무하는 건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을 위해서고 아이들을 위해 존재하는데, 소모적으로 몇 달 동안 이런 일로 신경을 쓰게 되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 힘든 거에요.”

 
김 교사는 이번 성폭력 사건을 통해 “현 교직 분위기가 아이들의 안전이나 교육은 둘째치고, 오로지 승진과 교장 근무평가에만 매달려 사는 분위기”라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았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현재 현 교육계의 성폭력 의식 및 승진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가 은지네 건으로 이곳 저곳에 상담을 하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고 하니깐 주변 선생님들은 제가 인사 상의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하는 분들이 많으시더군요. 저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 고맙지만,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교원이지만, 한국사회의 교원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인지에 대해서 놀라울 따름입니다. 또 모든 학교경영이 교장의 뜻대로 처리되기에 성폭력예방교육을 하자고 해도 교사들의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교장이)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거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사회는 달라져야 한다

 
올해 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두 아동성폭력 사건. 대구초등학생 성폭력 사건과 포항 초등학생 성폭력 사건은 놀랍게도 비슷하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종결되고 있다.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무마하고’ 끝을 내고 싶어했던 어른들이 원했던 바대로 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태선 교사는 학교사회에서 성폭력 사건을 “무조건 무마하려는 분위기”는 교사들의 인식문제뿐 아니라 “승진과 교장의 근무평가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는” 학교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학교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어른들의 인식과 그들이 만든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구성원인 아이들의 인권과 안전을 위한 대책은 요원해 보인다.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이 날이 갈수록 말이 안 되는 상황이 벌어져요. 그러나 선생님들은 관심을 가지세요. 왜냐하면 교직분위기 뻔히 아시고 교장, 교육청, 교육부의 처사를 뻔히 아니까. 만약 이 정도까지 됐는데, 결국 달라지는 것 하나도 없이 잊혀져 버린다면 다들 ‘그래 해 봤자다, 더 조신하게 살자’ 이렇게 되어버릴 거에요. 옆에 선생님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저는 더 움직여야 하고, 더 얘기해야 해요. 힘 없는 교사들이지만 아이들을 위해 힘을 모으면 결국 변화가 일게 되지 않을까요?”

 
김태선 교사는 “아직도 은지가 가족과 떨어져서 지내고 있고, 이 장애가족의 삶은 여전히 위태한 상황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복지의 현 주소가 아닌가 싶다”며, 장애아동이 겪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사회가 관심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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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0 [12:30] 여성주의 저널 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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