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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개발, 이익과 피해의 ‘불평등’
<여성주의 저널 일다> 이태화
지난 4월 20일 멕시코만의 해상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하면서 해저에서 엄청난 규모의 원유유출이 석 달 가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사고가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재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양석유시추의 위험성에 대해 국제환경운동단체들은 꾸준히 경고해 왔습니다. 이 경고를 무시하고 연안 해역 석유시추를 확대 허용한 美오바마 정부는 이번 멕시코만 사태로 인해 심각한 여론의 비난에 직면해 있습니다.
무분별한 개발이 가져온 파괴적 결과인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은, 당장 생태·환경에 미칠 영향을 포함해 우리에게도 여러 시사점을 던지고 있습니다. 또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도 이 원유유출사건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다>에서는 멕시코만 원유유출 사건 깊이 읽기를 통해 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원인과 배경, 현재의 상황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과제에 대해 함께 살펴보려고 합니다. 필자 이태화씨는 미국 델라웨어 대학교 에너지 환경정책 센터에서 환경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편집자 주]
미국 Texaco의 ‘아마존 원유유출사건’과 대비돼
▲ 현재 유출된 원유로 오염된 지역. 오염 지역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BP(British Petroleum)사의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건은 현재 원유유출과 관련된 가장 큰 사건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영국에 본부를 둔 BP에 엄청난 금액의 보상금을 요구했으며 BP는 현재 이를 대부분 수용할 계획이다.
한편, 이 시점에서 멕시코 만의 원유유출건과 관련하여 또 다른 원유유출로 엄청난 피해를 입어온 사람들과 생태계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의 멕시코 만에서의 기름유출사건은 국제적인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으나, 에쿠아도르의 아마존 열대림에서 미국 석유기업인 Texaco(이후에 다른 미국석유회사인 Chevron에 합병되었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고의적으로 기름유출을 해서 석유와 관련된 가장 큰 환경재앙을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는 세간의 이목이 거의 집중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BP에 대한 강력한 보상요구는 미국의 석유기업인 Texaco가 일으킨 원유유출 피해에 대해서 에쿠아도르 토착민들의 보상요구에 대한 반응과 극적으로 대비된다.
Texaco는 에쿠아도르의 아마존 북쪽 지역에 300개 이상의 유정을 파고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지난 18년 동안 석유개발을 해왔었다. 석유개발이 진행된 대부분의 지역은 처참하게 오염되었으며, 지역 토착민들이 수대에 걸쳐서 경작해오던 땅과 어업에 종사하던 강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지역주민의 삶과 문화는 파괴되었다.
이 미국회사는 고의적으로 석유개발의 부산물 몇 십억 갤런을 미국 로드아일랜드크기의 열대림과 강에 유기했었다. 또한 약 1천 7백만 갤런의 석유가 송유관에서 유출되어 그 지역을 오염시켰다. 이로 인해 독극물이 땅과 지하수를 오염시켰고, 수백만 큐빅비트(가로, 세로, 높이 1피트의 입방체)에 해당하는 가스와 폐석유가 대기 중으로 타오르며 공기를 오염시키고 ‘검은 비’를 생성시켰다. 이 미국회사는 1990년대 초반에 그 지역을 떠난 이후로 아직까지도 심각한 피해로 고통을 호소하는 에쿠아도르 토착민들에게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고 있다.
미국이 BP사로 하여금 멕시코만 원유유출에 대한 피해보상을 최대한 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피해보상이 더욱 더 정당한 요구가 되려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부당국, 미국 석유에너지 업체 그리고 미국시민들은 자국 석유회사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약자인 다른 나라에서 행한 행위들에 대해서도 눈을 감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경재앙의 직접적 피해는 해당 지역주민이 받게 돼
▲ 초콜렛 시럽처럼 바위를 뒤덮은 원유. © Kate Davison / Greenpeace
독일의 사회학자인 울리히 벡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가 무한풍요를 지향함으로써 인간의 평상적 지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나는 ‘위험’을 끊임없이 생산해 내는 ‘위험사회’라고 하였다. 그가 묘사한 현대의 위험들의 특징들 중 대표적인 것들로는 우선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에서 봤던 것처럼 ‘위험이 방사선같이 인간의 평상적 지각능력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위험의 분배 및 성장에서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BP의 원유유출사고는 우리가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준다.
먼저 이번 석유유출의 범위와 피해는 우리의 지각능력을 벗어나고 있다. 처음의 원유 유출 예측치는 하루가 다르게 증가되며 그 수치가 변화해 왔다. 어느 누구도 이번 원유유출이 생태계와 우리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공을 들여야 유출된 원유를 다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아무도 알 수 없다.
1989년 엑손 발데즈호의 원유유출 사건이 일어난 지 21년이 지났지만 알라스카의 사고 해안 중 일부는 아직도 마치 원유유출사고가 몇 주 전에 일어난 것처럼 유독성이 강한 상태로 남아있다. 사고가 난 일부지역의 돌이나 바위를 들쳐보면 아직도 그 밑에는 기름덩이들이 깔려 있다.
원유유출의 거대한 생태적 재앙은 크게 보면 우리 모두가 피해를 입을 전 지구적 재앙이지만, 현재 가장 직접적인 피해에 노출된 사람들은 그 지역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소시민들이다. 에쿠아도르의 경우에서처럼, 석유개발로 인해 얻는 이익은 석유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도시와 미국과 같은 다른 나라들이 받지만, 직접적인 피해는 석유개발이 진행되는 현장에 살고 있는 지역주민들이 입어왔다.
한 집단(멕시코만 인근의 주민들이나 에쿠아도르 아마존 열대림에 사는 토착민들)이 다른 집단(미국의 다른 주에 사는 사람들이나 에쿠아도르 이외의 나라에서 그곳 석유를 수입해 쓰는 나라들)에 비해 생태적 ‘위험’으로 인한 영향을 불균등하게 받고 있는 것이다.
‘탈 석유문명 전환’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
▲ 방제작업 중인 루이지애나의 한 해변© Daniel Beltrá / Greenpeace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에는 이러한 불평등한 ‘위험’의 분배가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위험의 불균등, 불평등한 분배를 상기해야 하는 이유는 석유문명을 탈피하고 탈 석유문명으로의 전환을 촉진시키는 ‘양심의 자극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 ‘위험사회’는 일찍이 미국의 문명비평가인 루이스 멈포드가 상징적으로 표현한 ‘메가머신(Megamachine)’위에 기반을 두고 있다. ‘메가머신’은 관료주의, 관료체계, 과학기술, 진보에 대한 맹목적 믿음 그리고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대량생산이 결합하여 만든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이다.
이 메가머신 하에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근본적인 시스템이 만들어진 아이디어 즉 무한한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사회시스템은 오류가 아니라고 확신하고 있다. 설사 생태적인 재앙이 있더라도 메가머신 사회는 곧 기술의 진보로 이 모든 것은 극복되리라고 믿어버리며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태적 재앙을 역시 끊임없이 망각하고 미래는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인다.
이번 재앙을 일으킨 연안 석유 시추 시설의 이름이 딥워터호라이즌(Deepwater Horizon) 즉, ‘심해 지평선’이다. 이 이름은 끊임없이 지평선(Horizon)을 확대하여 그 너머의 세계를 탐험하고 이용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마치 끝없는 서부개척처럼, 지구 밖으로는 우주를 개척하고 지구 안에서는 거대한 바다의 끝없는 심해 저 깊은 곳을 개척하여 인간의 물질적 풍요를 끝없이 만들게 할 자원을 개발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말이다.
결과는 어떠한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지 않은 개척은 거대한 생태적 재앙이 되었다. 이 번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탈 석유문명으로의 빠른 전환을 이루어 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이어진 기사] 제2의 멕시코만 사태는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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