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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의 <신체활동과 여성건강 이야기>4 비만과 다이어트② 
 
[편집자주] 박은지님은 체육교육과 졸업 후 퍼스널 트레이너와 운동처방사로 일을 한 후, 지금은 연세대학교 체육연구소에서 신체활동이 우리 몸에 미치는 생리학적인 영향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운동과 스포츠'라는 영역은 아직까지 여성에게는 척박한 곳이라고 생각해 여성들이 편하고 올바르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개척해나가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의 병’과 비만의 상관관계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사회적 차별의 결과로 나타나는 측면이 강하다. 따라서 이를 치료하기 위한 책임은 개인과 사회가 함께 나누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적 수준에서 스스로의 ‘비만’ 문제에 대한 접근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
 
▲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을 비롯한 심리적, 정신적 이유로 비만이 되기도 한다. © 일다 

 

라이덴대학의료센터 플리아나 루피노(Floriana S. Luppino) 박사는 우울증과 과체중 또는 비만의 종단적 관계를 검토한 15건의 논문(참가자 총 5만 8,745례)을 분석한 결과 우울증과 비만 양쪽의 관련성이 밝혀졌다. 비만한 사람은 우울증 발병 위험이 55% 높아지고 우울증환자에서는 비만이 될 위험이 58% 높아졌다.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은 우울증을 비롯한 심리적·정신적 이유로 인해 과체중과 비만이 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근본적인 치료는 ‘마음’을 고치는 것이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에 초점을 맞춰서 먹지 못하게 막는 데만 급급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꾸 무언가를 먹으려하거나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마음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만 환자 중에 상당수는 우울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삶에 대한 동기부여도 약해서 폭식이나 탐식으로 쾌락을 얻으려고 한다. 이런 경우 비만해지는 것은, 자신이 날씬해질 가치가 없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을 잊고자 하는 것과 관련이 있기도 하다. 낮은 자긍심으로 인해 내적인 허전함을 느끼게 되고 이것에 대한 불안감을 전면에 드러내거나 인정해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려하기 전에 음식과 술로 공허함을 달랜다.
 
어릴 적에 가정폭력에 노출되었거나 성폭력 피해 여성, 출산 후 우울증에 걸린 여성들이 폭식과 식탐으로 인해 비만이 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단순히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심리상담과 정신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음식을 먹음으로써 마음의 균열을 잠시 감출 수는 있지만 이것은 근원적 해결이 아니다. 오히려 불어나는 몸무게를 보며 자신이 몸무게를 통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더욱 불쾌감을 느끼며 자신은 날씬해질 자격이 없다고 자학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러면서 자긍심은 다시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고 또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현되는 ‘불안유전자’
 
필자가 퍼스널 트레이너로 일을 했던 시기에 체형과 외모로 고민하는 많은 여성 회원들이 내게 어떻게 하면 살을 뺄 수 있냐며 상담을 요청했었다. 그때 내가 놀랐던 점은 상당수의 여성들이 어떤 시기에 스트레스와 육체적, 정신적 충격 등으로 인해 식욕을 조절하지 못하면서 갑자기 살이 찐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직장인 여성 A씨는 자신이 갑자기 살이 찐 시기에 새로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남편과의 갈등, 엄마의 암 선고 등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겹쳤다고 했다. 그전에는 친구들도 자주 만나고, 햇빛을 받으며 산책하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점점 밖으로 나가는 것이 꺼려지고, 혼자 TV를 보거나 밤마다 술과 야식을 먹게 되었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살다보니 6개월 만에 몸무게가 10kg 이상 불어났고, 지금은 살이 찌기 전보다 20kg 이상 체중이 더 나간다고 했다. 그러다 친구들의 계속적인 충고와 권유로 전문기관에 상담을 받으면서 조금씩 운동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나와서 나와 책상을 마주보고 앉아 운동방법에 대한 상담을 받기까지는 저렇게 커다란 고비들을 넘겨야만 했던 것이다. 만일 심리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만을 하도록 했다면 A씨는 체중조절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을 것이다. 다행히 A씨는 본인이 의지를 가지고 자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1년이 지난 지금은 건강을 되찾고 씩씩하게 잘 지내고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신경내분비전문의 알론 첸 박사의 연구에 의하면 스트레스를 받으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뇌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발현되는 불안 유전자가 달고 기름진 음식이 입에 당기도록 만든다고 한다. 우울할 때 단 음식이 먹고 싶어지는 것은 이런 생리적 이유도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면 제일 좋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럴 수 있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방법이 신체활동이나 운동이 된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다. 스트레스도 해소하면서 육체적 건강까지 증진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바른 자세로 기초대사량 늘리기
 
비만치료에는 돈과 시간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누군가에게는 “운동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요”란 말이 운동이 귀찮기 때문에 하는 변명이 아니라 정말 진심일 수 있다. 그렇다면 돈도, 시간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비만을 예방·치료할 수 있을까?
 
이런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대사량(BMR)’을 늘리는 것이다. 기초대사량(BMR; 기상 직후, 식후 12~18시간 후, 열중성 환경에서 누운 상태)은 표준화된 조건하에서 측정된 에너지 소비의 비율을 말한다.
 
기초대사량은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에너지량을 나타낸다. 기초대사량은 사무직 직장인이나 신체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의 총 에너지소비의 60~75%를 나타내기 때문에 에너지균형 방정식에 있어 중요하다. 이것이 높으면 높을수록 먹은 음식의 열량을 대사과정에서 더 많이 소비해주기 때문에 사용되지 못한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되는 것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은 제지방량(우리 몸에서 체지방을 제외한 나머지 근육, 뼈, 내장 등의 양)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여성의 경우 이 제지방량이 남성보다 적기 때문에 전 연령에 걸쳐서 상당히 낮은 기초대사량을 보인다. 기초대사량을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운동을 통해 제지방량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고, 평소에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기초대사량을 올릴 수 있다. 앉아서 일을 할 때에도 허리와 배에 힘을 준 자세를 유지하면 근육이 긴장되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또 식사를 하는 중에도 바른 자세로 식사를 하면 위와 장의 부담도 덜어지고 포만감도 더 금방 와서 폭식을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천장에 매달린 실이 머리 꼭대기를 잡아당기고 있는 것처럼 등뼈를 곧추세워 몸이 앞쪽으로 기울지 않게 항상 바른 자세를 갖도록 하자. 이것만으로도 신체는 불필요한 체지방을 태우기 시작한다.
 
무리한 식이요법은 절대금물
 

무엇보다 자신의 몸을 늘 세심히 관찰하고 건강하게 관리하려는 마음 그 자체를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일 나의 몸이 나를 우울하게 하거나 불쾌한 마음이 들게 만든다면 그것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히 생활패턴을 재정립하는 결단도 필요하다.
 
어떤 사람들 중에는 자신은 남들보다 체중이나 식욕을 조절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분들도 있다. 이 경우 렙틴(뇌에서 식욕을 감소시키고 대사를 촉진하는데 작용하는 지방조직 유래 호르몬)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서 렙틴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렙틴 분비에는 이상이 없지만 렙틴에 대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은 대사율이 낮기 때문에 식이요법만 가지고는 체중을 감량하기 힘들고, 체중을 줄여보려고 식이요법을 시도했다가 임상적, 신체적, 심리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따라서 극단적인 식이요법은 장기적인 체중조절 방법으로는 부적합하며, 중요한 것은 신체활동량을 증가시키는 내용을 체중조절 프로그램에 꼭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초고도비만이 아니라면 당신의 팔다리를 토닥이며 매일 조금씩 더 움직이도록 해보자. 몸을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말이다. 꼭 어떤 스포츠클럽에 가입하고,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는 것만이 신체활동은 아니다. 우리가 생활하는 시시각각의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려고 한다면 그것이 활동적인 생활습관인 것이다.
  
▲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TV를 보면서 팔다리를 쭉쭉 펴는 것도 모두 신체활동이고 운동이다.     © 일다

 
흔히 사람들은 ‘운동’이라고 하면 운동복을 차려입고, 땀에 젖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팔다리를 격하게 흔드는 식의 거창한 이미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운동이라는 것이 꼭 다 그런 것만은 아니다.
 
버스에서 한 정거장 전에 미리 내려 걸어가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거나 TV를 보면서 팔다리를 쭉쭉 펴는 체조를 하는 것 모두가 신체활동이고, 운동이다. 무언가 정기적으로 돈을 내거나 한 시간씩의 시간을 투자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마치 습관처럼 평소보다 조금 더 움직이려는 마음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 것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여행을 떠나듯 모험을 하듯 몸을 움직여보자
 
얼마 전 어머니가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오늘 산책을 하는데 내 몸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 근육 한 가닥 한 가닥이 쭉쭉 늘어나며 기지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구나.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는 것을 쉰이 훌쩍 넘어서야 알게 되었구나.”
 
나의 어머니는 몇 번의 자궁수술과 면역력 약화로 인한 피부병 때문에 1~2년 전까지 무척 고생하셨다. 아프시기 전까지는 꼭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을 하셨는데 자꾸 빠지게 돼서 매번 등록비가 아깝다는 말을 하셨다. 그러다 몸이 안 좋아지신 후 겨우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으로 운동을 대신했는데 이 산책이 어머니의 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처음에는 “그냥 왔다갔다 걷는 게 무슨 운동이니. 바람이나 쐴까 나가는 거지.”라고 했던 어머니가 시간이 갈수록 산책하는 시간을 점점 늘리시더니 지금은 2시간 동안 씩씩하게 걸어서 집에서 멀리 떨어져있는 공원까지 다녀오신다. 어머니에게 운동이란 ‘등록비를 내고 운동센터에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몸이 아픈 후로 바람이나 쐴 겸해서 시작한 산책이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운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아직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본인이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어떤 움직임을 아름답다고 혹은 멋있다고 생각하는지 잘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많은 운동을 접한 기회를 차단당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이 어떤 운동을 좋아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몸이 가장 원하는 움직임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듯 모험을 하듯 몸을 움직여보자. [이전 기사] ‘계급병’ 비만, 그 얽히고 설킨 이야기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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