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동백의 시간 시간의 창조① ※ , 을 집필한 김혜련 작가의 새 연재가 시작됩니다. 여자가 쓰는 일상의 이야기, 삶의 근원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 깨달음, 즐거움에 대한 칼럼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오 년을 기다려 꽃이 피었다. 회초리처럼 가느다란 쪽동백 묘목을 심었는데, 오년이 지난 올 봄, 연두 빛 푸른 잎 사이로 길쭉한 진주알처럼 조롱조롱 흰 꽃 봉우리들 맺히더니 드디어 오늘 새벽, 환하게 꽃이 피었다. 노란빛의 수술을 단, 별 모양의 작은 흰 꽃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 년을 기다린 꽃이라니! 꽃 한 송이 보는 일의 감격이 하루 종일 내 안에서 출렁인다. 오년의 시간, 나무의 시간과 나의 시간이 같이 왔다. 어린 나무가 자라서 꽃을 피우는 시간, 그 시간을 같이 지내왔다고 생각하니 가슴..
내가 꿈꾸는 ‘죽음’ 죽어가는 과정을 온전히 살 수 있길 ※ 질병을 어떻게 만나고 해석할 지 다각도로 상상하고 이야기함으로써 질병을 관통하는 지혜와 힘을 찾아가는 연재입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 ‘나의 죽음’을 생각해보는 이유 이른 아침, 이슬 흔적이 확연히 남아 있는 텃밭. 습한 느낌이 오히려 청량감으로 다가오는 시간이다. 확연한 흙냄새와 오이순을 지를 때마다 피어나는 풋내음이 숨 쉬는 게 기분 좋은 일임을 확인시켜준다. 들풀을 뽑고, 몇 가지 씨앗을 추가로 심은 뒤, 텃밭의 숨길과 물길이 잘 흐르도록 가벼운 호미질을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텃밭에서의 노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잠시 눕는다. 그제서야 여기저기 가벼운 뻐근함이 감지되고, 몸의 모든 뼈와 근육은 기다렸다는 듯 일제히 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