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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포항 대책위 '더 이상의 희생 안돼' 핫라인 개통 
 
지난 3월 24일 포항시 남구 상대동의 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27세 여성이 원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작년 7월 초, 나흘간 세 명의 여성들이 연달아 자살한 바로 그 지역이다. 올해 1월에도 대잠동에서 23세 여성이 자살해, 인근 경주까지 포함해 <포항지역 유흥업소여성 자살사건>은 연이어 7건이 줄을 잇고 있다.
 
자살의 이유로 밝혀진 것은 사채, 선불금, 빚 보증 문제에 얽힌 불법행위, 사채업자와 업소 주인의 협박, 성매매 강요, 폭언, 모욕, 괴롭힘 등이다. 이중 어떤 이유가 더 결정적이었는가는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7명의 젊은 여성들이 ‘성 산업’의 착취구조에 시달리다 희생되었다는 점이다.
 
일곱 여성들의 죽음이 말해주는 ‘성 산업’의 실체
 

▲ 성산업 착취구조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위한 추모제 (2010년 7월 25일)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이번 사건의 경우, 죽은 여성은 업주로부터 받은 모욕과 성매매 강요 등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다.
 
이처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주검이 되어 실려나가자, 포항뿐 아니라 전국의 63개 여성단체들이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대응활동에 들어갔다.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포항 대책위’)는 3월 30일 발족과 더불어, 고인이 된 여성이 일했던 유흥업소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힘든 선택으로 그 길에 들어선 순간 차마 되돌릴 수 없는 그 순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반복되는 사채고리와 업주들의 횡포 속에 더 이상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앞으로 더 살아가야 할 이유도 희망도 없는 삶. 그 악순환을 끊는 것이 죽음뿐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고 애통합니다.”
 
추모제에서는 脫성매매 여성들의 자조모임인 ‘뭉치’에서 작성한 추모의 글이 낭독되었다. 티켓다방, 집결지, 룸살롱 등을 전전하며 성매매를 경험한 당사자들은, 자살을 택한 여성들의 죽음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화려한 간판 뒤 소리없는 절규, 언제까지 외면할 건가
 

성매매는 불법 행위이므로 여성의 성을 매개로 한 ‘선불금’은 “갚을 필요가 없다”는 판결이 나오고 법적으로 여성들이 구제를 받게 되자, 유흥업소 업주들은 갖은 편법을 도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들에게 직접 사채를 쓰게 하고, 연대보증을 서게 하여 도망가지 못하게 서로를 감시하도록 만드는 등 꼼짝달싹 못하게 옥죄는 것이다.
 
여성들은 돈을 벌어 빚을 갚으려 하지만 엄청난 사채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고, 유흥업소 측에서 불법적이고 자의적으로 정한 운영방식에 따라 자기 몫의 이윤을 챙기기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들이 이 업소에서 저 업소로 팔리고 또 팔리면서 ‘성 산업의 덫’을 빠져 나오지 못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7명의 여성들은 깊은 절망에 빠진 채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이다.
 
‘포항 대책위’는 이들 여성의 죽음을 “여성인권과 관련한 중대한 사건”으로 바라볼 것을 당부하고 있다. 4월 6일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공동행동의 날> 행사에서는 결의문을 통해, “주변에 널려 있는 홍보 광고물”과 “화려한 성 산업의 그늘”에 가려진 “여성들의 절규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포항 대책위는 포항시 측에 “업소들의 영업 방식과 운영 행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행정 조치를 촉구했다. 또한 경찰과 검찰 측에도 사채업자뿐 아니라, 유흥업소 업주, 그리고 배후에 있는 유흥가 “조직”의 실상을 드러내어 성 산업의 착취고리를 밝혀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밀보장 ‘핫라인’ 통해 빚, 건강문제 지원할 것

▲ 성산업 착취구조로 목숨을 잃은 여성들을 위한 추모제 (2010년 7월 25일) ©포항 유흥업소 성산업 착취구조 해체를 위한 대책위원회
 
6일에는 포항지역 “유흥업소에 관한 모든 것”을 제보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심리 상담과 빚 관련 법률지원, 건강 문제에 대한 의료지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365일 ‘핫라인’ 010-2811-0365이 개통됐다.
 
신박진영 ‘포항 대책위’ 정책위원장은 “(죽은) 여성들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고 믿었기에 자살을 택한 것”이라며, ‘핫라인’을 개설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핫라인’은 대구여성인권센터, 부산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등 이미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 상담과 의료, 법적 지원을 해 온 전문기관들이 연계해있어, 이용자들은 다각도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신박진영 정책위원장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정말 무료로 도와줄까? 하며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정보가 국가에 기록될 거라는 업주의 거짓말을 믿기도 한다. 또 이 사람들(업주)을 배신하면 살아남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금까지 상담 요청이 온 사례들은 거의 대부분 법적 문제를 해결했고, 비밀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기업 접대문화, ‘성 구매자’ 인식 바뀌어야
 
젊은 여성들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성 산업의 착취구조’에 대해, 여성단체들이 책임을 묻고 있는 대상은 업주와 배후의 조직, 사채업자, 행정당국 등에 제한되지 않는다.
 
신현정 포항여성회 활동가는 “전체적인 성 산업의 문제가 아니겠는가. 구매자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건이 발생한 포항 상도동, 대잠동 일대는 룸살롱, 클럽 등 100여 곳이 밀집해있는 지역이다. 하루에도 수많은 양복 입은 ‘성 구매자’들이 오가는 곳. 특히 기업의 접대행위가 이루어지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신현정씨는 유흥업소 여성들의 잇단 죽음은 “돈이 사람보다 위에 있는 사회, 뭐든 살 수 있는 사회”가 낳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성 산업의 착취고리를 끊으려면 구매자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그 안에서 인권유린이 일어나고 있음을, 불법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항 대책위원회’는 “여성의 몸을 이용하는 기업의 접대행위”를 규탄하는 한편, “우리 사회의 성문화를 바꾸어 나가는 일”에 사회구성원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365일 ‘핫라인’ 010-2811-0365>  조이여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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