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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윤춘신이 띄우는 희망의 편지

<희망버스를 앞장서서 기획했다는 이유로 검찰이 송경동 시인과 진보신당 비정규노동실장 정진우 씨를 구속수감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송경동 시인은 발목과 목의 통증으로 부산 위생병원에서 진단을 받아 발뒤꿈치 수술과 목뼈의 수술이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으나 11월 30일 변호인이 청구한 구속적부심사가 기각되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송 시인은 지난해 10월, 기륭전자여성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하다 굴착기 위에서 추락해 발뒤꿈치를 다쳐 원진재단 부설 녹색병원에서 14개의 금속판을 심어 부서진 뼈들을 연결하는 수술을 한 바 있다.

송경동 시인과 정진우 실장의 석방을 요청하는 각계의 목소리가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 회원이며 <일다>에 ‘윤춘신의 생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연재해 온 윤춘신 씨가 송경동 시인의 첫 시집 『꿀잠』을 읽고 갇힌 시인을 위한 기도를 보내왔다. - 편집자 주>

부산 구치소로 간 송경동을 위한 기도

- 송경동 시인이 쓴 시집 『꿀잠』을 읽고

                                                                                                 윤춘신

아버지,

남자가 그곳에 있습니다
‘나도 살고 남도 살고’를 생각한
남자 말입니다


일용직이나 전전하던 남자는
나만 살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나만 살던 김씨와
나만 살던 박씨와
그렇게 살고지고 하면 끝날 일이었습니다


나만 살고는 남도 살고가 먼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남자는 알았습니다


남자는 사실에 희망을 품었습니다
사실은 현실이어야 합니다
현실이 내일인 까닭입니다


사실에는 알아채는 고통이 따릅니다
고통은 남자의 시가 되었습니다
남자는 시에 말을 걸었습니다


팔십만 원짜리 청소부인 울엄니는
회사이름이 바뀐 채
퇴직금을 떼먹혀도
글씨를 몰라서 다행이라지만
11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쓰는 나는 다행이 아닙니다
찌질한 인생인 남자와
나와
울엄니가 그 남자의 시입니다


남자는 시 때문에 망했습니다
시도 남자 때문에 망했습니다
서로는 서로를 놓아주지 않은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떼로 뭉쳐 다니는 건 불순세력입니다
몸뚱이뿐인 내가 내 편 하나쯤 만드는 건 선동입니다


아버지,


이왕 걸 죄목이라면 합당하게 하소서
살면서 재수 좋은 날 하루쯤은 있어야 합니다


그날
그 하루를 허락 하소서

                              <시화 제작: 디자인공장 공장장 이원우>

윤춘신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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