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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기획- 탈핵과 녹색당] 20대 “나의 삶이 정치와 닿도록”
요즘처럼 20대가 ‘문제적 세대’로 부각된 적은 없었다. 청년들은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세대, 세계화 세대 등으로 불리며, 기성세대의 정치적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정작 20대들은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고들 한다. 과연 어디서 정치적 실마리를 찾아야 할까?
정책의 시혜적인 대상이 아니라, 정치의 틀 자체를 바꾸는 새로운 물결이 되고자 하는 20대들을 만나, 그 해답이 될만한 이야기들을 나누어보았다.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 미래 세대를 위한 정치를 꿈꾸며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청년모임 활동을 시작한 20대들이 주인공이다.
▲ 녹색당(준) 청년모임의 이혜련, 이주희, 김정배, 정유진씨 © 일다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정유진 (이하 ‘유진’. 동물보호단체에서 활동한 적이 있고, 현재 서울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대학 땐 무관심하게 살았는데, 사회 생활하면서 부딪히는 일들 때문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내가 받는 임금이나 생활 수준의 문제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하니까. 개인적인 수준에서 나 왜 힘들지? 일 하고 월급 받고 되게 아껴 쓰고 옷도 안 사 입고 음식도 집에서 해먹는데 왜 이렇게 힘들지? 정치적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죠.
부모님 의지하지 않고 산다고 했을 때, 청년이 혼자서 살아가기에는 어떤 것을 누리는데 진짜 열악한 것 같더라고요. 문화 생활도 그렇고. 쪼들리게 되죠. 청년이 항상 부모님한테 의존하고, 기존의 기업이나 제도에 편입되고 종속되어야 굴러가게 만들어지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접근이 된 것 같아요.
▲ 12월 3일 개최된 <청년녹색당 릴레이 강연> 홍보물 © 녹색당(준)
김정배 (이하 ‘정배’. 대학을 휴학 중이며, 청년유니온 조합원으로 주로 인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군대 갔다 와서 학교 다니면서, 강의실에서 문득 내가 여기 왜 있나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원해서 여기 오게 된 게 아닌 것 같았어요. 회의를 많이 느껴서 휴학하고 대학을 그만 두겠다고 했어요. 부모님이 관두면 뭐할 거냐 물으셨는데, 할 말이 없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왔는데, 스물 다섯 여섯 나이 먹도록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거였죠.
사회과학, 인문학 책들을 읽어봤어요. 학교에 대해서, 병원, 군대, 국가에 대해서, 근대 시스템에 회의가 들었어요.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을까, 그 동안 수동적으로만 살아왔는데, 이제 책만 읽으면 안 되겠다 하고 사람을 찾아 다녔어요. 청년유니온에 가보고 시위도 해보고 캠페인도 하고, 그러면서 지금 많이 배우고 있어요.
이혜련 (이하 ‘혜련’. 대학신문사 기자로 활동했고, 현재 휴학하고 진로를 모색 중이다): 저는 고등학교 때까지 정치나 사회에 대한 관심이 거의 제로였다고 봐도 무방해요. 왜 그렇게 컸나 모르겠는데, 부모님에게 정말 의존적으로 커왔어요. 뭘 하나를 하려 해도, 엄마 없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런 아이로 자랐어요. 병원도 혼자 못 가고, 학교만 왔다 갔다 하고, 친구들하고도 친하게 못 지내고. 대학신문사에 대해 멋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걸 배웠던 것 같아요.
정치에 대해 관심이 있다기보다는, 솔직히 저는 사회시스템에 잘 적응한 편인 사람인데, 어딘가 한 부분은 텅 비어있는 것 같고 행복하지 않은, 왜 이렇게 계속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그런 생각이 들어서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녹색당에 들어오게 된 것은, 청년모임이잖아요. 나만 좀 돌연변이인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알아보고 싶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주희 (이하 ‘주희’. 관악사회복지연대 활동가로, 청소년들과 만나고 있다): 동네에서 지역복지운동을 하고 있어요. 녹색당을 만드는 분들의 가치가, 제가 그 동안 해왔던 운동의 연장선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중앙정치나 정당 정치에는 관심이 많지 않았고요. 활동하다 보니까, 정당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지만 정치가 갖는 힘이 가난한 사람들에겐 특히 더 영향력이 있구나 느꼈던 것 같아요.
동사무소 한 곳을 대여하려고 해도 가난한 사람들에겐 어렵고, 기초생활보장제 수급자가 해당 안 된다고 했는데 구의원에게 질의해달라 요청했더니 그 다음 시정에 반영이 되는 경험들. 작년에 풀뿌리 후보의 선거운동도 뛰어봤거든요. 그런데 정당 기반이 없으니까 안 되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쩌면 정당이 대안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녹색당 청년모임을 통해 풀어보고자 하는 정치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 왼쪽부터 김정배, 정유진씨
유진: 녹색당에서 희망을 발견한 것은, 물렁물렁한 구조더라고요. 청년들이 많이 들어와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무엇보다 청년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것, 주거라든지, 문화라든지, 어떤 걸 먹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 정책적으로 고민하고 요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해요. 의존하지 않아야 어른들에게 쫄지 않을 수 있거든요. 부모님에게 뭔가 정치적 견해를 말할 수 있고요.
내 삶이 일반적인 틀에 맞춰지면, 사회에서 맞다 라고 정해진 삶이 있잖아요. 좋은 걸 많이 사야 하고, 사려면 돈 많이 벌어야 하고. 그러려면 많은 자원들, 자연들, 동물들이 힘들게 살아가야 하고. 거기 들어가는 에너지가 많기 때문에, 그걸 위해 핵이 필요하고. 그게 아니라 조금 덜 소비하고 다른 생명의 터전을 보호하고 고기 안 먹으려 노력하고. 내 행동 하나 하나가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면서 삶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배: 지금의 정당 정치가 같은 집 구조에 가구만 바꾸고 있다고 한다면, 녹색당이 추구하는 것은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녹색당에서 말하는 게 정말 좋아요. 예를 들면 노동시간이라든가 임금 문제라든가. 노동자들이 야근해서 혹사당하면서도, 자식들 학비 대느라 몸을 망치더라도 일을 해야 되잖아요. 그보단 노동시간을 줄이고, 여가 시간을 즐기며 건강하게 사는 삶이 훨씬 인간다운 삶일 텐데.
혜련: 보수진영은 이 세계에 적응하라고만 하고 아무런 변화도 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요. 기존의 정책들은 제 생각에는 물질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옷 주고 음식을 주면 행복할 거라는 계산밖에 안 해요. 행복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안 받고 안 먹는 게 나을 수 있는 건데, 인간적인 것을 무시해버리는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언론이 이게 맞다 떠들고, 부모님이 이 길이 맞다 하는 순간, 나에 대해 확신이 무너져버리거든요. 주변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힘든 일이에요. 어떤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그 사람 삶이 달라지는 거잖아요. 돈만 벌려고 일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한테도 도움 되고 어떤 사람한테도 도움 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는 게 아니라, 옳은 것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어떤 활동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내 삶에서 녹색정치가 어떤 의미인지 가늠해본다면?
▲ 왼쪽부터 이주희, 이혜련씨
유진: 저는 정당활동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요. 녹색당 안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여기 구조는,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거 떠오르면 다 얘기할 수 있고,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나이가 어리다거나 경험이 적다거나 해도, 내 위치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지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더 대단한 걸 해야지 그런 게 아니라, 내 생각 말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 활동을 하는 것, 재미있게. 이런 정도 아닐까 싶어요.
주제 별로 모임도 여러 번 가졌는데, 채식모임, 동물보호 모임, 물리학 공부모임도 있어요. 녹색당 소속이 아닌 분들도 오세요. 저는 동물단체에서 활동했으니까 다른 생명의 삶의 보존의 문제에 관심이 많죠. 그것이 녹색당이 주목하는 다른 생태적 문제나 ‘탈핵’과도 관련이 있다고 봐요.
정배: 아는 형이 얼마 전 이런 말을 했어요. 청년들은 항상 동원만 되었다고. 기성세대들이 필요할 때 청년을 부르고, 집회에 가면 너희들이 앞에 서라 하고. 이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녹색당은 청년과 여성이 주인공이라고 내걸고 있는데, 그게 기대가 되고요. 내가 사는 지역에도 녹색당 인천시당이 생기면, 아무 얘기나 그 장소에서 할 수 있겠구나, 편하게 생활 이야기를 할 수 있길 기대해요. 우리 지역에서. 같이 얘기해보고 싶어요.
혜련: 4학년 휴학 중인데, 요즘 친구들 많이 만나기가 부담스럽고 괴리감이 들어요. 다들 취업 준비 중이라 정신 없는 상태인데, 저를 보면 얘는 스펙 관리도 안 하고 뭐 하고 있는 건지, 저를 ‘잉여’라고 정의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지금 나름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녹색당 주제별 모임도 있고, 녹색평론 읽기 모임도 하고 있는데요. 그런 곳에 가보면 신기한 얘기, 새로운 얘기들 많이 듣게 되거든요. 평소엔 접할 수 없어요. 언론이나 미디어에서도 찾기 어렵잖아요.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 생활의 일부를 조금씩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흔들림이 적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향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주희: 저는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만나는 일을 주로 하거든요. 얼마 전에 청소년들과 구의원이 간담회를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지역정치에 대해, 평소 불만 있던 것을 얘기하라고. 그렇게해서 이들이 만든 정책을 구의원이 만들어 선거에 나가는 걸 보았죠. 청소년의 정치 참여도 재미있게 될 수 있구나, 알게 되었어요. 저는 녹색당이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재미있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청소년 시기에도 정보를 가질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녹색당(준) 홈페이지 http://kgreens.org
조이여울 / 미디어 <일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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