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덩어리가 친환경연료로 쓰인다
폐식용유 자원순환체계 시도하는 강동구
10월 24일 오전 8시 30분. 아직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전, 강동구에 위치한 한산중학교 학생들이 폐식용유를 모으고 있다. 한쪽에서는 학내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폐식용유를 모아주세요”라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고, 줄지은 학생들의 손에는 집에서 수거해온 폐식용유가 들려있다.
한상중학교는 강동구청과 함께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 만들기”의 1호로 협약을 맺은 학교다. 앞으로 각 가정에서 쓰고 남은 폐식용유를 학생들이 직접 수거해 학교에 비치된 수거통에 모아서 강동구청에 기증하기로 했다.
강동구청은 이렇게 모아진 폐식용유로 바이오디젤을 만드는 데 이용한다. 만들어진 바이오디젤은 강동구청의 청소차량 등에 이용될 계획이다. 이미 강동구청은 “2006년 12월부터 바이오디젤을 쓰기 시작해 지금도 사용 중”이다. 11월 19일에는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 만들기’ 2호로 인근 강덕초등학교와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동구청과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 만들기' 1호 협약을 맺은 한산중학교 학생들.
이러한 활동을 토대로 평가하자면, 지방자치단체 중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하며 지구온난화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범 사례로 강동구청을 손에 꼽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강동구청이 눈에 띠게 에너지 문제에 솔선수범하게 된 데에는 한 공무원의 집요한 노력 덕분이다.
“폐식용유 바이오디젤 자원순환학교 만들기”의 숨은 주역인 정인화 강동구청 청소행정과 팀장을 인터뷰했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의 이점은 무엇인가?
바이오디젤 원료로는 대두유, 유채유, 폐식용유, 야자유, 팜유가 있는데 여태까지 바이오디젤 업체에서도 폐식용유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우리 나라 바이오디젤 업체 중 전북에 있는 에코에너텍이라는 업체만이 폐식용유를 원료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있다. 유채유로 만든 바이오 디젤이 품질은 제일 좋다고 하지만, 바이오디젤 원료로 충분히 공급할 만큼의 수량이 재배되고 있지 않다.
폐식용유의 경우 100리터 정제하면 90리터 이상의 바이오디젤이 나온다. 이건 엄청난 거다. 더구나 폐식용유는 버려지게 되면 오염덩어리다.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COD(화학적 산소요구량)가 백만 단위가 넘는다. 즉, 오염덩어리에서 친환경연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바이오디젤 활용에 나선 공무원 정인화
언제부터 바이오디젤을 활용하는 사업을 하게 되었나.
2002년에도 서울시에서 바이오디젤 시범 보급사업이 있었는데 담당을 맡게 되었다. 당시에는 별 성과 없이 끝났지만, 2005년도에 다시 시작되었고 2006년 12월부터 강동구청에서 BD20(바이오디젤 20%)을 청소차에 쓰기 시작해서 지금도 사용 중이다. 중랑하수처리장(물 재생센터) 근처에 바이오디젤 전용주유소가 있어서 5개 기관이 가서 주유하고 있다. 우리는 자체적으로 청소차고에 바이오디젤 주유설비를 갖춰놓고 이용하고 있다.
직접 바이오디젤을 주유해서 청소차량을 운행하는 환경미화원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청소차량을 운행하시는 분들이 (효과를) 가장 잘 느낀다. 배기가스가 맵지 않다. BD20만 해도 배기가스가 순하다. 청소차의 특성 상 쓰레기 수거를 위해 계속 ‘가다 서다’가 이어지니까 배기가스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배기가스 순화 면에서도 바이오디젤을 쓰는 게 제일 좋다.
바이오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운 점들이 많을 텐데.
기존 정유사에서 상당히 부정적으로 보고 있고, 자동차제작사에서도 비협조적이다. 정유사가 그러는 것은 (이권 등이 걸려 있으니) 이해하지만, 자동차제작사에서 비협조적인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다.
유럽의 경우, 적극적으로 자동차제작사와 바이오디젤 업체가 손을 맞잡고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해나가는데, 우리 자동차제작사는 팔짱을 끼고 앉아만 있다. (차량에 바이오 디젤을 이용하기 위해서) 특별한 개조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연료장치를 약간 보완할 필요는 있는데, 그것 자체를 안 하니까 관공서에서도 쉽사리 바이오디젤을 쓰겠다고 못한다.
BD5(바이오디젤 5%)까지는 문제가 있을 때 책임을 진다고 하는 정도인데, 강동구의 경우 BD20을 2006년도 말부터 쓰고 있지만 전혀 문제가 없다. 바이오디젤 업체에서도 자체적으로 BD100까지 사용해봤는데 큰 문제가 없다. 어떻게 보면 자동차제작사들이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친환경연료라고 하면 설사 문제가 생겼다고 해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개선하고 보완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본과 독일은 제작사와 서로 협조가 잘되어 BD100을 쓰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되는지 아쉬울 따름이다.
폐식용유는 버려지면 오염덩어리가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시골 지역의 경우 학교가 통폐합되다 보니까 통학버스가 있다. 부안에서 에코에너텍이라는 업체가 통학버스에 바이오 디젤을 무상으로 1년간 공급해주는 대신, 부안 관내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받기로 협약식까지 했다. 그런데 해당 교육청에서 이에 대해 중앙정부에 질의를 했더니 ‘쓰지 말라’는 답이 와서 결국 무산된 적이 있었다.
유채를 재배해서 사람들이 먹고, 또 보기도 좋으니까 보고, 바이오디젤로 이용하고, 또 폐식용유를 재활용해 연료로 쓰고. 자원순환시스템이 (효과가) 기가 막히지 않은가? 당시 중앙정부에서 적극적 의지가 있다면 시범케이스로 예외를 둘 수도 있었는데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BD20은 지자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으면 쓸 수 있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자기 소유차량을 정비할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안 한다. 바이오디젤 제조업체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지자체에서도 BD20조차 쓰지 않는다.
강동구는 상대적으로 악조건이다. 바이오디젤 제조공장도 멀고. 그래도 조금이라도 대기오염을 줄이겠다는 명분 때문에 사용하고 있다. 어찌되었건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경유보다 싸게 공급하고 있어서 연료비가 절감도 된다는 이점도 있다. 그런 저런 이득이 많은데도 지자체에서 안 한다. 이건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지자체서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가 뭔가? 인식이 미흡한 탓인가.
인식도 그렇고 자동차제작사들이 비협조적인 부분이 크다. 공무원들이 자동차제작사에 “바이오디젤을 쓰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하고 문의했을 때 “바이오디젤을 사용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책임 안 집니다” 하고 딱 돌아앉으면 못쓰는 거다. 만약 바이오디젤을 쓴 차량이 다른 이유 때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작사에서 바이오디젤 탓으로 돌리면, 공무원들 입장에서 바이오디젤을 쓰기가 쉽지가 않다. 제일 좋은 것은 관내에 한두 군데씩 시범주유소가 있어야 한다.
특히 폐식용유는 폐기물관리법 상 생활폐기물이다. 당연히 지자체에 처리 책임이 있다. 지금까지 방치한 것이다. 비용을 들여서라도 재활용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주변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같은 직원들도 “자동차제작사에서 책임 안 진다는데 왜 씁니까? 일하려면 혼자 하라”는 분위기가 있었다. 다행히 강동구는 민관학연의 코드가 맞았다. 나 혼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다.
(폐식용유 수거 시범학교 지정과 관련한) 여담인데, 학교운동장의 미세먼지 발생량이 매우 크다. 흙으로 된 운동장 위에서 아이들이 뛰어 놀게 되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래서 봄부터 물차로 살수를 해서 미세먼지 발생이 줄도록 했다. 이런 일들을 통해 학교에서 구청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된다. 사전에 (관계가 긴밀해질 수 있도록) 그런 준비도 많이 하고 있다.
폐식용유 수거사업은 민간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나는 공무원 생활을 거의 다 ‘쓰레기’와 함께 했다. 강동구에 오기 전에 난지도에서 10년을 있었다. 그러면서 환경단체와 진작부터 가깝게 지냈다. 접촉이 잦다 보니 (환경단체에서) 무슨 소리를 하는가 궁금했고 열심히 귀동냥을 했다. 환경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누군가는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알게 되면 느끼게 되어 있다.
다른 지자체에서도 시도해보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이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다른 지자체에서도 전화가 많이 온다. 그때마다 강조하는 것이 ‘여러 가지 조건이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이다. 담당자의 마음가짐, 단체장의 관심, 주변의 시민단체와의 연대 등이 맞아 떨어져야 한다. 혼자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준비 없이 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연대도 평소에 맺어놔야지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이런 것 하니 같이 합시다” 그런다고 되지 않는다. 내공이라고 할까? 밑천이 있어야 일이 되니까. 다행히 여기는 그런 것들이 다 맞아 떨어졌다. 특히 나의 경우는 차량기술사 자격을 가지고 있어서 자동차제작사와 얘기할 때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와도 내가 알고서 대화를 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폐식용유 수거사업은 앞으로 어떻게 될 예정인가.
한산중학교가 협약을 맺은 첫 번째 학교다. 9월 19일 첫 협약을 맺고 매월 4번째 금요일을 수거일로 지정했다. 수거통은 계속 비치할 예정이다. 현재 폐식용유를 무상수거하고 있지만, 1년에 수거된 양을 따져 ‘바이오디젤 장학금’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되돌리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대형체인점 등 폐식용유가 대량으로 발생되는 곳은 민간에서 수거처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따라서 지금은 가정이나 작은 음식점 등에서 발생되는 것을 수거처리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 구 내의 초등학교나 아파트 단지 등으로 수거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폐식용유 전용 수거차량의 경우, BD100을 사용해볼 예정이다. 문제가 생기면 전문연구가들에게 자문과 지도를 받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 www.ildaro.com [일다] 박희정, 윤정은
※에너지정치센터와 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재단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