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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서비스 노동자를 존중하는 직무와 분위기 조성해야 
 
국내 한 대기업 임원이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무리한 서비스 요구를 하며 괴롭히다가 급기야 폭행을 한 일명 “라면 상무” 사건이 알려지면서, 서비스직 노동자들의 고충에 대한 이야기가 한동안 SNS와 신문 지면을 차지했다. 

▲ 몰지각한 승객들이 항공사 승무원에 대해, 상냥하고 예쁘고 젊은 여성이 ‘몸종’처럼 비행을 모시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 데는 항공사 서비스 정책 영향이 크다. ©일다 

서비스 노동자들이 고객들의 과도한 요구와 폭언, 폭행, 성희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최근 수년 사이 ‘감정노동’이라는 개념이 주목 받게 된 것도, 서비스 노동자들이 직장생활에서 겪는 고충이 그만큼 큰 사회적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라면 상무’처럼 서비스 노동자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는 소위 ‘진상 고객’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대부분 문제를 일으킨 고객에 대해선 별다른 일 없이 지나가고, 서비스 노동자가 입은 피해는 그 개인이 감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곤 하는 것이 현실이다.
 
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세상에는 별의별 사람이 존재하니 이런 못된 고객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일 뿐이라서?
 
발매 노동자가 고객 화풀이 대상이 된 까닭은
 
2011년 3월, 국민체육공단이 관리를 맡고 있는 경정·경륜장에서 표를 판매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발매 노동자들은 심각한 고객의 폭언과 성희롱을 호소했다. 당시 김철홍 인천대학교 노동과학연구소 교수가 실시한 발매 노동자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는, 노동 현장에서 고객의 욕설과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지 않은 노동자가 드물 정도였다.
 
이에 대해 발매 노동자들은 국민체육공단 측이 이러한 상황을 만들었고, 또한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먼저, 공단 측이 매표 수익을 늘이는 데만 집중해 하루 경주 수를 15경주에서 18경주로 늘인 것이 화근이었다고 꼽았다. 한 경주 당 매표 시간이 절반 가량 줄어드니, 경기 분석하랴 표 사랴 정신이 없어진 고객들이 시간에 쫓기며 표를 사는 과정에서 애꿎은 발매노동자들에게 화를 내게 된 것이다. 고객들에게 듣는 대부분의 욕설은 ‘표를 못 사서’ 분풀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공단이 직원을 보호하는데 소홀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문제를 일으키는 고객에게 지점장이 퇴장을 명하거나 출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경우에는, 고객들의 성희롱이나 폭언이 확실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객장에 오는 사람들은 ‘베팅’이 목적이기 때문에, 출입 금지나 퇴장을 당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릎 꿇기’ 시키는 서비스 내용 바뀌어야  
 
이처럼 서비스 노동자들은 ‘진상 고객’으로 인한 고충을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 핵심은 어렵지 않다. 바로, 회사가 직원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면 상무’ 사건이 알려질 당시 온라인에 공개된 일지를 보면, 고객에게 잡지로 얼굴을 얻어맞고도 승무원은 “죄송합니다”라고 응대했다. 사람은 자신의 안전이 위협을 당하는 부당한 상황에서 최소한 자신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이기 때문에, 고객에 대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포기하게 만들어선 안 된다.
 
몰지각한 승객들이 항공사 승무원에 대해, 상냥하고 예쁘고 젊은 여성이 ‘몸종’처럼 비행을 모시는 것이라고 인식하게 된 데에는 항공사의 서비스 정책이 끼친 영향이 크다.
 
백화점과 같은 대형 유통업체나 항공사들은 고객의 불만이 접수될 경우, 이를 업무 평가에 반영해 직원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한다. 고객 불만을 이유로 해고를 당해도 항변조차 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직원들은 회사에 방침에 수동적으로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게 요구되는 서비스 내용은 승객이 불만을 표하면 무조건 용서를 비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현재 승무원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폭언, 폭력을 행사하는 승객들을 막기 위해 굴종적인 서비스를 강조하는 기업의 태도가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는 4월 29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객실 승무원의 안전 활동이 최우선 업무임을 인식하고 무릎 꿇기 같은 노예 서비스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가 직원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신뢰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항공사로 손꼽히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직원 중심의 경영 모델로도 유명하다. 이 항공사에서는 승객이 부당하게 모욕할 경우, 승무원에게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게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포스코신문> 2012년 5월 10일자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콜린 배럿 사우스웨스트항공 명예사장은 이러한 원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곧 승객이나 주주를 존중하지 않거나,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 직원을 보호한다는 것은 아니다. 실수나 잘못을 했을 경우에는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개선 조치를 취하는 등 최선의 책임을 진다. 하지만 직원들은 회사가 자신들을 불평등한 괴롭힘에서 보호해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신뢰는 혹시 실수를 했더라도 회사가 직원들을 지지한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비행기 한 대당 직원 수가 다른 항공사에 비해 훨씬 적은데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사 중에서 최저의 고객 불평 건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이 회사의 경영 방침은 간단하다. 직원에게든 고객에게든 ‘자신이 대우 받고 싶은 것처럼 상대방을 대우하라’는 것이다. (박희정 편집장)

여성주의 저널 일다 www.ildaro.com     만화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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