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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되지 않은 노동>  “욕설은 기본” 톨게이트 여성노동자의 호소 
 

[일다는 여성노동자글쓰기모임과 공동 기획으로, 지금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일과 삶을 이야기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www.ildaro.com]

 

무심히 지나쳤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소. 현재 우리나라 톨게이트 영업소는 수탁운영 24개, 직영운영 311개로 총 335개 영업소가 있다.(2014년 한국도로공사) 그곳에서 일하는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는 7천여명에 달한다. 작은 부스 안에서 통행료를 받고 영수증을 건네는 여성노동자들은 한국도로공사 소속 직원이 아니다. 2009년부터 톨게이트 영업소 전체를 용역으로 전환시키면서, 모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

 

겉으로 보면 간단해 보이는 그녀들의 노동은 생각보다 복잡했고, ‘고객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어 있었다. 고속도로를 이용한 대가로 통행료를 지불하면 되는 그 간단한 행위에서, 무수한 고객들은 어떤 서비스를 받으려는 것일까. ‘나’의 또 다른 이름인 ‘고객’이 톨게이트 노동자에게 요구하는 서비스는 과연 정당한 것인지 생각해보면서, 한정된 작은 공간 속 그녀들의 노동을 들여다보았다.

 

초 단위로 일하며 근무일지를 써야하는 노동

 

▲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는 7천여명에 달한다.  © 일다 
 

톨게이트 요금소에서 12년 째 일하고 있는 이윤주(가명, 58세)씨는 이곳이 첫 직장이다. 남편과 가끔 고속도로를 지나칠 때 부스 안에서 돈을 주고받는 일이 편해보였다. 그런 일이 뭐 그리 고달플까 생각했고, 일을 원했던 그녀는 그렇게 이 일을 시작했다. 돈 500만원을 모아 딸과 함께 외국여행을 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아직까지 외국여행은 커녕 돈도 모으지 못했다. 그래도 월급 타는 재미와 사람들 만나는 재미, 직장에 다니는 것만으로도 나이 먹은 것을 잊어버려 지금도 계속 다니고 있다.

 

그녀는 처음에 통행권 없이 요금만 받는 ‘개방식’ 톨게이트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은 ‘폐쇄식’으로 옮겨 일하고 있다. 폐쇄식은 차 출발지가 전국이다보니 요금이 모두 다르다. 차가 들어오고 나가는 짧은 시간에, 근무일지에 고객과 일어나는 사소한 일부터 돈 100원이라도 모자라는 것, 50% 할인되는 경차가 소형차로 인식되어 요금이 잘못 지불되는 일, 통행권를 안 뽑아오는 경우 등을 시간대별로, 초별로 모두 기록한다.

 

고객이 통행권이 없는 경우에는 사무실에 인터폰으로 연락해서 이 차량이 어디서 왔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차가 들어오는 것은 모두 돈이기 때문에 기록을 해야하고, 그 과정이 길어질 때는 뒤에 오는 차가 많이 밀리게 마련이다.

 

“우린 몇 초당 일하잖아요. 초로 일하다보니까 ‘0’ 하나 잘못 누르면 천 원짜리가 만 원이 되잖아요. 지난번에는 2만5천원을 20만원인가 해서 17만 얼마를 더 준 거예요. 그 분(고객)이 착해서 돌려받긴 했는데 그런 경우가 허다하고, 그럴 땐 까지요(월급에서 돈을 제함).”

 

‘100원 갖다주려고 시화호까지 갔어요’

 

“폐쇄식에서 처음 일할 때 100원을 더 받은 적이 있어요. 차종이 1종으로 떠서 1종 요금을 받았는데 2종이었던 거에요. 그럼 차종 변경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차종 확인을 못한 거예요. 그런데 그 고객이 사무실에 전화해가지고 난리를 친 거예요. 100원 더 받았다고, 시화호까지 가져오라고…. 시화호가 어딘지도 몰랐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죠. 가서 전화를 했더니 손님이랑 밥 먹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오기가 생겨서 더 가고 싶더라구요. 그래서 100원 갖다드릴테니 장소 말해달라고 그랬더니, 죄송하다고 고맙다고 그러면서…”

 

계좌이체를 해주겠다는 것도 거부하고 직접 방문해서 100원을 돌려달라고 했던 고객이다. 돈 100원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차 한 대당 100원이면 그게 모두 얼마냐고 따져 물으면서. 사람이 하는 일이다보니 생기는 실수에 그 고객은 큰 의미를 부여했다. 100원은 적선하기도 민망한 돈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까지 하면서 직장을 다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 그 일은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고객들은 자신이 더 낸 돈은 사무실에 항의 전화해서 돌려받으면서도 몇 천원, 몇 만원 더 받은 것은 잘 돌려주지 않았다.

 

예전에는 경차가 800cc였지만 지금은 1000cc 미만은 모두 경차에 속한다. 요즘 경차들은 900cc로 출고되어 톨게이트 진입로에서 제대로 감지되지 않는다. 그럴 경우 요금이 제대로 정산되지 않아 수동으로 전환해주어야 한다. 최근 짓는 톨게이트는 새로 나온 경차에 맞춰서 감지센스를 달고 있다. 감지센스를 교체하는 비용이 비싸다보니 아직 바꾸지 못한 톨게이트가 많다. 감지센스만 교체되면 이런 수고로움은 덜 수 있어, 일하는 사람과 고객의 마찰은 한층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욕설은 기본이고 반말은 덤이죠’

 

“고객님 200원 더 주셔야 하는데요. 그랬더니 대뜸 하는 소리가 ‘좆까네’ 그러는 거에요. 욕하는 게 보통 그래요. 그래서 나도 모르게 ‘내가 아저씨 좆을 왜 까요. 집에 가서 아줌마한테 까라고 그래요.’ 그랬어요. 그 옆에(조수석) 앉은 사람은 비지니스 하는 아저씨였나봐요. 그러니까 아무 말도 못하고 그냥 갔어요.”

 

아줌마라서 함부로 욕하는 것 같아 그녀는 무척 화가 났다. 그대로 넘어가면 다른 여성들에게도 써먹을 것 같았다. 고객들은 조그마한 일이데도 사무실에 전화해서 직원들 이름을 대면서 항의한다. 그게 무서워서, 고객이 뭐라고 하면 그저 미안하다고 했던 것이 고객들을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이 하는 욕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녀가 그렇게 맞대응을 하게 된 것은 오랫동안 일하면서 가능하게 된 일이다. 처음 일할 때 별 일 아닌 것으로 정직 3개월 징계를 받은 경험이 있다.

 

“화장실 한 번 가려고 해도 (교대)안 해주고, 난 막 울은 적도 있어요. 에어컨이 고장나면 완전 철판이잖아요. 찜질방이에요. 그때 내가 단발머리였는데, 돈 묶는 고무줄로 머리를 묶었는데 머리가 좀 짧다보니까 머리카락이 조금 빠졌어요. 그걸 가지고 팀장이 직원들한테 욕을 하고 다녔어요. 그래서 제가 팀장한테 ‘내 흉 보지 말라’고 몇 마디 했어요. 그렇게 몇 마디 오가다 팀장이 나를 (머리) 뜯은 거에요. 그때 정직 3개월을 당했어요.”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톨게이트 요금소 대신 매일 사무실로 출근했다. 사장은 직원들에게 ‘이윤주씨한테 아는 척도 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밥 먹으러 식당가는 것과 화장실 볼일 보러 가는 것 외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도 금지시켰다.

 

“지금 생각해도 내가 얼마나 기특한지…. 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내가 아웅산 수치야? 내가 정치범이냐고, 화장실하고 식당만 가게!’ 그러니까 그게 다 신문에서 본 거잖아요. 그때 당시 내가 애 키우고 그랬는데 뭘 알아요. 그래도 신문은 꼭 봤어요. 그래서 막 따졌어요.”

 

결국, 사과를 받아내고 다시 일을 했다. 부당한 일을 그냥 넘기지 못하는 성격 때문이다. 지금도 젊은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겪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넋두리만 하고 있으면, 본인이 나서서 처리하는 편이다.

 

‘고객이 내 얼굴에 침 뱉는 일도 당해봤어요’

 

▲ 고객과 도로공사는 톨게이트 요금소 부스 안의 노동자들에게 친절과 미소를 요구한다. ©자료- 일다 
 

“저는요. 얼굴에 침 뱉는 것도 한번 당했는데, 더럽고. 아이고, 냄새나고. 지금도 생각하면…. 그 고객이 (요금소를 지나칠 때마다) 욕을 하고 다닌게 3년인가 4년인가 됐어요. 그날도 밤에 일하다가 욕을 먹었어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이제 (욕)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냐고, 그만하세요, 그랬더니 침을 딱 뱉는 거에요. 야, 너! 이러면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증인이 있어야 된다고 했다. 밤에 혼자 일하는데 증인이 있을 리 없다. 경찰은 또 다시 그런 일이 생기면 녹취해서 신고하라고 했다.

 

욕하는 건 남자들이 더 심하고 많은 편이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행해지는 일이다.

 

“야간근무 때는 새벽 5시 정도 되면 너무 졸려요. 그런데 말이 나오겠어요? 졸릴 땐 목소리가 땅속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그런데 고객이 와서 하는 말이 ‘인사 안해요?’ 그래요. 집에서 인사 좀 받고 나오든지요.”

 

새벽에 일하는 사람들이 무슨 힘으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초 단위로 오는 고객에게 꼬박꼬박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는 좋고, 요금을 낼 때는 공돈 내는 것처럼 아까운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조그마한 일에도 ‘서비스’를 요구하고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

 

“자기가 흘린 돈은 자기가 주워야 되잖아요. 우리한테 주우라고 그래요. 우리가 돈 주고 받다가 흘리면 우리 책임인데, 이런 게 서비스는 아니잖아요. 개인 비서도 아니고, 하인도 아니고, 안 주워주면 또 (도로공사에) 전화하는 거에요. 이상한 사람 많아요. 물론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그래도 몇 사람이 그러면 하루종일 그런 것 때문에 짜증나죠.”

 

어이없이, 욕 먹고, 고객이 어거지를 쓸 때는 추접스러워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직장을 그만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톨게이트는 각양각색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지는 곳이다. 물 달라는 사람, 쓰레기 주고 가는 사람, 더러운 돈만 주는 사람, 어디서 모았는지 십 원짜리만 주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하이패스 도입 후 절반이나 밀려난 인력

 

아침 6시부터 오후 2시, 오후 2시부터 밤 10시, 밤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3교대로 일한다. 17년 이상 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20년 된 사람들도 있다.

 

하이패스가 생기기 전에는 하루 3천800대의 차량을 한 사람이 처리했다. 하이패스가 생긴 뒤로 인원이 반이나 줄었다. 현재 하이패스로 통행하는 차가 전체 차량의 60%다. 도로공사는 하이패스 통과 대수를 80%로 늘리는 게 목표다. 그뿐 아니라 통행료 지불을 고객이 직접 할 수 있도록 무인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인원 감축을 막기 위해 잡쉐어링(Job Sharing: 노동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눠서 해고를 막으려는 노력)을 통해 고통 분담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도로공사는 묵살했다.

 

일하는 사람 따로, 성과급 챙기는 사람 따로

 

3월부터는 경영 평가를 위한 모니터링이 시작된다. 도로공사와 리서치가 계약을 맺고, 리서치에서 암행을 해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안녕하십니까’ 몇 점, ‘돈 얼마받았습니다’ 몇 점, ‘얼마 거슬러 드립니다’ 몇 점, ‘안녕히 가십시오’ 몇 점 하는 식으로 서비스 점수를 매긴다.

 

“3월 마지막 주부터 이 일을 해요. 그러면서 (톨게이트 직원이) 웃었네, 안웃었네 그래요. 그리고 우린 물 안 먹어요? 사람 아니에요? 언젠가 누가, 들어온 차 돈 계산해서 보내고 앞에서 차가 들어오는 사이에 물을 마시고 있는데 고객이 와서 뭘 물어봤나봐요. 급할 때는 물도 금방 삼키려면 잘 안 삼켜지잖아요. 그래서 대답을 잘 못한 모양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이 모니터링이었나봐요. 그 사람도 인간이잖아요. 그런데 뭐라고 했냐면 ‘입에 물이 들어있다고’(감점이 된 거에요) 그래서 요금소에 물도 못 가지고 들어가게 한 적도 있어요. 너무 비인간적이잖아요.”

 

도로공사는 하이패스에서 돈을 안 내고 도주하는 고객들 요금까지 여성노동자들에게 받아오라고 요구한다. 도로공사 직원들이 직접 고객을 만나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거쳐 경영 평가가 좋으면 성과급은 도로공사 직원들 몫이다. 책임지는 사람 따로, 성과급 가져가는 사람 따로인 것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당연히 내야 하는게 통행료다. 서비스의 질에 따라 통행료가 책정되는 게 아니다. 무인시스템이 도입되면 서비스의 요구와 제공이 어떻게 변화할지 궁금해진다.

 

‘서비스’ 어디까지 원하시나요

 

고객이 진상을 피워도 웃을 수밖에 없다. 일이 늦어지는 경우는 대부분 고객이 통행권을 안 뽑아온다든지, 지불할 돈이 없는 경우들이다. 그런 모든 것들이 돈과 연결되다보니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잘못하면 돈을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객이 잘못해서 일 처리가 늦어지는 과정에 대해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기록을 다 해야 돼요. 우리가 일 못해서 늦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우리한테 와서는 일도 못하면서 앉아있냐고 하고, 돈은 다 받아쳐먹는다고 그렇게 얘기해요. ‘개방식’은 돈을 안 가져오면 차를 빼놓고 일을 해도 돼요. ‘폐쇄식’은 차를 못 빼요. 이걸 처리해야 뒤에서 와도 일 처리가 되거든요. 모니터 키보드 치면서 해야 되기 때문에 어디서왔냐부터…. 그런 애로사항이 있어요. 폐쇄식으로 다니시는 분들, 근무자들의 애로사항을 아시고 차가 조금 지체되더라도 고객님들로 인해서 그런 거니까…”

 

미세먼지주의보가 뜨면 바깥 출입을 자제하라고 뉴스에서 알려주는 세상이다. 톨게이트 여성노동자들은 그런 날에도 서비스직이라는 이유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못한다. 건강권을 주장하면 배부른 소리라는 핀잔만 돌아온다.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일인데도, 고객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사를 하라고 한다. 허리가 틀어지든 말든 중요하지 않다. 차가 많지 않은 시골 톨게이트는 간혹 오는 차가 반가워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초에 한 대씩 통과하는 수도권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일이 더디게 진행될 소지가 높아 고객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루종일 매연을 마시고, 고객의 반말과 욕설을 들으며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더 받고 싶은 걸까. 1년을 일해도 10년을 일해도 그녀들의 임금은 경력에 따라 인상되지 않고, 최저임금 선에 머무른다.

 

사람들은 판검사, 의사, 변호사들에게는 ‘웃지 않느냐’고 반말로 따져 묻지 않는다. 그렇듯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에게도 인사와 웃음을 강요할 수는 없다. 작은 부스 안에서 혼자 일하는 8시간 동안 수천 명의 사람들을 만난다. 인사를 요구하기보다 먼저 인사를 건네며 서로의 노동에 감사의 미소를 던져보는 건 어떨까.

 

세상에 귀하지 않은 노동은 없지 않은가.  ▣ 변정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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