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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맙이 만난 베트남 사회적기업> 티엔떰 (Thien Tam)
공정여행과 공정무역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을 잇는 사회적 기업 ‘아맙’(A-MAP)이 베트남 곳곳에서 지역공동체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과 모임을 소개합니다.
▮ 티엔떰 (Thien Tam) : 2010년 10월 설립된 <티엔떰>은 약초와 한방 재료를 활용한 건강보조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한다. ‘장애인과의 동행’을 슬로건으로 한 <티엔떰>은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생계, 자립 지원을 하는 한편, 한방 재료 재활용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 <티엔떰>은 약초와 한방 재료로 건강보조 제품을 생산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 티엔떰
“자선이 아닌 장애인과의 동행입니다.”
베트남 <남부 사회적기업가 클럽>에서 투언을 처음 만났다. 작고 왜소한 체구의 그는 한눈에 보아도 쉰 살은 족히 넘어 보이는 노년의 초입에 있었다. 그런 그가 마이크를 잡고 <티엔떰>에 대해 이야기하자, 그의 가슴 속에 살고 있던 ‘청년’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티엔떰>에 대한, 사회적기업에 대한 생각과 포부를 전하는 그는 어떤 젊은이보다 뜨거운 열정과 의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투언이 말을 이어가는 내내 그의 진지한 눈빛이 이 모임에 참석한 20대 젊은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엇이 그를 저토록 뜨겁게 살게 하는 것일까?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동행, 한방과 사회적기업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는 그와 <티엔떰>의 이야기 속으로 <아맙>이 찾아가보았다.
약초, 자연의학과 사회적 기업의 만남
구수정(아맙 베트남 본부장, 이하 ‘수정’): 아! 약초 향기가 참 좋네요. 여기에 있기만 해도 몸이 좋아지는 것 같아요. (웃음)
▲ 사회적 기업 <티엔떰>의 사장 쩐 티 쭝 투언
쩐 티 쭝 투언(티엔떰 사장, 이하 ‘투언’): 약초 향내를 맡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요. 두통이나 불면증에도 효과가 있고,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요. 그래서 여기서 일하고 있는 우리 모두 건강하답니다. (웃음)
수정: 한방을 활용한 사회적기업은 베트남에서 <티엔떰>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떤 계기로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투언: 저는 오래전부터 한방이나 자연의학에 깊은 신뢰를 갖고 있었어요. 돌아가신 어머니가 골육종을 앓으셨는데, 진통제 없이는 살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셨지요. 나중에는 진통제도 소용이 없게 되고, 제가 온갖 방법을 다 찾다가 한방의학을 연구하게 되었어요.
하루는 생강을 술에 볶아 어머니의 몸에 발라드렸는데 통증이 한결 덜하다며 잠도 잘 주무시는 거예요. 뜨거운 양의 기운이 넘치는 생강을 통증으로 냉해진 몸에 발라 마사지를 해주니, 음양이 균형을 이루어 몸이 한결 부드러워진 거지요. 알콜은 전달체 역할을 하는 거고요.
또 한 번은 우리집 가사도우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고열에 시달리다 몸에 마비가 오고 혼절을 하게 되었어요. 한밤중이라 병원으로 달려갈 수도 없고, 일단은 마당에 있는 약초들을 뜯어다 물에 펄펄 끓여 약재훈증요법으로 열을 내리게 했지요. 베트남에서는 감기나 몸살 등이 오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약초들을 물에 끓여 담요를 뒤집어쓰고 땀을 내는 민간요법을 많이 사용합니다. 환자가 정신을 잃어 제가 팔에 안고 함께 땀을 흘려야 했는데, ‘아무리 좋은 민간요법이라도 아픈 사람이 혼자 훈증 치료를 하다가는 뜨거운 물에 델 수도 있고 위험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다행히 가사도우미는 열이 내리고 다음날 거뜬히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전 그때부터 약초를 물에 끓이는 방법 말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방식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핫팩도 떠올리게 되었지요.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약재도 공부하고 방향성 약초도 연구하면서, 점점 한방이나 자연의학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쌓게 되었죠. 주위에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치료법을 전해주거나 좋은 약재를 선물도 하다가 사회적기업을 창립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장애인만 모여있는 ‘시설’은 대안이 아니야
수정: 한방의학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 같네요. 그런데 그러한 경험이 어떻게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적기업 쪽으로 연결되었는지 궁금해요.
투언: 가족 중에 장애인이 두 명 있어요. 어머니가 청각 장애인이고 제 아이가 언어 장애인이었는데, 가족 간 의사소통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지요.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살아야 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우울증을 달고 살았고, 아이는 자폐 증세를 보이기도 했지요. 저는 어려서부터 장애인과 함께 살아서, 그들의 문제가 마냥 타인의 문제로 느껴지진 않았죠.
당연히 장애인단체에도 관심이 많았는데요. 시설에 가면 장애인들만 모여 있잖아요. 전 장애인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장애인을 지원하는 NGO단체가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일할 수 있는 사회적기업을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티엔떰>의 홈페이지를 처음 만들어준 사람이 2006년을 대표하는 ‘베트남의 얼굴’로 선정된 응웬 꽁 훙(Nguyen Cong Hung)씨에요. 선천성 뇌성마비로 손가락 몇 개밖에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살지만, 컴퓨터 하나로 기업을 설립하고 수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되어주고 있는 그을 보며 무한한 감동을 받았지요. 훙과의 만남이 저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셈이죠. (웃음)
‘장애인과의 동행’이 내가 깨달은 ‘하늘의 마음’
▲ <티엔떰> 작업실. 상품 디자인 및 제작을 맡고 있는 후이 © 아맙
수정: 기업 이름인 <티엔떰>은 무슨 뜻인가요?
투언: <티엔떰>은 ‘하늘의 마음’이란 뜻이에요. 베트남 사람들이 아주 많이 쓰는 이름이죠. 그래서 회사 이름을 등록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꼭 이 이름을 쓰고 싶었어요. 덕분에 회사 이름이 아주 길어졌죠. 우리 회사의 공식 이름이 <티엔떰 생산-무역-서비스 유한책임회사의 일원>이에요. (웃음) 나이 50세를 ‘지천명’이라고 하지요? ‘하늘의 명을 알았다’라는 뜻인데, 제가 나이 쉰 살이 넘어서 <티엔떰>을 창립하게 되었네요. ‘장애인과의 동행’이 제가 살면서 깨우친 하늘의 명, 즉 하늘의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수정: ‘장애인과의 동행’이 <티엔떰>의 슬로건이기도 한데요, 장애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투언: 예전에 ‘누가 장애인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때 저는 ‘우리 모두가 장애인이다’라고 답했지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우리 모두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결함을 가진 자들 아닌가요? 신체적 결함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신적 결함을 가진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데요. 그런데 사회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비정상인’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정상인’이라고 규정해요. 그래서 장애인들은 언제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 즉 자선의 대상이 되어버리죠.
하지만 <티엔떰>이 추구하는 ‘장애인과의 동행’은 우리 모두가 서로 다른 장애, 결함, 문제, 한계 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인정하고 더불어 살아가자는 거지요. 실제로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비상한 능력이나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고요.
수정: 예전에 호이안에 있는 장애인들의 사회적기업 <리칭아웃>을 인터뷰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요. 그곳에서는 장애인들을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부르지요.
투언: 정말 마음에 드는 문구인데요? 저도 사람들이 그 ‘다른 능력’에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어요. <티엔떰>이 창립되자 베트남의 여러 방송국에서 취재를 왔어요. 방송인들은 주로 장애인들이 일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싶어했는데 제가 반대했죠. 방송에 그들의 장애만이 강조되어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것이 싫었고요. <티엔떰>이 장애인의 이미지를 팔아 홍보되는 것도 원치 않았어요. 결국 촬영은 그들의 노동의 결과인 생산품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특정 상품, 기업을 홍보하는 간접광고”라는 방송 심의 규정에 걸려 호치민방송국(HTV) 방영이 무산되기도 했지요. <티엔떰>의 광고나 홍보를 피하려 했던 것이 외려 간접광고가 되었네요. (웃음)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자연약초 제품들
▲ 약초 마스크, 천일염 목베개 등 <티엔떰>만의 독특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 아맙
수정: <티엔떰>에서는 어떤 상품을 생산하고 있나요?
투언: 방향성 약초를 활용한 제품들을 주로 생산하고 있어요. 각종 약초/천일염 베개, 쿠션, 갓난아기용 베개, 약초 마스크, 향낭, 핫팩 등 모두 건강보조 제품이자 친환경 제품들이지요. 상품에 사용된 약초들은 전부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것들이에요. 대부분의 베트남 농가들이 화약 비료나, 살충제에 익숙해져 있어, 유기농 한방 재료를 구하기가 어려워 처음에는 제가 직접 약초들을 재배했어요. 천연 비료나 곤충들을 활용해 어떤 식물보호제도 사용하지 않은 자연약초지요. 지금은 베트남 중부 지방과 롱안성에서 유기농 한약재를 구입해 쓰고 있고요.
수정: 제품 생산 과정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투언: 네. 그래요. 2013년까지 다운증후군, 시각, 청각 장애인 등 약 20명의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했어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집에서 작업해 납품할 수 있도록 계약하는 게 티엔텀의 목표였지요. 지금은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직원 수가 줄었어요. 사무, 생산, 관리, 마케팅, 회계 등 총 6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습니다. 물론 장애인, 비장애인 구별 없이 일하고 있고요.
나중에 사업이 번창해 직원들을 위한 복지를 더욱 강화한다 해도, 장애인을 위한 기숙사를 운영하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대신 주택 보조금을 지급해서 집을 얻어 자립할 수 있게 할 생각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바로 <티엔떰>이 꿈꾸는 사회지요.
수정: 상품 판매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티엔떰> 상품을 구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투언: 아쉽게도 아직은 <티엔떰>의 전용 매장이 없어요. 지금 우리집을 사무실 겸 제품 생산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죠. 집안의 사당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집이지요. 상품 판매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티엔떰>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알음알음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지요. 조만간 다른 업체의 매장에 <티엔떰>의 상품을 납품할 계획입니다.
최근에 베트남 남부의 사회적기업 네트워크인 <남부 사회적기업가 포럼>이 창립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우리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기업들이 공동 매장을 운영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다면 소비자들도 한곳에서 쉽게 다양한 사회적기업의 상품들을 만날 수 있고요.
수정: 생산 과정에서 남은 한방 재료를 장애인들에게 지원할 계획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투언: 네. 방향성 약초를 들여오면 우리는 이파리만 사용하고 있는데, 뿌리, 줄기, 그리고 남은 이파리를 손질을 한 후 진공포장을 해서 보관하고 있어요. 이러한 약재를 장애인들에게 지원해서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해요. 또, 미래의 제 꿈이 장애인을 포함해 저소득층을 위한 스파(Spa)를 여는 거예요. 현재 스파는 부유층의 전유물로 일컬어지고 있는데 정작 마사지, 사우나, 아로마테라피 등 자연치료가 더욱 필요한 사람은 사회적 약자들이지요.
‘하늘의 뜻을 알았으니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 약초를 넣어 만든 향낭 © 티엔떰
수정: 얼핏 사회적기업가로 변신하기 전에는 안정적인 삶을 살아오셨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예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는지 물어도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투언: 대학에서 무역학을 전공했고, 직장에선 주로 회계를 담당했어요. 그러고 보니 국영기업, 민간기업, 외국인기업의 경리부장을 두루 거쳤네요. (웃음) 그 후로는 인사책임자로서 8년 정도 경험을 쌓았고요. 2007년부터는 찌비엣(Tri Viet) 국제대학프로젝트 책임자로서 중책을 맡기도 했지요. 경제적으로는 부유한 편이었고, 주부로서는 평범한 삶을 살아왔어요.
수정: 그러다가 새로운 영역인 사업에 뛰어드셨는데요, 그것도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혹시 너무 힘들어서 후회가 된 적은 없으신지요. (웃음)
투언: ‘인사’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장애인과의 동행’이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상품 인증 문제도 골치가 아프죠. <티엔떰>의 상품이 건강보조 제품인데 먹는 것도 아니고, 바르는 것도 아니고, 방향성 약초를 활용한 자연치유 제품이라 관공서로, 의료청으로, 대학병원으로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았지만 베트남에서는 인증기관을 찾을 수 없었어요. 지금은 미국이나 일본 등 국제인증기관을 알아보고 있고요.
아, 그리고 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요. 원래도 마른 체형인데 이 사업을 시작하고 몸무게가 5kg 이상 줄었어요. (웃음) 하지만 <티엔떰>을 만든 걸 후회한 적은 없어요. 예전에는 한 회사의 직원으로, 한 가정의 어머니로 살아왔다면 지금은 ‘하늘의 마음’과 함께하는 ‘제 일’을 찾은 거니까요. 회사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월급날이 다가오면 주문이 들어옵니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고 몸이 좋아졌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오는 분들도 늘고 있구요. 하늘의 뜻을 알았으니,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웃음)
* 기록 정리 : 권현우 (아맙 마케팅 팀장)
<아맙> 카페: http://cafe.daum.net/doanhnhanxahoi 연락처: 070-7554-5670 (베트남 사무소)
<아맙> 후원 계좌: 신한은행 110-313-503660 (예금주: 김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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