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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리듬

 

날이 갑자기 더워져 식물들의 생육이 빨라졌다. 농민들은 날씨의 변화를 빠르게 직감하고 일을 서두른다. 그렇다고 작년과 같은 수확량을 얻거나 수확 시기가 약간 당겨지고 마는 건 아니다. 

 

▲  리듬   © 일다 [박푸른들의 사진 에세이]  

 

제때 뿌리를 내리고 잎을 내고 꽃을 피우지 못하면 병해충에 쉽게 노출되며, 수확 시기와 수확량을 짐작하기 어렵다. 올해 농촌은 예년보다 빠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흙내를 폴폴 풍기는 옷을 갈아입지도 못하고 전화를 붙들고 다음 날 일꾼을 모으고, 켜켜이 쌓아둔 모판 안 볍씨가 금세 트는 바람에 서둘러 못자리를 만들고, 다른 때보다 일찍 식물에 옮겨 붙은 병해충을 떼어내기 위해 약을 치고, 열과(裂果, 성숙기에 과피가 터지면서 과실이 갈라지는 현상)가 생기진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요즘은 농민들에게 전화하는 것도 미안하다. 거기다 부탁이라도 할 때면 현장감 없는 농업단체 실무자로 찍힐까봐 망설여진다. 아니, 들킬까봐 걱정이다.  ▣ 박푸른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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