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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받는 흑인들의 슬픔을 담은 목소리
[블럭의 한곡 들여다보기] 빌리 홀리데이 “Strange Fruit” 

 

블럭(bluc)님은 음악평론가이자 음악웹진 웨이브(weiv) 운영진입니다. www.ildaro.com 

 

“남부의 나무는 이상한 열매를 맺네” 

 

▲  빌리 홀리데이 “Strange Fruit” 
 

아주 오래된 곡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직까지 흑인 사회에서 회자되는, 여전히 지니고 있는 의미가 유효한 곡이다.

 

이 곡은 최근 칸예 웨스트(Kanye West), 루페 피아스코(Lupe Fiasco) 등의 아티스트에 의해 회자되면서 다시 상기되고 있다. 인종차별을 전면 다루고 있기도 하지만, 음악인이 어떻게 음악을 하는가에 대해 말할 때에도 꼭 포함되는 곡 중 하나이다.

 

“Strange Fruit”는 이상한 열매이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나무에 매달려 있는 두 흑인 남성의 시체이다. 백인 자경단원들이 흑인에게 린치를 가하고 나무에 매달아놓은 모습이 어느 사진작가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고, 이를 본 고등학교 교사이자 시인인 백인계 유태인 아벨 미로폴(Abel Meeropol)가 가사를 붙이고 곡을 만들었다. 이후 이 곡은 빌리 홀리데이라는 훌륭한 가수를 만나게 된다.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1915-1959)는 1939년 이 곡을 처음으로 공연하고 녹음한 가수이다. 당시 이 곡을 발표하는 것을 그녀의 프로듀서는 물론 메이저 레이블에서 그 파장에 두려움을 느끼고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레이블이었던 코모도 레코드에 의해 발매되었다. 그러나 레코드는 그 해 백만 장을 팔며 빌리 홀리데이의 최고 판매 기록을 세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목소리에 실린 곡에 감동했던 것이다. 

 

▲ 재즈싱어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1915-1959)  

 

얼터너티브 재즈를 주로 다루던 코모도 레코드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일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깊은 호소력과 간소한 반주, 쭉 가사를 늘여놓은 한 편의 시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자극하며 빌리 홀리데이의 히트 송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 곡을 자주 공연하였으며, 이 곡을 부를 때면 늘 단촐한 조명과 정적에 가까운 분위기로 곡이 가진 정서를 깊이 있게 표현했다고 한다. 

 

당시 미국 사회의 인종 차별은 잔혹했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고 모욕과 폭력을 겪어야 했다. 남북전쟁과 노예해방을 거친 후에도 ‘인종 분리’라는 이름의 관습이 지속되었고, 이는 사회 어느 곳에서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KKK’(Ku Klux Klan)라 불리는 백인우월주의 폭력집단이 잠깐 잠잠했던 뒤 다시 활개를 치면서, 유색인종을 상대로 린치와 구타, 방화 등의 테러를 저질렀다.

 

빌리 홀리데이 역시 그러한 차별을 비참하게 겪으며 살아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음악사에 가장 영향력 있는 보컬, 빌리 홀리데이 

 

빌리 홀리데이는 미국 최고의 재즈 싱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활동할 때에도, 혹은 사후에도 음악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고 미국 음악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컬로 평가 받는다.

 

그녀의 보컬은 기존의 음악들처럼 음표대로 정직하게 부르는 방식이 아니었다. 빌리 홀리데이는 때로는 울분을 담아내다가도 차분하게 넘기는 방식으로 강약을 조절하였다. 억양뿐만 아니라 특유의 리듬감으로 템포를 조절하기도 하였고, 지금의 많은 블루스, 알앤비, 재즈 보컬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 중 토대가 되는 부분을 만들어냈다.

 

“Strange Fruit”은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다시 부르고 있으며, 음악 외에도 안무 등에서 다른 방식의 예술 형태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이 곡은 저항 의지를 담아 묘사 중심의 서술을 하고 있지만,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을 통해 슬픈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인종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 곡에 대해 이야기한 사람들도 더러 있다. 빌리 홀리데이에 대한 한글 자료도 충분히 있다. 다만, 빌리 홀리데이의 목소리를 직접 담은 자료는 찾기 힘들다는 점, 당사자의 이야기에 깊이 귀 기울이지 않았으면서 그를 평가하고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곡을 들으며 여러 생각들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Strange Fruit”은 인종차별에 관한 곡이면서,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화자의 입장과 이야기가 실린 곡이기도 하다. (비록 노래를 하는 사람이 직접 가사를 쓰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곡 자체에 놓인 ‘의미’에 주목하였지만, 더 많은 ‘맥락’을 볼 필요가 있다.

 

남부의 나무는 이상한 열매를 맺네

피가 잎 위에 묻어있고 뿌리에 고여있어

검은 몸뚱아리들은 남쪽 바람에 흔들거리네

이상한 열매가 포플러 나무에 매달려있네

아름다운 남부의 전원 풍경

튀어나온 눈과 뒤틀린 입

매그놀리아의 향기, 달콤함과 신선함

그러더니 갑작스러운 살점이 타는 냄새

여기에 까마귀가 뜯어먹을 열매가 있네

비가 거둘, 바람이 삼킬,

태양이 썩힐, 나무가 떨어트릴,

여기에 이상하고 쓰라린 열매가 있네

 

* 빌리 홀리데이의 “Strange Fruit” 유튜브 영상 http://bit.ly/1jxmRg1

<여성주의 저널 일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MediaIlda

상업광고 없는 언론 일다! 독자들이 말하는 <내가 일다를 좋아하는 이유>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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