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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료 ‘조기 개입’ 흐름 위험하다
등교거부, 발달장애도 정신질환으로 여겨 약물 투여 

 

 

‘산만하다’, ‘말과 행동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 이런 아이들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의 발달장애로 여겨져 의료 기관에 가도록 권유를 받고 있다. 그리고 치료로 약을 처방 받는다. 몸도 작고 아직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 대한 투약은 문제가 없을까?

 

일본 국립요양소 다마젠쇼원에서 직원으로 일했고 현재 르포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시마다 가즈코 씨(57)가 이에 대해 진단해보았다. 시마다 씨는 <정신의료의 현실-처방약 의존으로부터 재생 이야기>, <르포 정신의료로 보내지는 아이들>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편집자 주]

 

정신의료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초등학교 3학년인 남자아이의 어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아이가 수업 시간에 돌아다녀 수업에 어려움이 있다며,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정신과 진단을 받아보도록 권유 받았다. 선생님 말씀에 따라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처방 받은 약인 항정신질환제 리스페리돈(risperidone)을 두 달간 먹였다.

 

두 달이 지나도록 아이의 행동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의사에게 약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니, 의사는 이번엔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을 처방해줬다. 그걸 아이에게 7개월 간 먹였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은 개선되지 않았다. 약의 부작용이 걱정된 어머니가 주치의에게 약을 끊고 싶다고 말하자, 의사는 단박에 “그러세요” 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약은 왜 먹으라고 처방했던 걸까, 어머니는 의아했지만 우선 약을 끊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어딘가 계속 초조해하고 형제들한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요, 학교에서도 손을 못 쓰겠다고 하더라고요.”

 

약을 갑자기 끊어 생긴 ‘이탈 증상’(일종의 금단 증상)이다. 그런데 아이의 어머니가 의사에게 혹시나 이것이 약을 끊어 생긴 증상 아닐까 하고 물었더니, 의사는 초조함을 억누르는 약을 처방해줬다.

 

다행히 어머니는 그 약을 아이에게 먹이지 않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 전개는 정신의료 영역에서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항정신성 약물의 부작용과 ‘의존’ 위험성
 

▲  블로그 “정신의료의 진실”을 통해 정신의료에 의한 피해 체험담을 모으고 있는 필자 시마다 가즈코 씨. 
 

뇌가 덜 성숙한 어린이의 경우, 이물질을 방어하는 부분인 ‘혈뇌 장벽’(blood-brain barrier)이 미완성된 상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뇌에 약물이 침투하기 쉽다고 한다.

 

또한 리스페르돈을 비롯한 향정신성 약물의 대다수는 어린이에 대한 효능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어린이에 대한 안전 기준도 정해져 있지 않다.

 

이들 약물 중에는 매우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는 경우도 있다. ‘의존’의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투약을 했다가 중단하면 이탈 증상이 나타나지만, 필자가 아는 한 이러한 점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는 놀라울 정도로 소수이다.

 

‘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사실은 물론 알고 있다. 약을 먹은 덕분에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주변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고 말하는 부모들의 생각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신의료의 현재 실력이나 향정신성 약물의 특징을 생각한다면, 아이들에게 약물을 쓸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약물을 바꿔가며 대량 투입하는 사례 많아

 

필자는 블로그 “정신의료의 진실”을 통해 정신의료에 의한 피해 체험담을 모았다. 블로그를 개설한 지 5년 남짓한 사이에 족히 1천 건의 피해 사례가 모였다.

 

그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의사가 약의 부작용(혹은 이탈 증상)을 알지 못한 채 ‘초조해한다’, ‘충동적이 되었다’는 것을 병의 증상으로 파악해 다시 투약을 하고, 또 다시 부작용이 나타나고, 또 투약을 늘리는 패턴이 많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약물을 대량으로 처방하는 꼴이 되어, 당사자는 진단 전보다 훨씬 몸 상태가 나빠진다.

 

오진 문제도 심각하다. 정신 의학은 지금까지도 해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은 학문이다. 확실한 것은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가설뿐이다. 그렇게 위험한 것임에도 너무도 안이하게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여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정신질환이나 한 학급에 두세 명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발달장애가 의심되는 아이들에게 ‘조기 개입’하여 이 아이들을 정신과로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 안이한 진단은 되돌릴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수도 있어 우려된다.

 

등교 거부하는 아이, 정신과 진단 받아라?

  

▲  아이 손 한 가득 약을 처방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 50알을 복용하는 아이도 있다.  © 시마다 가즈코 제공 사진. 
 

아이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조기 개입’ 흐름 때문에, 질병도 아닌 등교를 거부하는 행위조차 ADHD와 마찬가지로 학교 측으로부터 정신과 진단을 넌지시 권유 받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런 아이들이 진료를 받으면 대부분 발달장애라거나, 혹은 조현병(schizophrenia, 통상 ‘정신분열증’이라고 불리는 정신질환. 우리나라에서는 사회적인 이질감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2011년에 조현병으로 개명했다.)의 전구기(예비군)라는 등의 진단이 나온다.

 

그리고 “이대로 방치했을 경우 조현병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예방 차원으로 항정신질환제를 복용하도록” 하자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사실 세계적 연구들은 이미 정신의료의 ‘예방적 개입’을 부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에서는 전국 각지의 병원(주로 대학병원)에서 이것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아래에 이어지는 사야카 어린이의 사례가 보여주듯, 정신의료는 때때로 어린이에게 치명상을 입힐 가능성까지 내포하고 있다.

 

아이를 의료 영역으로 보내기 전에, 인간 관계를 조정하거나 아이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등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직 많다는 사실을 유념하자.

 

열두 살 사야카가 받은 무시무시한 처방

 

등교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학교 측의 권유로 정신과 진료를 받게 된 여학생 사야카. 열두 살에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약물치료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약의 부작용인 ‘폭력성’이 나타났다. 사야카는 입원을 했다. 아이의 ‘폭력성’에 대해, 병이 악화된 것이라고 판단한 의사는 하나하나 약물 처방을 늘렸다. 결국 하루 알약을 50알 먹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지만 사야카의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폭력성이 더욱 더 심해졌다. 이대로 가다간 약 때문에 딸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의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딸을 퇴원시켰다.

 

그 후, 다른 의사에게 “아무래도 조현병이 아닌 것 같다”는 소견을 받게 되었다. 어머니는 집에서 약을 줄이며 아이를 돌봤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한 번 투여된 향정신질환제를 줄이기란 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약을 조금 줄였을 뿐임에도 사야카의 정신 상태는 불안정해졌고 흥분, 충동 등을 억누르기가 힘들어졌다. 결국 다시 입원하게 된 사야카. 열여덟 살이 된 지금까지도 퇴원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에 대한 투약이 두려운 것은 이런 점 때문이다. 오진의 가능성을 비롯해, 안이한 약물 투여가 아이의 미래를 빼앗을 수도 있다.

 

정신과 의사 73%가 어린이에게 약물 요법

 

국립정신.신경의료센터 수석 의사 나카가와 에이지 씨가 2011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에게 약물 요법을 시행하고 있는 의사는 73%에 달한다. 그 중 39%는 “취학 전부터”라고 답했다.

 

의사들은 투약 대상이 되는 행동장애로 흥분(88%), 수면장애(78%), 충동성(77%), 과잉행동(73%), 자해나 타해(67%)를 꼽았다(복수 응답).

 

어린이에게 자주 사용되는 향정신성 약물 중 리스페리돈(risperidone)과 피모짓(pimozide)은 다양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데, 신체적 특징으로는 종종걸음을 하거나 좌불안석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장기 복용하면 심장돌연사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DHD 약으로 쓰이는 메틸페니데이트(methylphenidate, MPH)는 각성제와 비슷한 화학구조를 가진 물질이다. 항간질약과 수면제로 쓰이는 약들 대부분은 벤조디아제핀(benzodiazepine) 계열에 속하는 약으로, 의존(중독)이 큰 문제가 된다.  ▣ 시마다 가즈코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여성주의 언론 <페민>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고주영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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