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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ㅋㅋ만화방’에서의 게릴라 공연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그렇게 작은 것들” 

 

 

-‘길 위의 음악가’가 되어 새로운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이내의 기록

 

언니는 나의 첫 기숙사 룸메이트였다. 두 살 위의 똑부러지면서도 다정한 언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유독 언니의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이불을 좋아했는데(돌돌 둘러싸고 있으면 애벌레 같아서 애벌레 이불이라고 불렀다.) 틈만 나면 언니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내곤 했다.

 

▲  언니의 고슬고슬한 '애벌레 이불'   © 이내 
 

언니가 졸업을 하고 방글라데시로 자원 봉사를 떠났을 때, 대구에 있는 언니 집에 처음으로 하루 묵을 일이 생겼다. 어여쁜 언니의 어머니는 언니가 그리울 거라며 내가 좋아하던 이불을 특별히 준비해주셨고, 집을 나설 때는 도시락과 용돈까지 챙겨주셨다. 언니의 다정함은 엄마로부터 온 것이구나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언니의 결혼식에서 편지로 써서 낭독했었는데, 내가 울먹울먹 읽고 있으니 언니가 아닌 형부가 눈물을 흘리던 장면이 오래 남아있다.

 

언니네 가족은 충남 홍성에 귀농했다. 형부는 풀무학교 전공부를 졸업하고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꿈이 자라는 뜰’이라는 농장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언니는 마을의 여러 행정 업무를 맡아보다가 지금은 ‘햇살배움터’라는 마을 교육 기관에서 일한다. 최근 ‘ㅋㅋ만화방’이라는 청소년들의 쉼터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아무 잔소리도 듣지 않아도 되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다 하길래, 언니답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는 언제나처럼 한 걸음 앞서 걸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생각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나는 지금 2집 앨범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를 배달하는 여행 중이다. 선 주문을 받아 제작했기에, 앨범을 들고서 손에 잡히지도 눈에 보이지도 않는 나의 노래에 마음을 먼저 내어준 사람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 그러다가 게릴라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홍성에도 그렇게 찾아가게 되었다. 언니가 ‘ㅋㅋ만화방’에서의 공연을 재빠르게 준비해준 것이다.  

 

             ▲  홍성  ‘ㅋㅋ만화방’에서의 게릴라 공연.    © 이내 
  

다양한 나이 대의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만화방의 진짜 주인인 중학생 친구들이 즉석 코러스단이 되어주었다. 보통은 어른들이 모이는 자리에 잘 끼지 않는 십대들일 테지만 ‘ㅋㅋ만화방’의 실제 주인들답게 여행자 음악가를 당당하게 맞아주었다.

 

그곳을 채운 아이들의 에너지를 보며 ‘역시 우리 언니야’ 하며 자랑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마을의 어른들은 내가 가져온 앨범 완판(전부 판매)에 기여해 주셨고, 그렇게 다음 여행을 위한 주머니가 채워졌다.

 

사실 언니는 일종의 슬럼프를 겪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내가 언니를 봐온 지난 16년동안 가장 약해진 모습이었다. 덕분인지 오랜만에 언니와 단 둘이 이야기 나눌 시간을 많이 가졌다.

 

나는 언니에게 ‘나를 키운 건 8할이 언니’라고 자주 농담을 던지곤 했는데, 언니는 도대체 자신의 어떤 게 너에게 영향을 끼쳤냐고 진지하게 되물었다.

 

“햇살이 좋으니 산책을 하자고 했고, 잔디밭이 좋으니 양말을 벗자고 했고, 이 노래가 좋으니 함께 부르자고 했고, 이 책이 좋으니 읽어보라고 했고….”

 

“그렇게 작은 것들이었어?” 

 

▲   ‘ㅋㅋ만화방’에서의 공연을 마치고.  © 이내 
 

그렇게 작은 것들이었다. 새삼 돌이켜보니 언니가 내 인생의 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 이유는 사소한 것들이었다. 이번에도 형부가 내 이부자리를 봐주었는데 언니가 ‘그거 아니야’ 하면서 나의 애벌레 이불을 꺼내왔다. 조금 낡았지만 여전히 고슬고슬하고 따뜻한 그대로였다. 여전히 언니를 둘러싼 작은 장면들이 나를 토닥여주고 있었다.

 

눈 뜨자마자 ‘이모 일어났어?’ 묻는 아홉 살 조카의 목소리.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여섯 살 조카의 환한 미소. 아이들을 좇아 총총 뛰어가는 언니의 발걸음. 아이들의 트램폴린에서 뛰고 있으니 아래에서 덩달아 들썩이며 춤추는 형부. 작은 추억들에 다같이 터뜨리는 꺄르르 웃음. 공연 후 조용히 남기고 간 중학생 친구들의 포스트잇 메모. 언니와 오랜만에 함께 흘린 눈물.

 

사소하고 작은 노래들을 계속해서 불러야겠다고 다시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럴듯한 노래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스스로를 잠시 의심했었는데 ‘그렇게 작은’ 노래들도 충분하겠다는 용기를 얻어왔다.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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