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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꽃밥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18] 무상급식 중단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4월, 경상남도는 ‘급식비’라는 낱말에 한숨이 많다.

 

홍준표 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함에 따라 학교 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되면서, 내가 사는 함양의 어느 초등학교에서는 3월이 끝나갈 무렵 아래와 같은 일기를 쓴 아이도 있다.

 

“아~ 이제 급식비를 내야 한다.

4월 달이 되면 우리 3명하면 하루에 만원씩 하니까 많이 내는 것이다.

계속 그 생각을 하면 부모님께 되게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하루하루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다.

나라도 안 태어날 걸…

이런 생각도 들면서 나 자신이 싫어지기도 한다.

엄마, 아빠한테 미안해서 잘 때도 편히 못자고 그래서 너무 마음이 힘들고 속상하다.”

 

무상급식이 시행되어도 오직 경상남도에서만 급식비를 내야 하는 상황이나, 정치인들의 꿍꿍이라든가, 유상급식에 반대하는 이들을 종북 세력의 끄나풀이라고 인신공격하는 것이라든가, 유상급식이 보건복지부 장관과의 협의를 마치기도 전에 시행된 위법 행위라는 등의 어른들의 무수한 판단들을 차치하고.

 

그냥 코흘리개 아이들의 속마음을 마주하고서 십대 학생이 어른들에게 고한 ‘밥의 의미’를 보면 시선을 거두기가 거북하다. 나는 결혼을 하지 않을 거니까, 아이를 낳지 않을 거니까 라며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이유로 무심하게 살기가 참 어렵다.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지금까지 아이들이 학교에서 먹은 밥은 ‘꽃밥’이었다.

잘 살건 못 살건, 학교에서 인기가 많던 적던 간에, 모두가 어깨 나란히 하고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었던 학교 급식이었으니까.

진달래, 개나리, 제비꽃들은 누구의 눈에 비치든 예쁘게 피어나듯이, 학교 밥도 어느 아이라도 똑같이 먹을 수 있는 밥이었다고, 그래서 꽃밥이라고.

 

한 달에 6만8천 원씩 내며 먹는 밥이 어느 아이에겐 ‘쪽팔림’이고 어느 아이에겐 ‘미안함’이고 어느 아이에겐 ‘그림의 떡’같은 것이 아니었던, 봄날 같은 세상이 꼭 와야하지 않을까.

 

이곳 작은 학교(전교생 수가 적은 학교, 특히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용기를 낸 학부형들이 늦게까지 머리를 맞대고 이 상황을 바꾸기 위해 모인다고 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저 산 너머 마을 등 곳곳에서 소식이 들려온다. 1인 시위, 항의 의견서 제출, 서명운동, UCC 제작 등 시끌시끌하다.

 

조용했던 시골이 들썩인다. 가슴 한 켠은 까맣게 타들어 가는 엄마, 아빠, 양육하는 어른들이 바쁜 봄철, 손발을 걷었다.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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