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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이야기①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23]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사사의 점심(點心) _ 해우소 이야기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월세 5만원인 시골집이라서, 마당 한 켠 작은 창고 같은 곳에 옛날 재래식 형태의 화장실이 있다.

 

하루에 한번은 꼭 큰 볼일을 보면서 제법 오래 있는 편이니, 화장실 환경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오래 (쭈그려 앉아) 있어야 하니까 가능하면 쾌적하면 좋겠다고 여겨 궁리를 하였다. 칙칙한 벽에 일명 ‘빠데’질을 하고 흰색 페인트를 칠한 뒤 깔끔함을 더하기 위해 ‘바니쉬’로 마감까지 했다. 조금 훤해지니 좀 나았다. 청량함을 위해 숯을 그릇에 받쳐 놓고, 향도 피울 수 있게 하고, 작은 책들도 들여 놓았다. 이슬이 맺힌 풀잎 사진도 정면에 붙여 놓고….

 

오래 있다 보면 다리가 아프긴 해도 나름 괜찮았다.

 

작년 이맘때쯤 장마가 시작되었다. 시골집으로 온 후 처음 맞는 장마철이었다. 제법 비가 온 후 어느 날, 보통 때처럼 큰 일을 보는데 ‘풍덩-!’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윽! 뭔가 엉덩이에 튄 거 같아. 뭐야, 뭐야, 뭐야-!’

 

화들짝 놀라 알아보니, 여러 날 내린 비로 인해 밑바닥부터 물이 차 올라오는 상황이었다.

 

장마와 태풍이 거듭되면서 물이 점점 올라오니 패닉 상태가 되었다.

‘넘치면 어떡하지?’

넘친다면 그건 그냥 빗물이 아니라, 똥물이잖아.

 

주변에 물어보니 간혹 재래식 화장실에는 물이 조금 고일 때가 있다 한다.

그렇지만 우리 집 해우소는 물이 고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득 차오르고 있지 않는가!

 

하루에 한번은 꼭 큰 볼일을 봐야 하는 것도 큰일났고

자칫 똥물이 넘칠까 봐, 근심도 큰일이었다.

작년 여름, 큰 일이 큰일이 되었다.

 

[다음 회에 계속]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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