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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의 선택

사사의 점심(點心) 시골살이(31) 어떻게 낳을까



※ 경남 함양살이를 시작하며 좌충우돌, 생생멸멸(生生滅滅) 사는 이야기를 스케치해보기도 하고 소소한 단상의 이미지도 내어보려 합니다. [작가의 말]


▲   [산모의 선택]    © 사사의 점심(點心) 

 

올해는 결혼, 이사, 임신 등의 굴직한 인생 이벤트가 연이어 발생하여 숨 가쁜 한해였다. 그리고 내년 1월이 되면 엄마가 되는 내 인생 최고의 서막을 기다리고 있다.

 

도시의 삶을 정리했으니 아이의 탄생이 그만큼 ‘자연스럽’기를 희망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다행히 근교 도시에 인권 분만법의 한 종류인 ‘르봐이예 분만’식 산부인과가 있어서 산전 진료를 착실하게 받아왔다. 그러던 중 출산을 8주 앞두고 산과 담당의가 내 나이가 적지 않음을 언급하며 당연한 절차인 듯 제왕절개 분만을 권했다. (나는 올해 만 39세다.)

 

“네?! 저는 자연분만을 하려고 하는데요? 이 병원에서 하는 르봐이예 분만 말이에요.”

“음, 35세 이상이면 노산인 거 아시죠? 어쨌든 참고는 해봅시다.”

 

남편과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담당의가 초진 때부터 제왕절개를 점찍고 여태껏 나와 태중 아이를 봐왔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아이의 건강, 위치, 태반 상태 등에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분만법을 결정할 요인은 오직 ‘나이’였다.

 

그동안 안일하게 산부인과의 ‘전문성’을 믿고 아무 태도도 취하지 않았던 지난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당연히 자연분만하겠지, 자연분만실이 있잖아, 의사가 알아서 해줄 거야, 다들 그렇게 의사 지시를 따르면서 아이를 낳는 것 같아, 라며. 나와 아이의 미래를 산과 의사의 지침에 의존하고 있었던 스스로를 바라보며 번쩍 정신이 들었다.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나의 당면 과제를, 이 중요한 과정들을 왜 타인에게 모두 맡기고 있었던가.

 

출산에 대한 공부와 조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기 시작했다. 임신 초기에 잠시 뒤적였던 ‘자연출산’을 면밀히 탐색했다. 자연출산과 자연분만이 정확히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며, 유사한 분만 방식인 줄 알았던 두 방법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공부했다.

 

그 결과 산부인과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자연분만 방식은 출산 당사자가 주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의술의 개입과 약물처치, 그리고 수술로 넘어가는 메커니즘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산모가 능동적으로 출산을 준비하고 대처하며 아기를 중심으로 출산을 하기 위해 의료진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자연출산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우주’(태명)가 자연스럽게 세상과 만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가지고, 출산 5주를 앞두고 새로운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나와 내 배우자가 원하는 출산 방식으로 태어날 아기를 기다린다. (그래서 요즘 조금 정신이 없다. ^^)  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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