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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갈”을 보니 운동하고 싶어지죠?
[최하란의 No Woman No Cry] 우리의 움직임 욕망
※ 여성을 위한 자기방어 훈련과 몸에 관한 칼럼 ‘No Woman No Cry’가 연재됩니다. 최하란 씨는 스쿨오브무브먼트 대표이자, 호신술의 하나인 크라브마가 지도자입니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인도의 ‘여성 레슬러’ 자매의 실화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넓은 나라이며 인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나라. 고대 인더스 문명의 발상지이자 힌두교와 불교의 발상지. 헌법으로 인정한 공용어만 22개이고, 사용하고 있는 언어를 다 합치면 1천6백여 개의 언어를 사용하는 다인종, 다문화 국가. 한편 뿌리 깊은 성차별로 심각한 남녀 성비불균형과 성범죄, 조혼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 바로 인도다.
힌디어로 레슬링 경기라는 뜻의 제목을 단 영화〈당갈>(Dangal, 니테쉬 티와리 감독 2016년작, 현재 극장 상영 중)은 인도 역사상 최초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여성 레슬러 기타와 바비타 포갓 자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훌륭한 레슬러였으나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고 생업에 뛰어 든 아버지 마하바르 싱 포갓은 자신이 못 이룬 금메달의 꿈을 아들을 낳아 이루고자 했지만, 딸만 넷을 낳고 실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첫째 딸 기타와 둘째 딸 바비타의 재능을 발견하고, 아들이 따는 금메달이든 딸이 따는 금메달이든 모두 같은 금메달이라며 딸들에게 레슬링을 훈련시킨다.
▶ 여성 레슬러 영화 <당갈>(Dangal, 니테쉬 티와리, 2016년작) 포스터
영화의 흥행으로 기타와 바비타는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는데, 영화와 달리 실제 그들은 파흘바니(인도식 흙바닥 레슬링 선수)들의 전통 그대로 새벽 3시30분부터 훈련을 개시했다고 한다.
게다가 영화가 보여주는 동네 사람들의 조롱과 비난은 자신들이 운동을 하던 어린 시절 겪었던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2011년 인도 인구센서스의 발표에 따르면, 인도는 남성 1천 명당 여성이 933명이다. 그중에서도 기타와 바비타가 살고 있는 곳은 남녀 성비차가 가장 큰 하리야나(남성 1천 명당 여성 861명) 주다. 하리야나 주에는 “딸을 키우는 것은 이웃집 식물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여자는 키워봤자 결혼해서 남의 집 재산이 된다는 뜻이다. 그러니 태아의 성별을 감별해 낙태를 하고, 많은 여성들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집안일만 배우다가 처음 본 사람과 어린 나이게 결혼하는 것이 흔하다.
발리우드의 흥행요소를 따르는 이 영화는 몇몇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여자를 레슬링 대회에 참가시키는 것은 수치라고 반대했던 대회관계자들 앞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남자 레슬러들을 던지고 조이고 꺾는 모습은 매우 통쾌하다. 국가대표가 돼 경기에서 멋지게 레슬링 기술을 펼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름답다는 감정이 밀려들고, 자랑스럽고, 혈관이 펄떡 거리며 강렬하게 운동하고 싶은 욕구가 샘솟는다.
움직임은 욕망이다
인간에게 움직이는 것은 욕망이고, 즐거움이다. 때로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필요한 휴식이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그대로 있으면 우리는 실제로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진다. 땀이 나고 심장박동이 빨라질 정도로 움직이고 나면 개운함을 느낀다.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이 행복감을 준다.
운동의 사전적 의미는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이다. 핵심은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느새 운동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고되거나 지루함을 떠올리게 되었다. 왜 그럴까
어린 아이를 보자. 한국 사회에서는 미취학 아동을 봐야 한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뛰고, 내달리고, 높은 곳에서 점프하고, 쫓고 쫓기고, 깡총 뛰는 것을 사랑한다. 아이들과 함께 있는 어른들은 매번 “가만히 있어”, “뛰어내리지 좀 마. 아랫집에서 올라와”, “뛰지 마”, “위험해”, “다쳐”, “천천히 걸어 가”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깔깔 거리며 뛰어다닌다. 처음 만나 서로 쭈뼛거리다가도 한 명이 달리면 다른 한 명이 따라 달린다.
▶ 움직임은 욕망이고, 즐거움이다. ⓒ출처 Flickr. Loren Kerns (CC BY2.0)
그러던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오래 앉아 있기를 훈련하고,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오래 앉아있기 경기를 하는 선수들처럼 하루 여덟 시간을 기본으로 열네 시간씩 앉아 지낸다. 시험을 위한 공부를 제외한 모든 시간은 쓸모없는 시간이 된다.
움직임을 사랑한 아이는 이제 체육시간의 기록이나 순위로 점수 매겨진다. 즐거움은 사라지고 점수만 남는다. 움직임에 대한 욕망은 사라지고 다수가 ‘나는 운동을 못 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기억한다.
운동을 잘 하는 소수는 선수가 된다. 운동 감각이 좋고 기록이나 순위가 동기부여와 즐거움이 되는 승부욕 강한 아이는 고된 운동을 감내하며 다행히 심각한 부상을 겪지 않고 운이 따른다면, 극소수의 성공한 사람이 된다.
꾸준히 운동하려면?
인간은 동물, 움직이는 생명체다. 살면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다.
운동을 꾸준히 하려면, 기본과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기본을 무시하면 쉽게 부상을 입고 중도에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일상생활과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역시 쉽게 부상을 입고 중도에 포기하게 될 것이다
부상이나 질병이 있다면,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의료전문가에게 하고자 하는 운동을 해도 되는지 문의해야 한다.
어떤 운동을 선택하든 기본은 체력과 좋은 움직임이다. 기초적인 가동성(mobility)과 안정성(stability)을 확보해야 하다. 가동성은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고, 안정성은 움직임 속에서 몸의 중심이 잘 작동해 안정감을 갖는 능력이다.
뻣뻣하거나 잘 움직여지지 않는 곳이 없고 몸통이 탄탄하게 힘을 잘 써야 한다. 예를 들면, 무릎을 펴고 서서 손끝이 바닥에 닿고, 두 팔을 등 뒤로 보내서 팔꿈치를 펴고 깍지 낄 수 있고, 달리기와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되지 않더라도 목표로 삼으면 좋다. 꾸준히 하면 할 수 있다.
▶ 꾸준히 운동하려면 기본이 중요하다. ⓒ스쿨오브무브먼트
운동의 균형이란 ‘잘 쉬는 것’이다. 쉬는 것은 잠처럼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쉬는 휴식도 있고, 가벼운 정도로 움직여서 쉬는 휴식도 있다. 전문적인 용어로 전자를 수동적 혹은 소극적 휴식이라고 하고, 후자를 능동적 또는 적극적 휴식이라고 한다.
영화 <당갈>의 앞부분에 보면, 마하바르 싱 포갓이 흙바닥 레슬링 체육관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남자 레슬러들이 레슬링하고, 투박한 운동 도구를 돌리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고, 팔굽혀 엎드렸다 일어났다 하는 장면과 함께 기름을 발라서 서로 마사지하는 장면도 나온다. 기타와 바비타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동네를 달리고, 앉았다 일어섰다 하고, 팔굽혀 엎드렸다 일어났다 하고, 레슬링 기술을 습득하고 스파링을 한다. 마하바르는 한밤에 곤히 잠든 자매의 다리를 주무른다.
이들이 선택한 운동은 레슬링이고, 레슬링을 잘 하기 위해 달리기, 힌두푸쉬업, 힌두스쿼트, 조리와 가다를 돌리면서 체력과 좋은 움직임을 만들고, 마사지로 적극적 휴식을 하면서 균형을 잡는 것이다.
체력과 좋은 움직임 그리고 균형에 관심이 있다면 이전에 쓴 칼럼 “우리 운동할까요” 세 편의 연재와 초간단 공마사지, 손쉬운 셀프마사지, 다섯 가지 요가 자세 편을 보면 좋다.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영화에서는 기타가 금메달을 따는 모습까지만 나왔지만 동생 바비타, 또 다른 동생 리투, 사촌 동생 비네쉬도 커먼웰스 게임(Commonwealth Games)에서 금메달을 땄으며 막내 동생 상이타도 역시 레슬러다.
▶ 인도 역사상 최초로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2010년 기타의 경기 모습 ⓒ출처: 유튜브 캡처
여자가 레슬링 하다가 시집도 못가면 어떻게 하냐는 우려에 “우리 딸들은 성공한 여자가 되어서 결혼할 남자를 직접 고르게 될 거야” 라고 답한 마하바르의 얘기처럼, 기타는 2016년에 남자 레슬러와 결혼했고 함께 선수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고향에서 레슬링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버지이자 구루인 마하바르 싱 포갓은 금메달 결승전에서 기타에게 말한다.
“너의 승리는 너만의 것이 아니야. 너는 여자를 하찮게 보는 모든 사람들과 싸우는 거야.”
삶에 즐거움을 주는 운동 하나 정도 꾸준히 해보는 것은 어떤가.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심장이 쿵쾅거리는, ‘여자가 이런 걸 한다고?’ 하는 운동이면 더 좋겠다. 꾸준한 실천은 자존감을 강화할 것이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기쁨이 될 것이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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