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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가 소중하다면 돌봄노동자에게 ‘정당한 임금’을!

정부에 ‘사회서비스 예산 추경’ 요구하는 목소리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불린다. 사회가 현재 어린이/노인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아야 할뿐 아니라, ‘누가’ 이들을 돌보고 있는지, 우리 사회는 돌봄의 시스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지 점검해볼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노인돌봄종합서비스, 가사간병방문지원사업, 산모/신생아건강관리지원사업, 장애인활동지원사업에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환경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난 9일 오전 11시 30분 국회의사당 앞에선 바로 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회서비스제도개선공동행동(공공운수노동조합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 온케어경기, 한국돌봄사회적협동조합,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한국여성노동자회)은 돌봄노동자들의 현실을 토로하며 ‘사회서비스 예산 추경’을 요구했다.


▶ 5월 9일 오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사회서비스 예산 추경 요구 기자회견. ⓒ 일다(박주연)


‘낮은 임금’, 중년여성의 노동이기 때문입니까?


한국돌봄협동조합협의회 윤혜연 회장은 왜 ‘예산 추경’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수밖에 없는지 설명했다.


“사회서비스가 2007년부터 돌봄을 제공을 받는 이용자의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서 바우처 제도로 바뀌었다. 그리고 일하시는 분들은 월급제가 아니라 시급제, 즉 일한 만큼 시급으로 받게 되었다. 이 시급은 보건복지부에서 제공하는 예산으로 지급되는데, 문제는 해가 갈수록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그 예산이 늘어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윤혜연 회장은 “이런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하고자 2016년부터 3년간 공동행동에서 투쟁을 하고 있지만, 전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 박대진 사무국장은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이 이렇게 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일하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 봤다”며, “그건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특징이 중장년 여성분들이라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중장년 여성들의 노동을 가치 절하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혜연 회장은 또 “요즘 요양병원에 가면 간병노동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이 외국인노동자”라고 언급했다. “사회서비스 노동에 대한 임금이 워낙 낮으니까 일을 하려는 노동자가 별로 없고, 그 자리를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 여성 노동자가 채우고 있다”는 것.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인 이들이 타인의 돌봄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모순적인 현실을 꼬집었다.


‘낮은 수가’ 때문에 운영기관도 파산해야 할 판


사회적협동조합 양지돌봄 곽말라 사무국장은 사회서비스가 우리 사회에 가지고 온 긍정적 효과를 이렇게 평했다.


“사회서비스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가사 및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정서적 지원을 통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진행하는 서비스”이며, “그로 인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활동에 취약했던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눈에 띄게 향상되는 효과를 낳으며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제도가 되었다.”


그렇지만 “지난 11년 동안 정부의 지나치게 낮은 수가의 책정으로, 사회서비스 제공 서비스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케어경기 홍여옥 실장은 “올해 정부 수가는 시간 당 10,760원으로 보건복지부의 지침에 따르면 적어도 수가의 75%인 8,070원 이상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주휴와 연차수당를 포함하면 9,413원, 여기에 사회보험료와 퇴직급여를 계산하면 최소 11,100원으로, 운영 기관은 정부 수가보다 많은 금액을 노동자의 인건비로 지급해야 한다.”


즉 사회서비스 운영기관은 “운영비도 남지 않는 상황에서 허덕이다 파산하던가, 아니면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는 임금을 제공하여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 운영 구조  ⓒ 일다(박주연)


홍여옥 실장은 “정부는 우리가 요구하는 12,700원이 그저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최소금액임에도 불구하고, 시간당 622원의 보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으로 입막음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사회적협동조합 양지돌봄 곽말라 사무국장은 “고작 최저임금을 요구하는 현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사회서비스는 국가 기관인 보건복지부가 진행하는 사업인만큼, 요즘 지자체에서 많이 언급하듯이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으로 수가가 책정되어야 된다”고 주장했다.


미투(#MeToo) 외칠 수도 없는 돌봄노동자의 노동 환경


기자회견에서는 생활임금에 대한 요구도 나왔지만,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로서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게 제기되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돌봄지부의 박대진 사무국장은 “단지 돈 얼마 더 받아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이건 생존권의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적협동조합 양지돌봄 곽말라 사무국장은 이 자리에서 어느 돌봄노동자의 이야기를 대신 전했다. 2005년부터 간병사업을 시작으로 현재 노인종합돌봄서비스와 가사간병방문도우미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요양보호사라고 밝힌 여성노동자의 이야기다.


“서비스를 받는 고객분들은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나 독거 어르신 등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분들입니다. 서비스 받는 분들이 생활이 어려우니, 우리가 일을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되지 못합니다. 여름엔 집에 선풍기가 없는 집들도 있고, 선풍기가 있더라도 저희가 쓸 순 없습니다. 두 벌 정도의 옷을 챙겨가야 할 정도로 청소하고 나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시원한 물조차 먹기가 눈치가 보일 정도입니다. 겨울에는 양말을 3겹 신고 일합니다. 이런 실정이니 물 쓰는 것도 세제를 사용하는 것도 아끼고 아껴서 사용해야 하는 곳이 바로 우리가 일하는 공간입니다.”


“저희가 하는 서비스는 청소 빨래만 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독거 어르신들의 사회와의 연결고리로 정서 상담도 진행해야 합니다. 고객 중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분들이 있어서 자살예방전도사 교육도 받았습니다. 어떤 때는 일하는 것보다 정서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 힘들 때가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저희 돌봄노동자들은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미투 운동에서 이야기되는 성희롱,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매주, 매일, 매 시간 겪는 일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투명인간입니다. 아니,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고객 중 어떤 분들은 같은 공간에 있어도 실오라기 하나 입지 않고 대자로 누워 계시거나, 속옷을 바로 눈 앞에서 갈아입으시거나, 버젓이 야동을 보시면서 자랑스럽게 성적 농담을 합니다. 집에 친구들을 불러 술자리를 하면서 (우리를) 성적 농담의 안주거리로 만들기도 하고, 돈을 줄 테니 여관을 가자는 등의 언어적 성희롱뿐만 아니라 뒤에서 안거나 가슴을 만지는 행동들이 지금도 돌봄노동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누구를 고발해야 될까요?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을 고발하면 돌봄노동 현장이 조금 더 나아질까요? 고발하면 일이 끊어지고 어르신들도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데 현실은 누구의 몫일까요? 저는, 우리 돌봄노동자들은 국가를 고발하고 싶습니다.”


곽말라 사무국장이 대독한 이야기는 “저희도 돌봄노동자가 정당한 직업인으로 인정되는 사회에서 당당히 일하고 싶습니다. 돌봄노동이 모든 돌봄노동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안정되고 좋은 일자리로 그리고 사회에 꼭 필요한 노동으로 인식되고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라는 말로 마무리되었다.


‘돌봄이 필요한 사회’, 사회서비스 노동이 하찮은가?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가 오고 있다고들 한다. 다수의 사람들이 살면서 필수적으로 노인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원치 않더라도 체력이 쇠약해지고 경제적 활동 능력이 떨어져 타인의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된다. 꼭 노인이 되어야만 돌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돌봄이 필요한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 돌봄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는 모두에게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노동자들이 외친 이야기처럼 그들의 노동은 적절하고 합당한 대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최저임금은 노동자들이 어떠한 노동을 하더라도 받을 수 있는 품위 유지의 최소한이다. 우리는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이라도 보장하라고 주장하는 작금의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그 문제조차도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 노동을 하찮게 여길수록 사회서비스도 하찮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는 우리의 요구와 같이 당장 사회서비스 바우처 수가를 현실화하고 사회서비스의 발전 방안을 논하라.” (사회서비스제도개선공동행동)


오랜 시간 요구해 온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외침이 이제 더 크게 울려 퍼져야 한다.  페미니스트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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