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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권력의 폭력에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사람들
 
한국이 민주화되기 전, 거리에서 경찰들의 불심검문은 일상이었고 시민들은 파출소로 끌려가기 일쑤였다. 그 과정에서 영장주의나 적법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실상 강제연행이 ‘임의동행’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했다.
 
하지만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사회가 민주화되면서, 거리에서 경찰들의 무차별적인 불심검문에 대해 거부하고 저항하는 시민들이 늘어났다. 경찰들의 불심검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국가권력의 폭력 앞에 여전히 방치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출입국관리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여주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

얼마 전 대전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의 강제단속 과정이 우연히 한 기자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백주대낮에 출입국 단속반원들이 무방비 상태의 이주여성을 초과체류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허리춤을 잡아 질질 끌고 간다. 여성의 상의가 밀려 올라가 상반신이 훤히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단속차량까지 끌고 가서는 차량에 탑승한 여성의 목 부위를 가격하는 충격적인 영상이었다.

 
작년 11월에는, 경기도 마석가구공단에서 경찰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법무부 합동단속이 있었다. 한두 시간 동안 무려 100여명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공장이나 기숙사에 무단 침입해 부상사고가 속출했다. 단속반원들이 기숙사 문을 부수고 들어가 잠자고 있던 이주여성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낸 사례도 있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반인권적인 단속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알려지지 않은 사례들이 더 많다. 도대체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가.
 
외국인 기본권 무시하는 출입국관리법상 ‘인신구금’
 
인권침해적 단속사례들은 단순히 실무운용과정에서의 공무원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단속의 근거와 절차, 통제방법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은 출입국관리법 자체의 문제점으로부터 파생된다고 볼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 보통 사람들에겐 생소한 법이다. 출입국 절차, 출국금지 등 내국인과 관련된 조항도 있지만, 주요 부분은 외국인의 입출국 절차와 심사, 체류자격과 규제, 출국명령과 추방, 난민인정 등 국내에 체류 중이거나 입국하려는 외국인과 관련된 조항들이 많다. 주 적용대상이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이기 때문일까? 출입국관리법은 대한민국 헌법에서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 원리인 적법절차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최소 침해의 원칙, 신체 구속에 필요한 영장주의도 무시한다.
 
대한민국헌법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신체의 자유가 쉽게 침해 당했던 역사적 교훈을 바탕으로, 신체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체포, 구속행위에는 법원의 사전영장, 적부심제도를 통해 법원의 통제가 작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07년에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인신보호법’이 통과되어 정신병원 수용과 같이 국가기관뿐 아니라 사인에 의한 인신구금에 대해서도 법원의 적부심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신체의 자유에 대한 기본정신이 적용되지 않는 곳이 있으니, 바로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상 인신구금이다. 인신보호법에도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관리법상 구금에 대하여 적용을 배제하여, 외국인의 기본권을 차별하고 있다. 한국에서 ‘신체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인간’의 권리가 아니라 ‘자국민’의 권리인가보다.

 
출입국관리법은 법원의 영장 없이도 강제퇴거대상자에 해당한다는 의심이 간다면 출입국공무원이 발부한 긴급보호서로 외국인을 긴급보호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합법적으로 입국하여 체류할 수 있는 사람이 무고하게 2개월 동안 외국인보호소에 갇혀있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 부산에서는 객관적 증거도 없이 테러리스트 용의자라면서 무고한 사람을 5일 동안 구금했다가 풀어주는 일도 있었다.
 
단속부터 퇴거까지…심각한 ‘신체의 자유’ 침해
 
출입국공무원들의 단속과정은 더욱 심각하다. 법에는 강제단속에 관한 명확한 근거, 절차도 없는데, 출입국 단속반원들은 길거리에서, 공장에서, 심지어 주거지에 무단 침입하여 강제단속을 하고 있다. 법에 강제단속에 관한 통제가 없다 보니, 출입국공무원들의 단속과정은 공무원의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폭력’에 가깝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은 황당한 상황에 처해지고 있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가도, 심야에 친구들과 집에서 쉬다가도, 갑자기 나타난 출입국 직원들로부터 신분증 제시요구를 강요당한다. 이들 앞에 나타난 출입국직원들은 제복도 입고 있지 않으며, 신분증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복을 입은 출입국직원들은 단속대상인 외국인처럼 보이는 일행을 순식간에 둘러싸고 다짜고짜 하나씩 일행의 허리춤부터 붙잡고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1초라도 시간을 지체하거나 신분증이 없으면 거리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 숨겨놓은 단속차량으로 끌려간다.
 
비좁은 차량 안에는 이미 단속이 되어 수갑을 차고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몇 시간 째 단속 차량이 가득 찰 때까지 차량 안에 갇혀있는 상태다. 차량 안에서 체류자격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한마디 사과와 함께 그 자리에서 풀려나기도 하지만, 미등록이라면 몇 시간 째 비좁은 단속차량에 갇혀 있다가 전국의 출입국관리사무소 보호실로 연행당하게 된다. 이때에도 당사자는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장소도 알지 못한 채 끌려간다.
 
이처럼 출입국직원들의 외국인에 대한 단속, 강제퇴거의 전 과정은 외국인의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고 중대하게 제약하는 강제력과 물리력이 수반된 국가의 권력행위인데, 이에 대한 통제는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이주단체와 인권단체 등은 오래 전부터 비구금화를 원칙으로 물리력을 수반한 강제단속이 법적 근거가 없는 인권침해라고 주장해왔다. 최소한 신체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강제단속부터 강제퇴거에 이르는 절차에, 엄격한 적법절차와 통제절차를 마련하도록 요구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미 2005년에 출입국관리법상 단속, 보호, 구금 절차에 형사사법절차에 준하는 엄격한 절차제도를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외국인통제 강화
 

2006년 출입국단속반을 피하려다 사망한 인도네시아 누루 푸아드씨

그런데 최근 법무부가 이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하겠다며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인권단체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강제력을 수반하는 단속, 보호, 구금절차에 적법절차와 법원의 통제, 개인구제제도를 마련했을까? 아니. 절망적이다.

 
법무부의 이번 출입국관리법 개정의 요지는 체류외국인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무차별적인 거리 불심검문을 합법화하고, 공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에 대한 지문날인과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외국인등록을 할 때 지문날인을 의무화하겠다는 것이다. 강금실 법무부장관 시절에 인권침해 소지가 크다며 외국인 등록 지문날인제도를 폐지한 것을 불과 5년 만에 번복하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인권보다는 국경통제를 위한 국가권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작년 말에 ‘불법체류자 감축 5개년 계획’으로 강제단속 강화정책을 발표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한국 정부는 막연히 외국인 밀집지역의 슬럼화, 외국인 범죄증가와 내국인 일자리 잠식을 그 이유로 든다. 한국인의 외국인 혐오정서, 인종차별정서에 기대는 것이다.
 
이러한 차별적인 법제와 정책은 특히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이주민들, 한국정부가 소위 말하는 ‘불법체류다발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더욱 심화시킨다.
 
그동안 한국의 출입국 법제는 ‘국경통제는 국가 고유의 주권사항’이라는 논거 아래 외국인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적, 절차적 권리도 보장하지 않은 채 지나치게 행정편의 위주로 관철되어 왔다. 그로 인해 출입국 단속 과정에서의 끊임없이 발생하는 부상, 사망사고와, 장기구금의 문제, 심지어 임산부를 구금하거나, 3세 아동까지 구금하는 인권침해 사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국내 체류외국인 수가 1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우리 사회는 출입국 단속과정의 폭력과 외국인의 인신구금을 국가권력의 무법지대로 방치할 것인가. 장서연/ 필자 장서연님은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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