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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범률 낮춘, 교도소 ‘회복’ 프로그램을 카메라에 담다

다큐멘터리 <프리즌 서클>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 인터뷰


범죄는 왜 일어나는 것일까. ‘처벌’은 ‘죄’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일까. 사람은 바뀔 수 있을까…. 다큐멘터리 영화 <라이퍼즈>(Lifers) 등을 통해 오랫동안 미국 수감자들을 카메라에 담은 바 있는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이 새 영화 <프리즌 서클>을 내놓았다. 갱생을 독려하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일본 유일의 교도소 안에서 2년간 촬영한 영화다.


사카가미 가오리(坂上香)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프리즌 서클> 포스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 전작으로 <라이퍼즈>(Lifers, 2004) <토크백 - 침묵을 깬 여자들>(2013)이 있으며, 저서로 <치유와 화해를 위한 여행>(이와나미 쇼텐) 등 다수 책을 펴냈다.


그 교도소는 시마네현 하마다시에 있는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이다. 2008년에 생긴 민관 협력형 남자교도소로, 생활지도나 관리는 공무원인 교도관이 하지만 경비, 청소, 직업훈련 등의 대다수를 민간이 맡고 있다.


그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TC(Therapeutic Community, 회복 공동체)라는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를 운영하는 것은 ‘지원자’라고 불리는 민간 직원들. 수감자들이 ‘서클’이라고 부르는 빙 둘러앉는 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통해 범죄의 원인을 찾고, 문제에 대한 대처법을 몸에 익히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통제 위주의 일본 교도소에서?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


시마네 아사히에 TC(회복 공동체)가 도입된 것은,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교도소에서 진행된 TC 프로그램과 중범죄를 저지른 수감자가 극적으로 변화해가는 모습을 담아 제작한 영화 <라이퍼즈 - 종신형을 넘어서>(2004)를 이곳 관계자가 본 것이 시작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2006년에 ‘감옥법’이 ‘처우법’으로 개정되고, 교도소에서 수감자의 갱생을 의무화한다는 항목도 추가되었지만, 규율과 관리를 철저하게 나누는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교도소에 TC 프로그램을 도입하게 되면, 대화를 기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수감자에게 ‘말하기를 강요’하면서 TC를 유명무실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서 보니 <라이퍼즈>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거예요! 민간의 힘이 잘 발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남은 운영계약은 약 20년. 이건 기록해야 해, 했죠.”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의 영화 <프리즌 서클> 한 장면. 배급: 東風 Ⓒ2019 Kaori Sakagami


TC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범죄 경향이 강화되지 않고 집단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시킨 40명 정도다. 이들은 함께 먹고 잠자고 작업하며 주 12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반년에서 2년 정도 수강한다. TC 그룹의 교도소 재입소 비율은 다른 재소자들의 재입소 평균 비율의 50%다.


촬영허가를 받기까지 6년. 엄격한 제약을 뛰어넘은 촬영이었다. 등장인물의 목소리도, 얼굴도 가리는 조건이었으나, 오랜 기간의 협의 결과 목소리만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수감자들의 성장과 변화


영화 <프리즌 서클>은 절도, 사기, 강도치상, 상해치사 등으로 복역 중인 네 명의 젊은이가 TC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들이 대화에 참여하면서 번민하고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의 마음과 언어를 되찾는 과정, 죄의식과 피해자에 대한 속죄의 마음, 새로운 생각과 삶의 방식을 체화하는 모습을 인터뷰를 섞어가며 촘촘하게 포착했다.


이들 네 명을 포함해 어린 시절에 끔찍한 학대와 멸시, 괴롭힘, 성폭력 등을 당한 수감자들이 많아서, 참가자들은 때로 눈물을 흘리고 당혹해하면서도 지원인의 도움과 동료들의 지지를 얻어 점차 억눌러온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되찾아 나간다. 그리고 피해를 체험하는 경험과 마주하면서부터 자신의 행동과 인간관계의 패턴, 범죄의 경위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피해자에 대한 속죄에 다다르게 된다.


“사람을 살해한 쇼(가명)도, 동료들 간에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아듣는 대화에 익숙해져 있어서 (우리는) 이들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잘 알아듣지 못했어요. 그런데 2년이 지난 후에는 ‘교도소에서는 번호로 불리거나 비난받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여기에서 사람으로 존중받으며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토해낼 수 있었고,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교도관의 감시하에서도 큰맘 먹고 하더라고요. 그분도 굉장히 성장했죠.”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의 영화 <프리즌 서클> 한 장면. 배급: 東風 Ⓒ2019 Kaori Sakagami


그렇게 한 인간이 성찰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여지를 막는 것이 있으니, 바로 엄벌만을 요구하며 사형제를 지지하는 일본 사회의 여론이다.


“매일매일 우리는 괴롭힘을 당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어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없는 일상을 보냅니다. 개인들이 참고 또 참으며, 자신이 사회에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에서 지금의 이런 여론이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사카가미 가오리 감독은 이렇게 분석했다.


“TC(회복 공동체)에서는 프로그램 수료자와 선배 수감자가 세션의 리더를 맡아 회복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폭력단이나, 사형을 구형받을 만큼 중죄를 저지른 사람일수록 TC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미국 교도소에서의 취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담장 밖과 안을 잇자


시마네 아사히 사회복귀촉진센터에서 TC 이외에 수감자들의 생활은 규율과 관리 일색이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여성 관객은 영화를 보고 “지금의 학교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도소라는 구금의 장 자체가 애초에 ‘형벌’이지만, 서구에서는 그에 머무르지 않는 모습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TC(회복 공동체)이거나, 예술의 표현기법을 도입해 사회에 발표하기도 하죠. 제 영화 <토크백 - 침묵을 깬 여자들>에도 나오듯 교도소 안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연극을 만들어 시민 앞에서 발표하는 등 담장 바깥 사회와 담장 안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범죄는 사회의 병폐로부터 기인하는 것이고, 수감자는 언젠가는 사회에 돌아가니까요.”


사카가미 가오리이 2013년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토크백-침묵을 깬 여자들> 한 장면. ⒸKaori Sakagami


※ 사카가미 감독의 2013년 작 <토크백 – 침묵을 깬 여자들>(Talk Back Out Loud, 2013)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한 여성 극단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주인공은 인종도, 배경도 다른 다양한 여성들. 전 수감자, 약물중독자, HIV 감염인 등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여성들이 연극을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공식 홈페이지: talkbackoutloud.com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는 범죄는 자기 책임이며, 수감자는 우리와 거리가 있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우리가 처음 취재하러 갔을 때는 취재 대상 이외의 수감자와의 의사소통이 금지되어 있었는데요. 하지만 어느 수감자가 말하길, 우리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데에서 굉장한 의욕이 생겼고 누군가가 지켜봐 주는 것 자체가 격려가 되었다고 합니다. 교도소 안을 바꾸고 담장 바깥과 잇기 위해서는 외야에 있는 우리가 더욱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TC를 수강할 수 있는 것은 수감자 4만 명 중 40명에 불과하다. 출소한 TC 프로그램 수료자가 정기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아리도 오사카에만 있다. 이 영화 <프리즌 서클>을 많은 이들이 본다면, “가둬서 작업시키면 그만”이라고 여기는 일본 형벌 제도의 모습을 근본부터 바꾸는 기폭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 <프리즌 서클> 공식 홈페이지: prison-circle.com


※ <일다>와 제휴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가시와라 도키코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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