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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중 장애인이 많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장애인을 성적으로 착취하는 이들이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성폭력 범죄와 관련한 형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12개 시민단체로 이루어진 ‘형법 개정 시민 프로젝트’가 작년 11월 성범죄 규정 개정안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 중에는 ‘장애를 틈탄 성범죄’ 조항이 들어있다.


발달장애, 정신장애, 지적장애 등이 있는 사람들이 성폭력 범죄에 더욱 취약함에도, 사회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했으며 법도 이러한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는 단체 시아와세나미다(행복한 눈물이라는 뜻) 이사장 나카노 히로미 씨와, 성인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위한 동료지원그룹 Necco 운영자 가네코 마야코 씨의 기고를 싣는다.


①나카노 히로미: ‘장애를 틈탄 성범죄’ 신설을 목표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 개선 활동을 하는 단체 ‘시아와세나미다’ 이사장 나카노 히로미 씨.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시아와세나미다는 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식 개선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2009년부터 활동을 시작했고 2011년에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현재 우리가 가장 주력하고 있는 문제가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입니다. 이 사안에 주력하게 된 계기는, 성폭력 피해를 겪은 분들과 만나던 중에 ‘피해자 중에 장애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믿고 있던 상대로부터 강간을 당한 발달장애인, 가해자의 거짓말에 속아서 유흥업소나 성매매업소에서 일하게 된 지적장애인,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고 아이와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지체장애인…


‘장애’와 ‘성폭력’ 사이에 뭔가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한 우리는 장애로 인한 위험(리스크)을 절실하게 느끼며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가네코 마야코 씨가 대표로 있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그룹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 32명 중에서 무려 70%가 넘는 23명이 ‘어떤 형태로든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2018년 9월, 내각부에서 약년층(15~29세)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약년층에 대한 성적 폭력 관련 상담·지원에 관한 조사연구사업’ 보고서의 내용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조사대상(성폭력 피해자)의 사례 총수 268건 중 장애 유무에 관해 응답한 127건의 사례 중에서, 장애인 등록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장애 있음’으로 간주되는 사례가 70건에 달했습니다.


발달장애 16건, 정신장애 19건, 경증 지적장애 9건, 해리성 장애 6건, 지적장애 5건, 인격장애 5건, 양극성 장애 4건으로, 장애 유무가 성폭력 피해를 겪게 된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성폭력 근절을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민간법인 ‘시아와세나미다’(행복한 눈물) 홈페이지.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 사안에 주력하고 있다. 출처: disabled.shiawasenamida.org


해외 국가들에서는 이미 대규모 조사가 실시되어 ‘피해자가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사, 사회복지사, 교사, 가족 등)에 의한 성범죄는 그 죄를 무겁게 다룬다’, ‘피해자에게 장애가 있고 성행위에 대한 동의가 곤란한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요건을 완화한다’ 등의 법적 규정이 있습니다.


※ 각국 형법 성범죄 관련 조문: http://moj.go.jp/hisho/saihanboushi/hisho04_00015.html


일본의 형법에는 ‘약물이나 알코올 등을 사용해 피해자의 저항을 어렵게 만든’ 경우에는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어도 죄를 물을 수 있다(178조)고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장애’에 관한 규정은 없습니다. 또한, 형법 전체를 봐도 ‘사기죄’ 중에서 상대방의 ‘심신미약을 이용해’ 재산상 불법 이익을 얻은 경우엔 죄를 물을 수 있다(248조) 이외에 장애에 관한 조문은 찾을 수 없습니다.


장애가 있다는 것은 ‘사전에 위험을 살피기 어려움’ ‘도망가기 어려움’ 등 범죄에 대한 다양한 리스크를 갖습니다. 하지만, 현행 형법에서 이러한 리스크는 ‘고려되지 않는다’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일본에서 장애인 정책이 본격화된 건 제2차 세계대전 후, 상이군인대책으로 1949년(쇼와 24년)에 제정된 ‘신체장애인복지법’입니다. 한편 형법이 제정된 것은 그보다 40년 이상 앞선 1907년(메이지 40년)입니다. 시대를 감안하면 형법의 개념 속에 ‘장애인’ 특히 ‘장애아동’이 없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시대는 메이지, 다이쇼, 쇼와, 헤이세이가 끝나고 레이와를 맞이했습니다. 장애아동을 ‘없는 존재처럼 여기던’ 사회에서 ‘함께 사는’ 사회로, 지금이야말로 피해실태에 입각한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지금 형법에 ‘장애를 틈탄 성범죄’를 신설하는 것, 그리고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 현황을 한 명이라도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공유하기 위해 전국 10곳에서 지적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력을 다룬 영화 <입맞춤>을 상영하고 전문가를 초대해 토크 세션을 열고 있습니다. 2월에는 돗토리현 가마요시시, 3월에는 니가타현 니가타시에서의 개최했습니다.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이라는, 보이지 않도록 감춰져 온 사회의 과제를 풀어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②가네코 마야코: 발달장애인 맞춤형 성교육 필요해


성인 발달장애 당사자를 위한 동료지원 그룹 ‘Necco’ 운영자 가네코 마야코 씨. (촬영: 오치아이 유리코)


저는 발달장애 당사자로, 성인 발달장애 당사자를 위한 쉼터 Necco 카페(도쿄 니시와세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설문 조사에서는 Necco 회원 32명 중 26명이 ADHD(과잉행동장애)나 아스퍼거 증후군, 자폐스펙트럼 장애, 발달장애 등의 진단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무려 23명이 어떤 형태로든 성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경찰과 상담한 사람은 겨우 세 명입니다.


이미 전에도 당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폭력 피해가 많다는 생각은 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커뮤니케이션에 장애가 있기 때문에 상대의 말을 쉽게 믿어버리거나, 속기 쉽거나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으로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와 지원이 미흡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깊이 새겨진 낮은 자기긍정과 고립감으로부터 오는 높은 의존성 등도 이러한 결과와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달장애는 다른 장애와 달리 외관이나 말투로는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성범죄 문제에 대응하기가 난감합니다. 실제로 상대가 발달장애인이라는 것을 악용하는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으니, 다른 나라들처럼 ‘장애를 틈탄 성범죄’ 규정은 필요합니다.


또한 성범죄 예방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발달장애 어린이도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성교육이 꼭 필요합니다. 아울러 성범죄 피해자 지원 현장에 필요한, 발달장애의 특성을 이해하는 지원자를 양성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 <일다>와 제휴 관계인 일본의 페미니즘 언론 <페민>(women's democratic journal)에서 제공한 기사입니다. 나카노 히로미, 가네코 마야코 기자가 작성하고 고주영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페미니스트 저널 <일다>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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