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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조치" 계속되는데 공소시효 만료라니 

직장내성희롱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린 후 회사로부터 불리한 조치를 받았다며 제기한 고소사건에서, 노동부가 공소시효 만료라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해 여성.노동계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성희롱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조치”가 이루어진 마지막 시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의 문제를 중심으로, 남녀고용평등법이 보호하려고 하는 법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호죽노동인권센터 조광복 노무사의 의견 글을 통해 쟁점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2005년 성희롱 신고, 그 후 7개월간 대기발령…
 
삼성전기에 근무하고 있는 이은의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고소사건은, 남녀고용평등법 14조의 “사업주는 직장내성희롱과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근로자 또는 성희롱 피해발생을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에 관한 것이다. 이를 위반할 경우,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1998년 삼성전기에 입사한 이은의씨는, 2003년 영업 팀으로 발령 받은 후부터 부서팀장에게 2005년까지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성희롱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씨가 성희롱 피해를 회사에 신고한 때는 2005년 6월이다.
 

직장내성희롱 피해자의 노동권을 보장해야한다

그런데 회사는 2005년 7월, 이씨가 소속된 부서가 폐지되면서 같은 소속의 다른 직원들은 모두 새 부서를 배치해 업무를 부여했지만, 이은의씨에게만 업무를 주지 않고 사무실에 그냥 앉아 있도록 했다. 그 기간이 2006년 1월까지 무려 7개월이었다.

 
2006년 1월 IR부서로 배치 받았지만, 업무를 주지 않고 회의에서 배제하는 등 불리한 대우가 계속됐다. 과거 ‘B’를 주로 받았던 인사고과점수는 이 일이 있고서부터 ‘C마이너스’라는 아주 낮은 점수를 계속 받았고, 2007년 초 과장 승진에서 누락됐다. 같은 해 4월에는 업무내용이나 경력관리 측면에서 한직 중의 한직으로 취급 받는 사회봉사단 부서로 발령받았다.
 
이은의씨는 2007년 6월 국가인권위원회에 회사를 상대로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원회는 같은 해 8월 성희롱 사실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회사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했다. 한편 이씨는 2008년 9월 회사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고소했는데, 노동부는 7개월여를 끈 끝에 올해 3월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노동부의 불기소 의견 사유는, 이씨가 대기발령을 받은 사실(2005년 7월 1일)에 대해 공소시효 3년이 만료돼 기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이후 IR부서에서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나 사회봉사단으로 발령한 것에 대해선, 범죄혐의를 확인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판단은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이 노동자의 무엇을 보호하려고 하는지 즉, 보호법익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매우 경솔한 판단이다.
 
장기간 계속된 고통, ‘공소시효는 지나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은의씨가 소속된 부서가 폐지된 후, 회사가 새로운 부서로 배치해 업무를 주지 않은 행위를 “대기발령 처분”이라는 하나의 인사처분 행위로 보아 2005년 7월 1일자를 공소시효의 기산점으로 삼았다.
 
참고로, 형사소송법은 공소시효의 기산점에 관해 “시효는 범죄행위의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감금죄와 같이 범죄행위가 과거의 시점에서 완성되지 않고, 감금이 계속되는 경우엔 계속범이 된다.
 
이은의씨의 경우 7개월 간 계속된 대기발령 상태에 관해서,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새 업무를 주지 않은 시발점인 2005년 7월로 볼 것이냐, 아니면 새 부서로 배치되기 직전인 2006년 1월로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이 규정한 “불리한 조치” 조항은, 성희롱피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해고나 정직 등 인사상 불이익 처분행위뿐만 아니라, 사용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허드렛일을 시키거나 업무 필요성을 넘어서 장기간 일을 시키는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 행위를 금지하고자 한 것이다. 이 조항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법익은, 성희롱피해를 입었거나 피해 사실을 주장한 것으로 인해 모든 불리한 조치를 받지 않을 권리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부서를 폐지한 후 다른 직원과는 달리 유독 이은의씨에 대하여만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사실과, 거기에 더하여 누가 보아도 업무상의 필요성을 현저히 넘어선 7개월 가까운 장기간 동안 새로운 업무를 부여하지 않은 사실이다. 그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고, 당사자는 아주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 사용자는 성희롱피해를 주장하는 이은의씨를 다른 직원들보다 더 적절한 업무를 부여할 목적으로 잠정적인 시간여유를 가지기 위해 업무대기를 하도록 조치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은의씨는 합리적인 목적에 대한 설명을 들은 바 없고, 사측은 일반적으로 대기를 시키는 범위를 훨씬 넘는 7개월 간이나 일을 주지 않고 방치해버렸다.
 
남녀고용평등법 관련조항의 취지에서 본다면, 사용자인 삼성전기는 일반적인 ‘대기발령’이라는 일회의 인사처분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합리적인 목적 범위를 초과하여 지속적으로 새로운 업무를 주지 않고 대기상태를 유지하는 방식의 “불리한 조치”를 계속한 것이 된다.
 
이 관점에서 삼성전기는 즉시범이 아니고 계속하여 법익을 침해한 계속범이 되며, 또 이렇게 보아야만 굳이 “불리한 조치”라는 특별한 문구를 마련해둔 남녀고용평등법 관련 조항의 취지에도 부합한다.
 
노동부가 이러한 사실관계, 그리고 법 규정의 문구와 취지를 무시하고 장기간 계속되었던 행위를 일회의 인사처분 행위로 취급하여 공소시효의 기산점을 2005년 7월 1일로 삼은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아주 경솔하고 부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노동자가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 무엇인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성희롱피해 노동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이뤄지려면
 
노동부가 혐의를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판단한 다른 사실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새 부서 배치 후 업무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나, 사회봉사단에 발령한 것 등을 각각 분리해 놓고 그저 기계적으로 판단한다면, 당연히 성희롱 피해사실을 고지한 시점과는 상당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증거 없음”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녀고용평등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을 고려한다면, 사용자가 행한 일련의 행위들을 각각 별도의 처분으로 구분해 판단하거나 또는 행위시점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성희롱사실을 고지한 최초 시점부터 일련의 ‘연관성’에 주목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은의씨는 먼 훗날 느닷없이 사용자로부터 불리한 조치를 받은 것이 아니라, 장기간 동안 새로운 업무를 주지 않는 대기상태, 새 부서 배치 후에도 업무를 주지 않는 등의 특별한 취급, 지속적인 하위 인사고과, 승진누락, 한직으로 보직전환 따위의 일련의 불리한 조치들을 거의 쉬지 않고 받아왔다.
 
즉, 이씨가 최초로 성희롱피해를 회사에 알린 시점부터 전과는 다른 불리한 조치들을 오랜 기간 받아 왔다면, 설령 시점이 떨어져 있더라도 최초로 성희롱피해를 알린 것과 관련이 있는 행위로 추정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사용자측이 불리한 조치에 대해 정당한 행위였음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성희롱피해를 알린 것과 관련이 있는 “불리한 조치”라고 보아야 한다.
 
이러한 연관성을 고려하지 않고 각각의 행위들을 분리해 기계적으로 판단한다면, 남녀고용평등법이 마련한 관련 조항의 취지는 현실 노동관계에서 도저히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일다  www.ildaro.com
 
[직장 내 성희롱] 성희롱, 근로환경의 문제로 보자  [ ] 직장성희롱, 사용자 책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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