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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레즈비언이다 일다는 ‘인터뷰칼럼’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동성애자 여성의 기록을 담은 ‘Over the rainbow’ 코너를 개설했습니다. 필자 박김수진님은 레즈비언권리운동을 해온 활동가로, ‘인터뷰칼럼’을 통해 가족, 친구, 동료,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레즈비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편집자 주 
 
작년 10월에 다이크멘터리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커밍아웃>을 관람했습니다. <커밍아웃>은 감독인 사포님이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커밍아웃 여행’을 떠난다는 내용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보기 한 달 전부터 저는 엄마의 삶을 영상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작품을 보고 나서 엄마 삶의 한 부분인 ‘레즈비언 딸인 나와 엄마의 이야기’도 영상 속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카메라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엄마와 나.
엄마께 이렇게 말씀 드렸습니다.
 
“엄마, 내가 레즈비언이잖아. ‘레즈비언인 딸을 둔 엄마의 심정’이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하나 만들어 보려고 하는데, 협조해 주시겠어요?”
 
엄마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네 마음대로 해라”고 대답해주셨습니다.
미안하면서도, 고마우면서도, 기쁜 순간이었어요.
 
엄마에게 있어 저는 ‘착한 둘째 딸’입니다. 저를 아는 많은 분들에겐 믿기 어려운 일일 테지만, 엄마에게 있어 저는 ‘부모걱정 제일 많이 하는 착한 딸’이지요. 그런 저는 ‘레즈비언 딸’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엄마에게 있어 ‘착한 둘째 딸, 수진이’와 ‘레즈비언 딸, 수진이’는 다른 두 명의 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엄마와 나의 영상기록을 통해 엄마에게 있어 나는 어떤 딸인지 천천히 알아가려고 합니다. 이 과정을 지나면서 엄마나, 저나 어떤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착한 둘째 딸’이기도 하고, ‘레즈비언 딸’이기도 한 제 마음을 엄마에게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의 심정’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싶고요.
 
인터뷰 칼럼 <Over the rainbow>의 첫 손님은 ‘나의 엄마’입니다. 조만간 엄마와 저는 ‘레즈비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것입니다. 엄마와 나눈 ‘레즈비언인 딸’의 이야기, ‘레즈비언인 딸을 둔 엄마의 이야기’를 글에 담으려고 합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인터뷰 칼럼’을 이렇게 저를 레즈비언이라고 알고 있는 나의 가족들, 친구들, 지인들과 나눈 레즈비언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나갈 것입니다. 저를 동생 수진이로, 친구 박수진으로, 여성운동가 박김수진으로, 그리고 레즈비언활동가 박통으로 알고 있는 이들과 나눈 이야기, 관계에 관한 짧은 기록이 될 것입니다.
 
나와 나의 가족, 친구, 지인들이 함께 만들어 갈 무지개 너머 세상에 무엇이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용기 내어 나의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보려고 합니다.
 
이 짧은 기록이 나의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될 수 있으면 좋겠군요.   일다는 어떤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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