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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이자강 재자연화공사 총감독 슈테판 키르너 인터뷰
한국 국토해양부 주장에 반박 “이자강엔 보가 없다”

 
*건축가인 임혜지 박사는 현재 독일 뮌헨에 거주하고 있다. 고국인 한국에서 현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한 후부터, 독일 교포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과 모금운동을 전개해 국민소송을 진행하는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에 전달했다. 현재 ‘빨간치마네 집’ 블로그를 운영하며 교포들에게 4대강 사업의 실체를 알리는 한편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편집자 주> 
  

독일 뮌헨을 관통하는 이자강. 2000년부터 원래 하천으로 되돌리는 재자연화 공사를 했고, 여울과 자갈밭을 되찾았다. ©빨간치마네 집

독일 뮌헨을 관통하는 이자강은 알프스 산맥의 오스트리아 구역에서 발원되어 남부 독일을 거치며 295 km 흐르며, 850m의 고도차를 극복한 후에 도나우강으로 유입되어 흑해로 들어가는 강이다.

 
2000년도부터 진행된 재자연화 공사(이전에 개발공사로 만든 강변 콘크리트 제방을 헐고 원래의 하천으로 되돌리는 공사, 재자연화 공사는 현재 독일 뮌헨 이자강 및 독일 곳곳에서 한창 진행 중이며 세계적인 추세) 인해 이자강의 뮌헨시 구간은 100년 전에 사라졌던 여울과 강변 자갈밭을 되찾아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도심 공원이 되었다.
 
이 이자강을 두고 지금 한국에선 사대강 사업의 찬반진영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운하반대교수모임에서는 이자강이 다시 살아나게 된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이자강의 흐름을 가로막던 보를 철거했기 때문이므로, 4대강에 16개 보를 세우는 4대강 사업은 강을 죽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정부 “이자강의 11개 보가 있어 물이 깨끗하다” 주장
 
반면, 한국 정부에서는 ‘이자강의 뮌헨시 구간에는 보가 약 200m 간격으로 연달아 11개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물을 풍부하게 가두고 남는 물은 하류로 흘려 보내는 보가 있기 때문에 뮌헨 시민들이 이자강변에 나와 여가를 즐기고 물고기도 많이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인터넷에서 구글어스(Google Earth)를 통해 검색한 이자강의 모습을 ‘물증’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 소송(낙동강 사업 중지 가처분신청 사건)에서도 독일 이자강에 있는 보의 실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는 기사를 접하고,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를 진행한 뮌헨 수자원관리청에 전화를 걸었다.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의 총감독(Bauleitung)을 맡은 슈테판 키르너(Stephan Kirner)씨를 인터뷰하기 위해서다. 전화 인터뷰는 4월 22일과 30일 두 번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자강 재자연화 공사 과정

질문: 이자강의 보에 대해서 질문이 있다. 이자강에 보가 있어서 물이 깨끗하다는 말이 있는데 사실인지 확인 부탁 드린다.

슈테판 키르너: “보? 이자강 뮌헨 시내 구간에 보가 어디 있는가?”
 
질문: 물 밑으로 층진 것이 가끔 보이는데….
슈테판 키르너: “하상유지공(Sohlenstufe)을 말하는 건가? 그건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을 막기 위해 경사지는 부분의 바닥을 받쳐주는 낮은 구조물이다. 수심과 유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위로 솟아 물을 막는 보(Staustufe)와는 사양도 다르고 기능도 다르다.”
 
질문: 이 구조물 때문에 강물이 깨끗한 건가?
슈테판 키르너: “아니다. 이자강의 물이 깨끗한 이유는 첫째, 이자강과 그 지류에는 정화된 물만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2년 전에 한 상류 동네의 정화시설이 완공됨으로써 이자강에선 오폐수의 100% 정화가 달성되었다.
 
사실 그것만으로도 생태계를 위해선 충분히 깨끗하지만 뮌헨 시에서는 강물에서 수영하는 시민들의 위생을 위해서 정화시설에 자외선소독을 겸하고 있다. 그래서 이자강의 수질은 공공수영장의 수준과 동등하다. 하지만 홍수가 나면 수질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시에서 수영객의 위생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이자강의 물이 깨끗한 또 하나의 이유는 산악지대라는 지형상 이자강변에 농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농축산폐수가 빗물을 통해 강으로 흘러 들어올 일이 없다.”
 
질문: 그 하상유지공들은 언제 설치한 건가? 이번에 재자연화 공사를 하면서 새로 설치한 것도 있나?
슈테판 키르너: “그것들은 전부 오래된 것이다. 새로 설치한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물 속에 있는 인공구조물은 수질이나 생태계를 위해서 이로울 게 없기 때문에 일부러 설치할 이유는 없다. 섬을 중심으로 왼쪽 물줄기에는 다리 밑에 예전의 하상유지공이 남아 있고, 오른쪽 물줄기의 하상유지공은 일부 철거하고 물고기를 위하여 자연스러운 공법으로 대체했다.”
 
"보는 수질을 악화시킨다"
 

백조가 걸어서 넘어다니는 낮은 하상유지공.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보'가 아니다. ©빨간치마네 집

질문: 그렇다면 왜 재자연화 공사할 때 철거하지 않았나?

슈테판 키르너: “그걸 철거하면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유를 설명하겠다. 이자강은 원래 곁가지가 방만하게 퍼져서 너르고 얕게 흐르는 강이었다. 물이 불으면 옆으로 마구 넘쳐났다. 1920년경에 뮌헨에서는 강변으로 넘치는 홍수를 막아 범람지를 활용하고, 수력발전소를 돌리기 위한 물의 양을 확보하려고 이자강을 한 줄기로 깊고 좁은 통로에 가두는 공사를 했다.
 
옛날에는 강물이 이리저리 돌아가며 부딪쳐 강변을 변형시킴으로써 에너지를 소모했지만 이제 좁고 양벽이 단단한 통로에 갇히니까 물이 힘을 써서 부딪칠 곳은 바닥밖에 없었다. 그래서 강바닥이 점차 패이기 시작했다. 예전에 비해 강바닥이 8-10 m 가량 낮아졌고, 이에 따라 수면도 함께 낮아지면서 강변 지하수의 수면도 덩달아 내려갔다. 지하수의 수면이 낮아지면 주변 숲이 말라 죽고 우물을 파기 힘들어 농사를 지을 수 없으며 생활에도 지장이 따른다. 토양이 건조해져서 강을 중심으로 생태계의 교란이 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강바닥의 침식을 막기 위하여 일정한 간격으로 막대기처럼 강바닥을 가로지르는 구조물을 만들어 바닥 전체에 갈 물의 힘이 되도록 이 구조물에 집중되도록 유도했다. 그런 구조물이 하상유지공(Sohlenstufe)이며 포괄적으로 가로구조물(Querbauwerk)이라 불리기도 한다.”
 
질문: 지금은 재자연화 공사를 통해 옛날처럼 물이 넓고 얕게 넘쳐 흐르도록 만들지 않았나? 왜 그런데도 가로구조물을 철거하면 강바닥이 패이는 현상이 일어나는가?
슈테판 키르너: “옛날의 상황을 완벽하게 재현한 것은 아니다. 현재 이자강의 폭은 150m로서 옛날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이제는 강폭을 옛날 수준으로 늘일 공간적 여유가 없다. 강물을 좁은 통로에 가두고 둑을 쌓음으로써 일단 홍수에서 벗어난 시민들이 강변 가까이 길을 내고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시대철학은 지금과 달라서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의 이자강 유역에는 옛날만큼 방만하고 자유롭게 퍼져 흐르면 힘을 분산시킬 공간이 없기 때문에 강바닥의 침식을 막는 하상유지공들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질문: 그래도 물 속에 있는 가로구조물(Querbauwerk)을 일부 철거하고 새로 짓고 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슈테판 키르너: “맞다. 하상유지공의 고차가 70-80cm 이상이 되면 이자강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자유롭게 오르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하상유지공은 철거하고 낮은 구조물 여러 개로 대체했다. 이때 자연석을 이용해 듬성듬성 층을 지게 하는 등 새로운 공법을 통해 최대한 자연에 가깝게 만들었다.”
 
질문: 이자강에 있는 하상유지공의 높이는 대략 어떻게 되는가?
슈테판 키르너: “대부분 1m 이하다. 뮌헨에서 가장 높은 것이 3.7m인데 뮌헨 북쪽 끝에 있는 다리 밑에 위치해 있다.”
 
질문: 미안하지만 다시 한번 묻겠다. 그것은 보(Staustufe)가 아닌 것이 확실한가?
슈테판 키르너: “보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질문: 강물을 풍부하게 가두고 남는 물은 하류로 흘려 보내는 보가 있기 때문에 이자강이 깨끗하다는 의견이 있다. 그에 반해 ‘보는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아까 당신의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해줄 수 있는가?
슈테판 키르너: “보는 수질을 향상시키지 않는다. 물을 막아 유속을 느리게 하므로 수질이 도리어 나빠진다. 강물은 자연스럽게 흐르게 둬야 한다. 그래야만 강 내외에 서식하는 동식물의 생태계가 활성화되고, 그로 인해 물의 자정능력이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인간이 자연을 자기가 바라는 대로 조정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오류였다는 걸 깨달았다. 인간의 능력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는 지났다.”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는 지났다”
 

강에서 수영하는 학생들 (이자강에서 빠져나와 영국공원을 휘돌은 후 다시 이자강으로 돌아가는 아이스바하에서)

질문: 또 한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다. 보의 건설이 수질을 악화시킨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이 있는가?

슈테판 키르너: “글쎄.”
 
질문: 그것이 오늘의 독일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라서 그런 언급이 없는 건가?
슈테판 키르너: “솔직히 말해서 그렇다.”
 
질문: 그런 문장이 실린 문건을 독일 어느 관청에 가면 구할 수 있나?
슈테판 키르너: “독일 연방환경청이나 각 주정부 환경청에 문의해 보면 연구 보고서나 홍보용 정보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질문: 감사드린다. 안녕히!
슈테판 키르너: “앞으로도 질문이 있거나 자료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 바란다.”
 
며칠 후에 독일연방 자연보호청에서 원하던 자료를 구했다. 아울러 독일연방 환경청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작한 <21세기의 물>이라는 학습교재를 접했다. 거기에는 유럽연합 물관리 기본지침(영어 Water Framework Directive)이 쉽게 설명되어 있었다.
 
2000.12.22일부터 효력을 발생한 유럽연합(EU) 물관리 기본지침은 강, 호수, 지하수, 바닷물, 그리고 그 주변의 토지뿐 아니라 그 안에 사는 동식물의 세계, 하천의 고유하고 자연스러운 형태와 물길과 수질까지도 인간이 모두 함께 지켜야 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다.
 
이 유럽연합 물관리 기본지침의 목표는 유럽에 있는 모든 강, 호수, 바다를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생태적으로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고, 2015년까지 목표를 실행하지 않은 나라에게는 막대한 벌칙금이 매겨진다. 또한 이를 각국의 국내법에 적용하고 실행함에 있어 모든 계획을 사전에 투명하게 공개한 후, 국민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EU 물관리 지침 ‘자연에 최대한 근접한 상태’로 되돌려라
 
‘생태적으로 건강한 강’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인공적으로 준설되지 않아서 물의 깊이와 강변의 모양이 자연적으로 깊고 얕고 들쑥날쑥한 강, 물길을 보로 막지 않아 상하류 생태계의 소통이 가능한 강, 강변 여울과 범람지가 충분히 존재하는 강, 더러운 오폐수나 오염물질이 유입되지 않아서 물이 깨끗한 강, 과거에 건설했던 인공구조물을 제거하고 재자연화 공사를 실행한 강 등을 들고 있다.
 
교사용 정보지는 (독일에서) 식수로 쓰이는 지하수와 하천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킨다. 그런 이유에서 자연하천을 보존하는 행위와 인공하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시키는 행위는, 인간의 안위에 꼭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하천이나 개천을 여러 구간으로 나누어 주민들에게 입양시키는 제도를 만들어 주민들이 책임 맡은 강 구간을 제 자식처럼 살뜰하게 돌보고 감시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즉 내 나라 하천의 안위는 곧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깨닫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부 또한 독일 이자강에 와서 조사했는데, 그것이 이자강에 보가 있어서 물이 깨끗하다며 본보기로 삼은 것일까? 그때 수리학 전문가가 눈으로 보고도 이자강의 하상유지공을 보라고 거짓말을 한 것인지, 아니면 전문가가 하상유지공과 보를 구별하지 못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아니면 어마어마한 혈세를 쏟아 붓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안일하게 책상에 앉아서 얻은 정보에 의존해 결정을 내리는 것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크고 작은 하천 재자연화 공사가 유럽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유럽연합 물관리 지침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불철주야 밀어붙이고 파헤치는 우리나라 4대강 공사를 보고 있자니 슬픔이 밀려오고 소름이 끼친다. ⓒ일다 www.ildaro.com
 
[Link] 빨간치마네 집 블로그 바로가기 |  낙동강 순례길에서 강과 나의 삶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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