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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공연구소 ‘간호업무환경 실태조사’ 발표 
 
간호사들이 3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공공연구소가 순천향대학교 전경자 교수팀에게 의뢰해 2010년 1월 20일부터 4월 10일까지 진행한 '환자 안전과 간호사 건강보장을 위한 간호 업무환경 실태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혀졌다. 이 조사는 국립대학교병원 4곳과 민간병원 1곳, 그리고 제주도내 의료원 2곳을 대상으로 52명의 간호사들을 심층면접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잦은 밤샘근무로 수면제 달고 살기도
 
▲ 사회공공연구소의 실태조사에서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로 인한 불규칙한 생활로 수면장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자료 사진 출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http://bogun.nodong.org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들이 가장 첫 손에 꼽은 어려움은 3교대 근무로 인한 잦은 밤샘근무였다.
 
“나이트(밤샘근무)는 경력이 되어도 내성이라는 게 없어요. 하면 할수록 더 힘든 게 나이트라서. 끝나야만 끝나는 거지. 나이트 안하면서 정말 삶의 질이 다른 걸 저도 느껴요.”(간호사A씨)
 
“나이트를 하고 나오면 아침에 딱 햇빛 받을 때 정말 핑 돌면서. 어떨 때는 정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까지 해본 적 있거든요.”(간호사B씨)
 
낮과 밤이 자주 바뀌다보니 수면이 불규칙해지면서 많은 간호사들이 수면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잘 자지 못해 1~2시간만 자고 업무에 복귀하는 경우도 있었으며, 생리가 불규칙해지는 등 건강 이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규칙한 수면 이외에도 병원의 열악한 업무 환경도 간호사들의 건강을 해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병원은 깨끗한 곳일 것 같은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간호사의 표현에 따르면 “약 같은 것도 많이 날리고 건조하고 환경이 좀 지저분”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잦은 약품 접촉으로 손이 망가진다거나, 심한 아토피로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업무 상 이동이 잦은 반면, 건물 내 설계 및 배치에서 간호사의 동선은 고려되지 않은 점도 간호사들의 육체적 피로감을 더하게 하고 있다.
 
“병실을 위해서 설계를 하지 간호사 스테이션을 위해서 설계하지 않잖아요. (중략)동선이 정말 길 때도 있고, 간호사 실은 건물 밖으로 연결된 환기구 하나 없고요. 아줌마들은 병실을 청소하지 간호사 실은 청소 안하거든요.” (간호사C씨)
 
과중한 업무로 집중도 떨어져
 
전경자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밤샘근무가 잦은 3교대 근무체계와 함께 간호사들은 인력부족과 이로 인한 과중한 업무로 고통 받고 있다. OECD 국가의 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는 4~5병상 수준인데 반해, 한국 간호사들은 이보다 3~6배가량 더 많은 병상을 담당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이 숫자가 "절대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호소한다.
 
“(6인실 병실에) 들어가면 들어가자 마자 다 불러요. 순서대로 해드리겠다고 해도 자기 집이 제일 중한 거예요. 가니까 내 몸은 한 개인데 6명이서 동시에 다 부르니까. 이거는 도떼기시장도 아니고 뭘 해주고 있으면 한사람이 끝났다 싶으면 우리 먼저 봐달라고.”(간호사D씨)
 
한 간호사는 담당해야 할 환자들이 가득 차 있다가 주말 같은 경우 몇 명만 빠져나가도 환자를 훨씬 세심하게 볼 수 있게 된다며, 인력문제가 환자 간호의 질과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환자 이송과 같은 간호이외의 업무를 보조해 줄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한 점도 간호업무에 대한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혔다.
 
“소아과 같은 경우 정말 잡일이 정말 많아요. 계속 설사하는 애 같은 경우 시트를 열 번 간경우도 있고. 토해도 계속 갈아줘야하고.”(간호사E씨)
 
혼자서 맡아야 되는 일도 많지만 근무시간 또한 길다. 병원간호사회가 2007년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들은 3교대 중 낮번, 초번 근무의 경우 8-9시간 동안 근무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밤번(밤샘조) 근무 시간은 평균 9.4시간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10시간 이상 근무하는 병원이 전체의 30.3%에 달했으며 심한 경우 최대 16시간을 근무하는 병원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규정 근무시간 초과 및 오버타임 발생 시에도 각각 전체 병원의 53.3%, 40.3%가 제대로 수당 지급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월평균 야간근무일수는 일반병동 간호사의 경우 평균 6.7일이었는데 최대 10일에 달하는 병원도 있었다.
 
서비스직이라는 인식으로 감정노동 요구 
 
▲ 2006년 6월 21일 의사 및 수간호사로부터 비인격적 대우를 받고 자살한 간호사의 유족들이 병원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자료 사진 출처: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  

 
심층면접을 통해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 이외에도 ‘서비스직’이라는 인식으로 무리한 감정노동을 요구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는 간호사로서 직업적 사명감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해달라고 하면 다 해줘야 하고 환자가 왕이고. 가끔은 그런 분도 있어요. 내가 돈을 주고 너네를 다 산 것처럼 부리는.(중략) 검사 빨리 안 해준다고 계속 스테이션에 붙어가지고 계속 언제 하느냐, 언제 하느냐, 계속 묻고.”(간호사F씨)
 
한 간호사는 병을 치료하고 돌보아 줄 “환자”를 대하는 게 아니라 “민원창구”에서 “민원” 처리하는 입장이 된다고 한탄했다.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직업적 호칭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니”, “아가씨” 등의 호칭으로 불리거나 커피를 타줄 것을 요구받기도 했다. 환자나 보호자들이 때로 폭력을 쓰는 등 과격하게 나오는 경우에도 병원은 간호사들에게만 친절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정적 스트레스는 ‘환자’에게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의사와의 수직적 관계에서 오는 인격적 무시에 대한 고충을 토로하는 간호사들이 많았다. 심층면접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단순히 업무 상 문제로 생긴 충돌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인격적 무시”는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의 전문성, 과중한 업무량에 비해 그에 걸맞은 인정과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간호사들의 높은 이직률과 짧은 근속기간으로 나타나고 있다.
 
간호사의 건강은 환자 안전 문제이기도 해
 
우리나라는 간호인력이 부족하고 이직률이 높으며 선진국에 비해 근속기간이 짧다. 병원간호사회가 실시하는 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 결과에서 2008년 현재 간호사들의 평균 이직률은 17.8%로 보고되었다. 2006년 15.6%, 2007년 15.8%에 이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한다.
 
실태조사를 진행한 전경자 교수팀은 “간호사는 입원 환자를 24시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간호를 지체 없이 제공해야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환자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간호사가 환자상태를 잘못 모니터링하거나 환자의 상태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직접적으로 환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관련연구를 통해 병원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간호 인력이 줄고 근무시간이 증가하는 등 노동조건이 악화되자 간호사의 부상 발생률이 증가되었음이 보고되었다. 간호사가 담당하는 환자수가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증가하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따라서 사회공공연구소는 이번 실태조사를 통해 환자에게 안전하고 질 높은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간호사의 업무 환경을 살피고 구체적인 대안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적으로는 적정수준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보았다. 또한 3교대 근무로 인한 건강 피해와 최근 들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감정노동 등 간호노동의 특성을 자세히 규명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 대안을 모색할 것을 주문했다. (박희정 /일다)


[관련 기사] 병원 내 여성노동자 인권침해 심각해 /  간호사 노동권 vs 환자 진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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