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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가능에너지, 지역경제 살리는 6가지 효과
[기획연재]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⑮
 
[에너지정치센터일다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환’에 관련한 기사를 공동으로 기획해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 유성재님은 마들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습입니다. -편집자 주]

세계적인 기후변화와 석유정점, 고유가 문제의 강력한 대안으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배출량을 3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로 확대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향후 10년 이내에 휘발유 소비를 20% 감축하고,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확대하겠다’며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최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비전을 제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녹색성장이란 ‘탄소를 줄이는 국민경제’와 그를 통한 ‘성장’을 모색하자는 말로,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성장률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국민경제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이처럼 국내외적으로 저탄소 경제와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구축하는 주된 목적이 무엇인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고유가에 따른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성장을 도모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점차 첨예해지는 자원전쟁에서 에너지 수급 전략을 모색하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에너지수급체제는 ‘어떤 에너지원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넘어 ‘어떤 에너지원을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의 문제로 이어지면서, 그렇게 생산되고 유통되는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누구를 위한 것인가?’에 대한 인식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도전받는 한국경제, ‘지역경제’로 전환돼야
 
한국경제는 2차 경제개발5개년 계획에 따라, 대규모 화석연료 에너지수급체계를 기반으로 형성된 중화학공업 중심의 구조다. 이 경제구조에서는 1차 산업인 농업이 파괴되며 노동과 자본이 ‘생산도시’로 집중된다. 지역경제와 농업의 희생 없이는 고도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데 구조적인 특징이 있다.
 
그러나 한국경제 모형은 내외적으로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즉 중화학공업중심, 수출중심, 대규모 에너지공급체계라는 한국경제의 특징은, 이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국내외 환경에 적응해서 진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환경변화를 살펴보자. 첫째, 중국과 인도 등 신흥공업국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경제는 노동력과 자본투입량의 절대적인 증가에 의한 요소투입형 성장전략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신흥공업국의 부상으로 이제 그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다. 한국경제가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생산기술을 재편하고 새로운 분배구조를 형성하지 않는 한, 새로운 경제적 도약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석유 등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형 경제모형은 석유라는 값싼 에너지원을 충분하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석유가격은 배럴당 140달러 이상으로 폭등했고, 전세계에 걸친 분쟁으로 그 수급조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셋째, 세계화라는 경제.사회의 환경변화로 우리 사회가 수출중심 경제를 지속하기에는 그 한계가 명확해졌다. 세계화 시대에는 국가단위 전략과 경쟁력보다, 지리적 인접성을 갖는 지역 수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배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넷째, 그동안 비경제재로 인식되던 환경문제가 이제 ‘경제재’로 바뀌었다. 기존 경제학에서는 환경문제를 외부성(externality)으로 인식했지만, 이젠 생산함수 내부로 도입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억제 등 환경문제 대처능력이 자국 산업의 경쟁력에 필수부가결한 것이 되었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사회 환경변화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을 가능하게 했던 구조가 그 생명력을 다하고, 이제 새로운 전환을 요청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지역경제 기반으로 에너지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며, 그에 따른 지역경제 발전모형을 제시해왔다. 이 같은 모형은 환경변화 속에서 ‘환경’적인 관심을 넘어 ‘국민경제’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경제발전의 결과가 대기업과 중앙으로 분배되기보다는 지역경제로 환원되는 효과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바람직하다.
 
즉, 시민사회단체에서 논의되어 온 ‘농업’과 ‘지역’의 문제가 거시적인 경제전략의 문제와 절묘하게 만나는 지점이다.
 
지역에너지순환 체제는 지역발전의 사다리 될 것
 
▲ 제주도 행원풍력발전단지     © 일다
그렇다면 지역경제를 회생시키는 전략을 생각해보자. 가장 먼저 화석연료 위주의 구조에 고착되어 버린 경로의존적 기술개발과 산업화 체제를 전환해야 한다. 중앙으로 집중되는 경제구조에서, 지역이 우선적으로 사회.경제적 자본을 축적할 수 있는 구조로 재편되어야 한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하여 지역에너지 순환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그 특성상 에너지원의 관리와 운영의 방식, 에너지 생산과 배분, 소비과정이 지역에 기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경제의 先순환적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 가령, 유채를 통해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게 되면, 지역 농업이 활성화되고 그 결과 지역의 소득이 증대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재생가능에너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간략하게 정리해보겠다.
 
첫째, 지역에너지체제 전환과정에서 재생가능에너지 기기와 재화 생산, 설치, 관리 및 운영은 지역사회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둘째, 일자리 창출에 따라 지역구매력이 확대되고, 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지역의 부(富)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지역경제 내에서 순환된다. (기존의 대규모 에너지 공급체계에서는 에너지 구매에 사용된 지출의 80%가 지역사회 외부로 유출되고 있다.)
 
셋째, 일자리 창출과 구매력 증대는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를 통해 지역의 다른 산업 일자리까지 창출하고 소득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발전효과를 가져온다. 즉, 지역 구매력이 높아져 슈퍼마켓 등 지역의 유통산업이나 서비스산업에서 추가적인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바이오매스 또는 폐기물 등의 재생가능에너지는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등 지역자원 이용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다섯째, 재생가능에너지 산업을 이루고 있는 기업의 형태는 대부분 노동집약형 혁신산업이므로, 고용창출 및 부의 배분에 더욱 큰 효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현재의 에너지 공급체계는 중앙집권적인 조직구조를 형성하지만, 지역순환형 에너지체제는 분산형.개방형 조직구조를 형성하기 때문에 에너지민주주의와 지방분권에 보다 바람직한 영향을 미친다.
 
이렇듯 지역에너지 순환체제는 농업의 회생과 환경 개선, 지역 소득증대효과 등을 통해 기존의 불균형 발전전략에 의해 낙후된 농촌 및 지역경제를 발전시키는 사다리 같은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공공기관 의무사용, 에너지작물 직불제 등 정책 필요
 
재생가능에너지를 보급하고 지역에너지순환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선 법적.제도적 지원 및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지원책으로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농업에 대한 정책적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바이오연료 및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선 시장메커니즘을 보완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재생가능에너지 사용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면세혜택을 주는 등의 방식이다.
 
또한 완제품의 수입 시, 사회적 편익 감소에 상응하는 관세 및 조세 부과조치가 필요하다. 반면에 국내생산, 국내경작을 하는 경우엔 사회적 비용과 총생산비용 차이만큼 생산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제도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연료는 기존 정유사의 화석연료와 경쟁관계에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정유사 배급망을 통해 바이오연료가 배급될 수 있도록 최소 혼합비율을 제도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미국,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는 최소혼합비율을 강제규정으로 두고 있다.
 
한편, 수요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를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Energy Policy Act(1992)를 통해 연방정부의 공공차량에 바이오 연료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수요와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병행 추진되어야 할 정책은 바로 농업정책이다. 에너지 작물 경작을 확대하도록 간척지, 휴경지 등 현재 에너지 작물재배에 이용할 수 있는 농지를 우선 이용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소득보전 직불제’ 등 기존의 쌀 관련 제도와 동일하게 ‘에너지작물 직불제’를 도입하거나, 에너지 작물 가격이 목표수준보다 하락하는 경우엔 그 차액을 정부가 보전하는 방안이 요청된다.
 
이외에도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을 위해서는 기술발전을 위한 R&D투자, 금융지원 제도 등 많은 제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편익이 많은 전략이라 하더라도, 그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면 정치.경제.사회적인 주체를 형성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시장에 의해, 또는 자본중심 성장세력에 의해, 그 사회적 편익이 반감되거나 왜곡될지 모르는 일이다.
 
지역에너지 순환체제는 화석연료 고갈과 글로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성격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중요하게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과제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발전인 동시에, 지역경제과 함께 발전하는 구조여야 할 것이다. 2008/09/30  ⓒ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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