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레드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첫 월경’ 하면 푸른 하늘에 펄럭이는 만국기가 먼저 떠오른다. 시골 초등학교 가을운동회 날이었고, 나는 그때 5학년이었다. 운동장에는 하얀 운동복을 입은 아이들이 몰려다녔고 난 대낮에 달리기경주를 했다. 이상했다. 그날따라 아랫도리가 몹시 따가웠다. 아침에 모처럼 받은 용돈으로 교문 앞에서 백 원짜리 뽑기를 할 때도, 풍선이며 바람개비를 구경하며 다닐 때도 그 불편한 느낌이 그치지 않았다. 결승점에 다다라 그 통증이 커진데다 속옷이 축축해진 느낌이 들었다. 화장실에 가서 보니 팬티 밑..
우리가 사랑한 시인 허수경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사람, 안미선이 삶에 영감을 준 책에 관해 풀어내는 “모퉁이에서 책읽기”. 이 칼럼은 한국여성민우회 블로그 ‘민우트러블’에도 공동 게재됩니다. www.ildaro.com ▲ 허수경 시집 (문학과 지성사) 내가 사랑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건 시인 허수경을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가 ‘허수경을 좋아한다’고 나에게 먼저 말했거나, 내가 ‘허수경을 좋아하냐’고 물었거나, 그도 저도 아니면 내가 그로 하여금 허수경을 좋아하도록 만들고 말았다. 허수경은 문학을 창작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에게 우상 같은 시인이었다. 처음 만난 시인 허수경을 이해하려고 나는 꽤 애를 썼다. 캄캄한 자취방에 앉아 시집을 읽고 또 읽었다. 실은 낯설고 이해할 수 없었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