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을 애도하기, 새로운 신뢰를 형성하기 저는 어느 종합병원에서 일을 합니다. 건물의 가 측으로 계단이 나있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여러 병실로 연결되는 입구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계단은 꽤 비좁고 어두컴컴합니다. 마음에 가장 남는 것은 그 차갑고 어둡고 좁은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누군가를 잃은 듯한 슬픔을 왈칵 토해내지도 못한 채 소리 죽여 흐느끼는 사람들입니다. 때로 그 흐느낌은 텅 빈 계단에 울려 퍼지기도 합니다. 돌아선 채 구부러진 등이 괴로움에 들썩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차가운 계단 위에 방석이라도 깔아주고 힘없는 어깨 위로 담요라도 덮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그 등이 너무도 외롭고 슬퍼 보입니다. 그 계단은 어느 정도까지는 슬픔의 시간을 허용해주기 위해 자리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우리가 스스로를 무엇으로 부르느냐는 우리 마음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 이름 때문에 우리는 어떤 감정을 경험하고, 그 이름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우리를 무엇으로 개념화하고 설명하느냐는 곧 우리 자신이 되고, 그래서 이름 붙이기란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규정합니다. 그 이름이 나와 전혀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내 이름이 되는 순간 나는 그것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개개인이 마주하는 세계 또한 곧 그가 어떻게 생각하는가 입니다. 우리의 경험을 어떻게 개념화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경험을 달리 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세상을 개념화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납니다. 예를 들면 감정경험이 그렇습니다.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감각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설명하는지가 곧 우리가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