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라오스 여행] 일다는 라오스의 문화, 생태, 정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여행기를 연재합니다. 필자 이영란님은 라오스를 고향처럼 생각할 정도로 특별한 인연이 있는 분으로, 의 저자입니다. 제3세계, 제발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지난 봄, 라오스에서 사는 2년 동안 쓴 일기와 글을 엮어 를 냈을 때 여러 인터넷 매체에 내 책에 대한 서평이나 독후감이 실렸다. 정말 고맙게도 대부분의 글들이 무척 긍정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좀 불편했다. 기자나 본문 게재자의 긴 글들이 다소 낭만적인 면이 없지 않아서기도 했지만, 정작 나를 불편하게 만든 건 주로 짧게 달린 댓글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라오스가 그대로 지켜지길 바라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결국 나와 같은) 개발..
희생자 전시나 정치적 놀음에 그치지 않도록 얼마 전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뒤에서 갑자기 어마어마한 소음이 들려왔지요. 백미러로 뒤를 보니 망가진 승용차 한대가 도로한가운데 서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멀어지면서 그 차는 점점 작게 보이다가 결국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제가 탄 차와 부딪혔을지 모르는 아찔함에 가슴을 쓸어 내리다가, 한 순간 부딪혔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 갑자기 내게 고통이 닥쳐왔을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 그리고 어느 한가한 오후에 고통이 닥쳐왔을 사고당사자를 생각하다가, 결국 그도 언젠가 고통을 피해간 저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한꺼번에 밀려왔지요. 매 순간 이렇게 누군가는 고통을 피해가고, 누군가는 마치 운명인 마냥 고통에 맞닥뜨려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