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은행나무의 수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서 삶의 경이를 느끼는 사람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다. 짚신벌레, 뱀, 나무에게서 누가 경이로움, 경외감, 존경 따위를 느낀단 말인가? 그러나 나는 학생들에게 이들도 경이로운 존재이며 이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조안 말루프 아르고스, 2005) 그날 밤 나는 취침시간이 지났는데도 도저히 그냥 잠들 수 없었다. 그래서 책을 집어들고 천천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혹감, 분노, 두려움이 뒤엉킨 복잡한 심리상태를 벗어나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었다. 어쩌면 책을 읽고 싶었다기보다 기도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전날 심은 은행나무가 그렇게 처참한 ..
매미소리 가득한 여름날, 곤충과의 공존을 생각하며 아침마다 매미소리에 잠을 깨는 요즘, 하루 시작이 상쾌하다. 오늘처럼 무더운 날, 열어 둔 창으로 날아드는 그 소리는 서늘한 바람 같다. 게다가 자동차 소음까지 한 겹 덮어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도처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물결처럼 밀려오면 ‘아, 진짜 여름이구나!’하는 감흥에 빠져든다. 정말이지, 매미 없는 여름은 상상하기 힘들다. 귀뚜라미 없는 가을을 생각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지구생명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다양한 곤충들 매미소리도 좋고, 귀뚜라미 소리도 좋지만, 하천 가를 걷다 귀를 파고드는 이름 모를 풀벌레 소리도 좋다. 그 뜻 모를 소리가 좋다. 물론, 깊은 잠 내 귓전에서 윙윙거리는 모기 소리만은 예외다. 피를 빨아먹고, 가려움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