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준지의 만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공포영화의 주인공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다. 귀신이면 귀신이지 성별이 무슨 문제가 되겠냐 마는, 왠지 남자귀신보다는 여자귀신이 더 귀신답고 섬뜩하다. 방영 기간 동안 큰 인기를 모았던 TV 시리즈 에서도 주인공은 어김없이 처녀귀신이다. 한국의 전통적 귀신 모티브는 현대의 소설이나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유사한 캐릭터로 만들어진다. 공포를 일으키는 소재로 여자귀신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할 수 있다. 귀신은 자고로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간절한 바램, 억울한 죽음에 대한 ‘한’(恨), 자신을 죽음으로 내 몬 사람들에 대한 ‘원한’(怨恨)등을 품고 있어야 한다. 이승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강력하고도 어두운 에..
고딕음악과 고딕 하위문화 핏기가 하나도 없는, 시체 같은 매력을 자랑하는 아담스 가족의 이야기 에서 아담스 가문의 사랑스런 아기가 병에 걸리자 가족들은 공포에 휩싸인다. 병을 고치지 못하면 ‘아이의 머리칼이 (흑발에서) 금발로 변하고’, ‘연신 (행복한 듯) 웃음을 짓게 되며’, 심지어는 성장한 후에 ‘변호사, 최악의 경우에는 미국 대통령’과 같은 직업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절망적인 선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고딕 가족에게는 기존 사회의 규격에 맞는 몸을 갖게 되는 것이 가장 추악한 질병인 것이다. 18, 19세기 독자들에게 고딕적 공포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었다면, 1970년대 후반부터는 아담스 가족과 ‘추악한 질병에 대한 거부감’을 공유하는 고딕적 인물들이 실제로 거리를 걸어 다니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