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니루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 이라기보다는 반성 스무 번째 이야기 달포 전에 심은 옥수수와 강낭콩, 그리고 땅콩이 싹을 틔웠다. 씨앗을 심고 한동안 비가 오지 않아 애가 탔는데, 아닌 게 아니라 마른 흙을 헤집고 나오느라 그들도 힘이 들었는지 연두 빛 고운 얼굴이 어쩐지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다. 오월, 우리는 목마르다 ▲ 가뭄에도 기를 쓰고 뿌리를 내려 살아남은 고구마 모종. © 자야 며칠 전 흩뿌린 비로 봄 가뭄이 해소되기를 바랐건만. 양이 적었던 탓일 게다. 한낮이면 펄펄 끓는 뙤약볕 아래, 땅은 마냥 뜨겁고 흙은 사막의 모래알처럼 바람 속으로 흩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작물들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걸 보면 참으로 신묘하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하늘을 향해 꼿꼿이 각을 세우고..
매화나무 있는 밭은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킬까? 자야, 귀촌을 이야기하다: 열아홉 번째 이야기 1월 한 달 놀고 2월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 K. 그 일이라는 게 밭작물을 키우는 것이어서 3월 중순까지는 그런대로 한갓졌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면서는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다. 아침형 인간인 나와는 반대여서 밤에 오히려 생생해지고 기운 나는 사람이, 요즘은 저녁을 먹고 나면 영 맥을 못 춘다. 방금 전에 엎드려서 책을 펼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 속에 얼굴을 묻고 졸기 일쑤. 내 예상을 비껴간 K의 결정 그런 K를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흐뭇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애당초 시골생활에 큰 뜻이 없던 그가, 심지어 텃밭 수준의 농사도 한 발자국 뒤에서 관망하며 내가 해달라는 것만 하던 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