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 부고를 받았다. 물놀이 사고로 50일 동안 뇌사에 가까운 상태로 있던 청소년이 결국 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를 아끼던 사람들도 그런 갑작스런 죽음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 죽음을 현실로 받아들이기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다. 할머니가 내 곁을 떠나갔던 20여 년 전 그날의 일을 아직도 내가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는 것도, 사고사의 충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고통은, 죽은 자가 ‘사고로 죽는 과정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서 오기도 하고, 또 그 동안 죽은 자와 맺어온 친밀한 관계의 단절에서 생겨나기도 하는 것 같다. 다른 죽음도 마찬가지겠지만, 불의의 사고로 가까운 사..
“선생님, 저 그날 독후감 일곱 개 다 쓰고 잤어요!” 자리에 앉자마자, 예슬이가 말했다. “일곱 개를 다? 정말 대단한데!” 내 말에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으로, “그렇죠! 아마도 전 천재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내가 봐도 그래. 예슬이는 천재임에 틀림없어! 참, 수진이 지난 주에 못 나온 게 혹시 방학숙제 때문?” “그건, 아닌데…….” 지난주에는 수진이가 오지 않아, 지민이, 예슬이와 수업을 했었다. 아래층에 살고 있어, 할머니께서 직접 올라오셔서 수진이가 오늘은 뭘 하느라고 공부를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알려주신 터였다. 난 이유는 묻지도 않고 알겠노라고 대답을 드렸었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하려는데, 예슬이가 내일이 개학이라는 사실과 독후감 숙제를 오늘 내로 일곱 ..